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남해도의 금산에 올랐을 때 이 송악을 만났다. 보리암 부근의 장군봉이라는 바위였는데, 송악임을 가리키는 안내 간판이 없었더라면 아마 그냥 지나쳐 버렸을 것이다.
송악은 이름만 들어보면 소나무 종류인 것 같지만 실제는 두릅나무과의 늘푸른 덩굴나무이다. 줄기에는 부착근(附着根)이 있어서 돌이나 다른 나무에 붙어서 타고 올라가며 자란다. 남쪽 지방에서는 돌담장에 이 나무를 심는다는데, 그래서 별명이 담장나무라고 부른다고도 한다. 오래 되면 담장을 감싸서 강풍에 담장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영어 이름은 Ivy인데 잎이 꼭 집에서 관상용으로 기르는 아이비 잎처럼 생겼다.
이 금산의 송악은 얼마나 오랜 세월 바위와 동고동락하며 살았던지 나무 줄기의 색깔이 바위와 구별하기가 힘들다. 오래 함께 살다보면 서로가 닮아가는 것은 식물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스스로 독립적으로 생존하지 못하고 어쩌다 꼭 다른 물체에 붙어야만 살아가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넉넉히 받아준 바위의 품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둘의 모습이 참 보기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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