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고향 마을 앞에는 신작로가 있었다.
그 길은 비포장의 좁고 울퉁불퉁한 길이었는데 가끔씩 자동차가 나타나 뽀얀 먼지를 날리며 지나갈 뿐 늘 한적한 길이었다.
차 보다는 걷는 사람이 훨씬 많았고, ‘구루마’라고 불렀던 소달구지가 도리어 눈에 익었다. 지금 기준으로는 형편없는 도로였겠지만 당시로서는 대도시로 통하는 간선도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 신작로에는 키다리 포플러나무가 길 양쪽으로 끝없이 길게 서 있었다.
어린 우리들 둘이서 팔을 벌려도 잡히지 않을 만큼 큰 나무들이 남에서부터 북으로 약 10km에 걸쳐서 초록의 띠를 만들며 길게 이어져 있었다.
그 길은 우리들의 통학로였으며, 포플러나무들은 우리들의 친구이기도 했다.
여름에 포플러나무는 매미들의 집이었다. 바람이 불면 이파리들이 찰랑찰랑 흔들렸다.
포플러나무는 혼자 있는 것 보다는 그렇게 수많은 나무들이 줄을 지어 서 있는 풍경이 역시 어울렸다.
그런데 어느 날 도로가 넓혀지고 아스팔트가 입혀지면서 그 많던 포플러나무들은 베어져 사라져 버렸다.
그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사람들은 신기한 새 도로에 감탄했지만 차가 많아지고 씽씽 달리게 되면서 길은 이제 사람들의 것이 아니었다. 우리 마을에서도 여러 집이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었다.
그리고 사라진 가로수는 그 뒤로 3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껏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그냥 볼품없는 벌거숭이 도로이다.
눈을 감으면 그 옛날 어릴 적 장난치며 걸어 다녔던 포플러 가로수길이 그립게 떠오른다.
이제 포플러나무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이 멋진 나무가 왜 우리 곁을 떠나게 되었는지 의아하기만 하다.
다행히 고향 마을 앞에 포플러나무 세 그루가 남아 자라고 있다.
당시에는 여기에 더 많은 포플러나무가 있었는데 아마 이 세 그루의 나무는 그 때의 후손 쯤 되지 않을까 싶다.
포플러나무는 내 추억 속 그리움의 나무이다.
그 많던 포플러나무들이 지금은 다 어디로 갔는지 아쉽고 서운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