오래 된 동네 어귀에는 정자나무라고 불리는 고목이 있다.
대개 느티나무, 팽나무, 은행나무로 되어 있는 이런 나무들은 동네 사람들의 휴식처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지주가 되기도 한다.
어느 날 순흥을 지나다가 이 정자나무를 만났다. 국도 바로 옆에 있어서 쉽게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안내문에 보면 이 나무의 나이는 약 600년으로 추정되며, 높이는 13m에 달하는데 주민들의 휴식처이면서 마을의 안녕과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수호신 역할을 한다고 적혀 있다.
그래서 음력 정월 보름이면 이 나무 아래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 동제(洞祭)를 지낸다고 한다.
그 말대로 나무 아래에는 돌로 만든 제단이 놓여 있다.
그런데 지금 한여름의 오후 시간, 동네며 나무는 온통 침묵 속에 잠겨 있다.
고목에 매미 소리 들리고, 그 아래서 아이들은 뛰어놀고, 한 쪽에서는 바둑을 두기도 하고 또는 막걸리를 기울이거나 낮잠을 청하는 모습이 보일 법도 할 것 같은데 말이다.
눈을 감으니 그런 풍경이 낯설지 않게 떠오른다.
이 나무는 영주시 순흥면 태장리에 있으며, 천연기념물 274호로 지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