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제주군 구좌읍에있는 비자림을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그동안 몇 번의 제주도 패키지 여행에서는 한 번도 소개받지 못한 곳이었다. 이제야 알게 된 것이 아쉬울 정도로 비자림은 놀라움과 신비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예전에 여기 왔더라도 나무에 관심이 없었을 때니 그저 심드렁했을지도 모른다.
비자나무 하면 최고급 바둑판으로 사용되는 정도로알고 있던 게 전부였다. 물론 이제껏 비자나무를 직접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비자나무 숲 속에서 최고의 호사를 누린 것이다.
이 숲 속에 들면어떤 신비스러움과 경외감에 사로잡히게된다. 숲에서 나오는 알지 못하는 기운이 자신을 감싸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걸음은 느려지고 입은 다물어지며 마음은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이 지역 마을 사람들 또한 비자림을 신성시하고 있다고 한다. 수백 년된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는데, 예전에는 지금보다도더 규모가 컸다고 한다. 고려 때 일어난 화산 폭발로 상당한 지역이 피해를 입었으리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 비자림 한가운데에 최고령 비자나무가 있다.
줄기 둘레가 6m에 달하는 거목인데, 비자나무가 잘 자라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저 굵은 줄기에는 엄청난 세월이 담겨져 있음을 상상할 수 있다.수명 또한 800년이 넘는 것으로 측정되었다. 이것은 제주도 전체 나무들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한다. 그래서 제주도에서는 이 나무를 '새천년비자나무'로 명명하고 21세기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나무로 지정했다. 그런데 나에게는 그 이름이 별로내키지 않는다. 다른 토속적인 좋은 이름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아쉬운 것은 비자림 보호를 위해 많은 부분이 통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통행이 허용된 산책로는 숲의 일부일 뿐이다. 숲을 조망해 볼 수 있는 높은 곳으로 가보고 싶었으나 길이 차단되어 있었다. 그러나 숲의 보호를 위하는 일이라면 당연히 모두가 협조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