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손기정공원 월계관수

샌. 2006. 2. 6. 13:04



서울 만리동 손기정기념공원 안에 있는 이 나무는 '월계관수(月桂冠樹)'로 불리고 있다. 1936년 제 11회 베를린올림픽의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가 썼던 월계관과 같은 나무를 가져다 심은 것이기 때문이다.

 

원래 그리스에서는 지중해 부근 건조지대에서 자라는 월계수의 잎이 달린 가지로 월계관을 만들었다는데, 독일 베를린에서는 월계수 대신 북미가 원산인 참나무 가지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나무의 종류는 월계수가 아니라 북미산 참나무이다. 찾아간때가 겨울이어서 잎은 다 떨어지고 미끈한 줄기가 드러난 이 나무를 볼 수 있었다.

 

당시에 손기정 선수는이 나무의 묘목을 부상으로 받았다. 시상식 장면을 찍은 사진을 보면 부상으로 받은 나무 한 그루를 가슴에 안고 있다. 손 선수는 이 나무로 일장기를 가렸다는 일화가 있다.

 



손 선수는 이 나무를 귀국할 때까지 고이 간직했다가 자신의 모교인 양정학교 운동장에 심었다고 한다. 그 뒤 학교는 이전했고 지금은 여기가 손기정공원으로 변했다. 그러니까 이 나무는 한국에 옮겨온지 70년이 되는 셈이다.

 

이미 돌아가신 손기정 선생님을 떠올리면 나라 잃은 슬픔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행동하신 점을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고개를 푹 숙인 모습의 시상식 사진들을 보면, 올림픽 우승이라는 개인적 영광보다도 일장기를 달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가슴 아파해 하는 마음이 절절이 읽혀진다.

 

바르셀로나에서 황영조 선수가 우승했을 때 누구보다도 기뻐한 사람이 아마 선생님이었을 것이다. 손기정으로부터 황영조까지의 역사는 한국 근현대사를 상징하는 한 편의 드라마틱한 연극과 같다.

 

얼마 전에는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에서 친구에게 부친 엽서가 공개되어서 또 한 번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엽서에는단 한 마디가 적혀 있었다.

 

'슬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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