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209

일원동 느티나무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가 있다. 대모산 자락에 숨어있어 쉽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90년대에 이곳이 택지지구로 개발되기 전에는 농가 몇 채가 있었던 작은 마을이었다. 지금은 터널이 뚫리고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는데, 나무 주위는 작은 공원이 만들어져 있다. 마침 공원 의자에 여든이 넘으신 할머니 두 분이 앉아계시다가 나무를 살피는 나를 보고는 나무에 대해 친절히 설명을 해 주셨다. 당신이 이 마을로 열일곱 살에 시집을 왔을 때 이웃집 마당에 이 느티나무가 있었다고 한다. 그때도 그늘을 온 집에 드리울 정도로 나무가 컸는데, 개발이 되면서 집이 헐리고 덩그마니 나무만 남았다는 것이다. 한때 나무가 병에 걸려 줄기가 썩으며 쇠약해졌는데 나라에서 주사도 주고 줄기도 때우고 해서 지..

천년의나무 2008.10.04

외암리 느티나무

역사가 있는 민속마을은 숲과 고목이 옛 분위기를 더해준다. 오래된 나무가 없는 민속마을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것은 마치 급조된 세트장 같은 분위기일 것이다. 아산에 있는 외암리(外巖里) 민속마을에도 작지만 아담한 숲이 있고, 마을을 상징할 수 있는 느티나무도 한 그루 있다. 느티나무는 초가집들로 둘러싸인 돌담 골목길에 있다. 비스듬히 기울어져 자라고 있는데 줄기 아랫 부분이 유난히 굵다. 이 나무의 수령은 600 년으로 추정된다는데, 그렇다면 마을의 역사보다도 더 긴 셈이다. 마을 사람들은 매년 음력 정월 14 일이면 느티나무 목신제를 올린다고 한다.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전통의식이다. 도 지정 보호수인 이 나무는 높이가 21 m, 줄기 둘레는 5.5 m이다.

천년의나무 2008.08.21

공세리성당 느티나무

공세리성당이 아름다운 것은 성당 건물 뿐만 아니라 주변에 오래된 나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느티나무는 그중 하나로 성당 뒤쪽에 있다. 원래 이곳은 공세곶창지(貢稅串倉地)였는데 바닷길을 이용해 세곡을 한양으로 운반하던 항구였다. 중종 때에는 여기에 80 칸의 창고가 있었다고 한다. 그뒤 인조 때에는 당시 세곡을 나르는 인부들의 휴식을 위해 많은 나무들을 심었는데 이 나무도 그 당시인 1680 년경에 심은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수령은 320여 년이 되는 셈이다. 나무는 높이가 31 m, 줄기 둘레가 5.5 m로 고색창연한 성당 건물과 잘 어울린다. 이렇게 오래되고 유서 깊은 나무들에 둘러싸인 성당은 흔치 않다. 공세리성당의 가치는 이런 나무들에 의해 더 빛나는 것 같다.

천년의나무 2008.08.15

단촌리 느티나무

고향인 영주시 안정면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 느티나무가 있다. 그래도 집에서는 걸어서 한 시간 쯤 걸리는 거리에 있다. 이 나무는 나이는 약 700 년이고, 가슴 둘레가 10 m에 이르는 거목이다. 아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느티나무 중 하나라고 해야 할 것이다. 찾아간 날은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마침 나무 밑에서는 할아버지 한 분이 오수를 즐기고 계셔서 조심조심 나무 둘레를 돌아보았다. 정말 줄기의 굵기가 대단했다. 고향에 이런 나무가 있다는 것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단촌리는 안정면에서도 교통이 불편한 오지에 속한다. 전에는 여기에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었다. 다른 당산나무와 마찬가지로 이 나무도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수호신이면서 주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음력 정월 보름이..

천년의나무 2008.08.08

과천 성황신목

서울에서 남태령을 넘으면 바로 만나게 되는 관문사거리에 이 성황신목(城隍神木)이 있다. 행정명칭으로는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이다. 매년 음력 10월 1일에는 이곳에서 성황신목제가 행해지는데, 옛부터 동네의 큰할머니와 제(祭)의 전과정을 의논하여 진행했다고 한다. 제물로 쓰이는 시루떡은 항상 3 시루를 하는데 각각 도당신, 도당할머니, 구릉대감께 바쳐졌다. 이 성황신목제는 전체 동네사람들이 참여하는 대동제(大同祭)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마을의 공동체의식을 심어주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이 나무는 원래 사거리의 횡단보도에 있었으나 도로가 확장되면서옆으로 옮겼다고 한다. 그런데 원래 나무는 죽었고, 죽은 나무등걸 안에 새 나무를 심어놓아 신목으로서의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멀리서 보면한 나무의고목으로 보인..

천년의나무 2008.07.21

서울농학교 느티나무

농학교의 고요한 교정에 역시 말 없는 느티나무가 있다.교문을 들어서면 바로 만나게 되는 이 느티나무는 학교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느티나무 아래에는 예쁜 의자도 있고, 아이들이 읽을 책도 비치해 두었다. 나무 아래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내 소란스러운 마음이 부끄러워진다. 부쩍 말이 많아졌다는 것은 마음이 들떠있다는 얘기다. 자신을 돌아보기보다는 남을 쉽게 원망한 적도 많다. 다시 느티나무의 침묵을 배워야겠다. 이 나무는 나이가 250살 정도 되었고, 키는 16 m, 가슴둘레는 4.3 m다. 원줄기에서 바로 세 개로 줄기가 갈라진 것이 특징이다.줄기 사이에는 아이들이 올라가 놀 수 있을 정도로 품이 넓다. 원래는 두 그루가 있었는데, 하나는 고사목이 되었다. 오래도록 해로하다가 짝을 미리 보내고 혼자 남은..

천년의나무 2008.07.04

수석동 느티나무

한강변에 있는 마을을 보면 부럽다. 산을 등지고 앞으로 한강을 바라보는 조망이 좋기 때문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수석동 마을도 마찬가지다.그러나 너무 서울 가까이에 있어 옛 마을의 정취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곳도 대부분의 집들이 음식점 영업을 하는 먹거리 마을로 변했다. 다만 오래된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어 마을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안내문에는 수령이 200년으로 적혀있는데 나무의 크기로 보면 그 이상 되는 것으로 보인다.줄기의 둘레가 거의 6 m에 이른다. 이 나무들은 마을의 앞에 있으면서 오랜 기간정자나무 역할을 해 왔을 것이다.나무 아래에 앉아 있으면 바로 발 아래로 한강이 흘러가고 멀리 검단산과 예봉산이 보인다. 이곳에 정자 하나쯤 있어도 좋은 아주 경치가 좋은 곳이다. 고목이 있는 마을은 왠지..

천년의나무 2008.06.29

과천향교 느티나무

과천시 중앙동의 관악산으로 오르는 주등산로 입구에 과천향교가 있다. 과천향교는 조선 태조7 년(1398)에세워졌으나, 자주 불이 나고 과거에 오르는 학생도 없는 등의일이 생기자터가 좋지 않다고 여겨 숙종 16 년(1690)에 현재 위치로 옮겼다. 대부분의 향교와 마찬가지로 명륜당, 내삼문, 대성전 등이 있는데, 현재 건물은 1975년에 복원했다. 이 과천향교에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수령이 300 년 정도로 추정되니 현재 위치로 향교가 옮겨온 년수와 거의 비슷하다. 그 당시에도 기념식수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아마 향교를 옭긴 기념으로 심은 게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나무 높이는 20 m, 줄기의 둘레는 3 m 정도이다. 이 나무를 만난지는벌써 20 년이 넘었다.관악산에 오를 때면 대개 이곳이 ..

천년의나무 2008.06.25

천은사 느티나무

천은사(天恩寺)로 들어가는 길에는 오래된 느티나무 세 그루가 있다. 나이는 250 살 정도로 추정되지만 생김새는 괴목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어떤 신비한 기운이 서려있는 듯 보인다. 특히 개울 옆에서 자라고 있는 느티나무는 돌출된 뿌리가 돌들과 뒤엉켜 있어 괴목의 힘이강하게 느껴진다. 절을 찾는 신도들은이 나무 옆을 지나갈 때마다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신다. 나무가 수백 년을 살게 되면 절로 경외감이 들게 마련이다. 더구나 사찰 경내에 있으니 영험한 힘이 있으리라고 믿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산 속에 있는 고찰들에서 느껴지는종교심은 주변의 오래된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 탓도 있음이 분명하다.그런 면에서 도심의 사찰은 인간의 정서적 욕구를 채워주는데 한계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절을 ..

천년의나무 2008.06.07

화성행궁 느티나무

화성행궁에 들어서면 오래된 느티나무를 만날 수 있다. 나이가 600 여살로 추정되니 화성을 짓기 훨씬 전부터 이곳에 있었던 나무다. 그래서 수원 사람들에게는 영목(靈木), 신목(神木)이라고 불리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귀하게 보호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화재로 인해 훼손되어 현재는 줄기의 일부만이 살아 있다. 가운데 공동에는 화재로 타고 그을린 검은 흔적을 지금도 볼 수 있다. 전체 줄기의 1/10 정도나 될까, 살아있는 줄기는 다행히도 싱싱하게 잎을 피웠다. 5 년 전에 대대적인 나무살리기 작업을 한 결과라고 한다. 이 나무는 높이가 30 m, 둘레는 6 m에 이르며, 경기도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그리고 이 느티나무에 손을 대고 기도를 하면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다..

천년의나무 2008.05.28

훈련도감유영지 느티나무

북한산성 안에 있는 훈련도감유영지(訓鍊都監留營址)에서 참 신기한 나무를 만났다. 바위와 한 몸이 되어자라고 있는 느티나무인데나무가 마치 거머리처럼 바위에 납작하게 붙어서 자라고 있었다. 땅에서 나온 줄기가 비스듬히 바위를 뚫고 지나가서 다시 수직으로 향했는데 잎으로 보아서 나무는 건강했다. 나무는 보통 다른 물체가 있으면 접촉하지 않고 피하려 한다. 그런데 이 나무는 완전히 바위와 일심동체가 되었다. 나무 줄기가 바위 표면처럼 2 차원평면으로 변한 것이다. 아무리 살펴 보아도 신기하기만 하다. 사람이 일부러 저렇게 만들려고 해도 어려운 노릇이다. 그렇다고 자연적으로 되었다고 믿기에도 불가사의한 일이다. 우리는 한참을 바라보며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만한 나무라고 말했다. 그리고 '거머리 느티나무'라..

천년의나무 2008.05.11

원터골 느티나무

서울 쪽에서 청계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들머리가 원터골이다. 원터골 등산로 입구에 등산객들의 만남의장소로 이용되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지금은 도로가 생겨서 차량 통행이 빈번하고 복잡하게 되었지만 인근에 미륵당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는 이곳이 절터였거나 미륵신앙에 관계된 기복의 장소였던 곳으로 보인다. 일제시대 때만 해도 이곳에는 미륵당을 중심으로 느티나무가 많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인들에 의해서 느티나무는 대부분 베어지고 지금은 고작 두 그루만 남아 있다. 이 느티나무는 수령이 약 300 년이 되었다. 전에는 여기를 찾아오는 사람들로부터 신령한 나무로 대접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20 세기에 들어 시작된 나무의시련은 지금은 문명에 의한 시달림으로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

천년의나무 2008.05.09

미륵암 느티나무

상도동 서달산 기슭 주택가에 미륵암이 있다. 입구는 일반 주택과 잘 구별이 되지 않아 가까이 가기 전에는 그곳이 절인지를 알 수가 없다. 당연히 산에 있는 암자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고려 시대 때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자세한 연혁에 대해서는 안내문이 없어서 알 수가 없다. 미륵암 마당 한 쪽에 1981년에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수령은 약 220 년 정도로 그렇게 오래된 나무는 아니다. 줄기 둘레 역시 2.7 m로 지금 한창 왕성하게 성장하고 있을나무다. 그런데 아쉽게도 도시의 나무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생육조건이 아주 나쁘다. 암자의 부속건물이 나무 바로 옆에 세워져 있어 줄기에는 상채기도 많이 나있고보기에도 숨이 막힐 듯 답답하다. 그런 탓인지 영양제를 맞고 있는 모습이 안스럽..

천년의나무 2008.03.18

침괘정 느티나무

남한산성에는 멋진 노송들로 함께오래된 느티나무들도 여럿 있다. 느티나무들은 주로 행궁터 부근에 모여 있는데, 지금 행궁 복원 공사 때문에 가까이 갈 수 없어서 안타깝다. 그리고 공사장의 어수선함 때문에 나무 역시 몇 년 동안은 소음이나 차량 이동에 시달려야 할 것 같다. 마을에서 수어장대로 올라가는 초입에 침괘정이 있다. 침괘정은 백제 온조왕의 왕궁지였다는데 그건 믿기가 어렵고, 현재 건물은 영조 27년(1751)에 중수한 것이라고 한다. 침괘정은 무기 제작에 관계된 사무를 담당하던 곳이었다고 추정된다. 이 느티나무는 침괘정 마당 한 끝에 있는데, 안내문에는 수령이 200 년, 수고 19 m, 줄기둘레 1,4 m로나와 있다. 연륜이 그리 오래 되었다 할 수 없지만 부챗살 모양으로 뻗어난 가지들이 일품이다..

천년의나무 2008.03.09

지장사 느티나무

산책길에 들리게 되는 동작동 국립현충원에는 여러 조경수들이 심어져 있지만 연륜이 오랜 나무는 찾아보기 어렵다. 내가 만난 유일한 고목이 바로 현충원 경내의 지장사(地藏寺) 입구에 있는 이 느티나무다. 불교에서 지장보살(地藏菩薩)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 지옥에 들어가 중생들을 위무하고 교화하는 살신성인의 부처님이시다. 현충원 안에 있는 사찰 이름이 지장사인 것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의 뜻과 잘 맞는 것 같다. 이 사찰은 신라 시대 때 도선국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한다. 이 느티나무는 나이가 약 330 년이 되었고, 높이는 15 m,둘레는 4.5 m이다.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데 겨울에 봐서인지 당당하기보다는 좀 쓸쓸하고 외롭게 보였다. 여름 모습을 본다면 아..

천년의나무 2008.02.14

안심리 느티나무

나무를 좋아하다보니 시골 마을에 들어서면 우선 정자나무가 있는지부터 돌아보게 된다. 마을에 큰 나무가 있으면친근감이 들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젖게 된다. 그런데 그런 나무가 없는 마을은 왠지 쓸쓸하고 허전하다. 정자나무는 단지 나무 한 그루가 아니라 그 마을의 문화와 역사를 표현해주는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내가 자란 고향 마을에는 그런 나무가 없다. 어릴 때야 나무에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아쉽게 느껴진다. 그런데 자주 놀러가던 이웃 마을에 이 느티나무가 있었다. 나무에 올라가기도 하고, 이 나무를 중심으로 숨바꼭질을 하면서 놀았다. 그리고 여름이면 넓은 그늘 밑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설날, 고모에게 세배를 하러 이 마을에 들렀다가 다시 보니 감회가 깊다. 안정면 안심리 한가운데에 있는..

천년의나무 2008.02.11

방일리 느티나무

차를 몰고 길을 가다가 큰나무를 만나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운전 때문에 제대로 살필 여유는 없지만, 그래서 흘려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옆에 동승한 사람이 나무에 관심이 있는 경우는 의외로 많은 나무들을 보게 된다. 그래서 오래 되어 보이는 나무인 경우에는 차를 세우고 살펴보기도 한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 귀한 나무들을 만나기도 한다. 어느 날, 가평의 설악면을 지나다가 길 옆에 있는 이 느티나무를 우연히 만났다. 수령이 500여 년이 된 나무인데, 높이는 25 m에 달하고 나무둘레도 5.3 m로 큰 고목이다. 1982년에 가평군 보호수로 지정되었다고 안내문에 적혀 있다. 나무 옆에는 올갱이해장국과 순두부를 파는 음식점이 있다. 이 음식점의 이름이 '느티나무 가든'이..

천년의나무 2008.02.05

창의리 느티나무

동료가 가평의 설악면을 지나다가 오래된 느티나무를 보았다며 핸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여 주었다. 그리고 며칠 뒤에는 고맙게도그곳으로 안내까지 해 주었다. 설악면 창의리라는 마을의 정자나무인 느티나무다. 창의리 마을회관 앞 도로변에 있는 이 나무는 식재년도가 1480년이라고 되어 있다. 얼마나 정확한 년도인지는 의문이지만 사실이라면 나이가 500여 년이 되는 나무다. 높이는 28 m, 나무둘레는 6.8 m로 적혀 있다. 그러나 오랜 연륜 탓인지 나무 줄기의 반 이상은 썩어서 보형물로 채워져 있다. 그래도 겉모양은 온전하고 싱싱하게 보였다. 예전의 느티나무는 마을이 있다는 신호면서 쉼터의 역할을 했다. 우리 조상들과 가장 가까웠던 나무가 아마 느티나무일 것이다. 저런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는 마을은 왠지 고풍스..

천년의나무 2008.02.02

봉원사 느티나무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봉원사(奉元寺)는 신라 시대에 도선국사에 의해 '반야사'라는 절로 창건되었다. 그 뒤 조선시대 영조대에 이웃인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고 한다. 이곳에 자리잡은 지는 300년 정도가 되는 셈이다. 봉원사는 우리나라 태고종(太古宗)의 총본산이다. 태고종은 해방 후 대처와 비대처 제도간의 갈등이 심할 때 대처승들이 조계종에서 분리, 독립해 나온 종단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스님의 결혼을 허락하는 유일한 종단이다. 봉원사에는 오래된 느티나무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이 느티나무는 밑둥 줄기가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는 특이한 생김새를 하고 있다. 보통 느티나무는 하나의 원줄기에서 가지가 방사형으로 뻗어나는데, 이 나무는 줄기 자체가 처음부터 갈라지고 뒤틀린 기묘한 모양이다. 마치 분재 같은 느..

천년의나무 2007.11.05

학사루 느티나무

학사루 느티나무는 함양초등학교 구내에 있다. 원래는 학사루(學士屢)가 있었으나 1979년에 함양군청 앞으로 옮겨져서 지금은 나무만 남아 있다. 이름은 옛 그대로 학사루 느티나무로 부른다. 안내문 설명에 따르면 이 느티나무는 조선시대 영남학파의 종조인김종직 선생이 함양군수로 있을 때(1471-1475) 객사인 학사루 앞에 심었다고 한다. 따라서 수령은 약 600년가까이 된 것으로 보인다. 나무 높이는 21m, 가슴높이 둘레는 8.3m이며, 천연기념물 407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느티나무는 균형 잡히고 단아한 모습이 우리나라 느티나무 중 최고가 아닐까 싶다. 처음 본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올만큼 조형미가 빼어났다. 마치 옛 양반가의 귀티나는 안방마님 같은 인상이다. 긴 세월의 풍파도 이 나무를 비켜간 것 ..

천년의나무 2007.08.29

헤이리 느티나무

경기도 파주에 있는 헤이리 문화예술마을은 10년 전부터 조성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마을이다. 15만 평의 공간에집, 작업실, 갤러리, 카페 등으로 사용되는 예술적인 건축물들이 들어서 있다. 생태마을을 지향한다는데 건물들은 페인트나 타일을 바르지 않고 담장도 없는 자연과 소통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서울에서 가까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그런데 이 예술인 마을이 나에게는 너무 상업적 냄새가 나서별로 좋은 인상을 갖지 못했다. 현대의 트랜드가 돈과 문화라지만 여기서 순수한 예술의 향기를 맡기는 어려웠다. 대중과 가까이서 호흡하는 이런 문화적 장치도 필요하다는 생각이지만 예술이 지나치게 돈과 유희 쪽으로 기울어지는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이곳은 야경이 멋있다는데 환경생태마을이라면 밤에..

천년의나무 2007.07.10

용궁사 느티나무

영종도에 있는 용궁사에는 오래된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다. 각각 할아버지와 할머니나무로 이름 붙은 이 느티나무들은 수령이 1300 년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목이다. 이 정도 나이면 우리나라 느티나무 중 최고령에 해당된다. 두 나무 중 할아버지나무는 그런대로 생육 상태가 좋은 편이고, 할머니나무는 한 쪽 줄기가 완전히 죽어버렸다. 그래도 남은 줄기에서는 봄의 새잎이 파랗고 무성하게 돋아나고 있다. 나무 아래 길에서 윗방향으로 바라본 모양이 마침 역광이어서 힘있는 사진으로 찍을 수있었다. 용궁사(龍宮寺)는 신라 문무왕 10년(670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하여 '백운사(白雲寺)'로했다고 한다. 이 절 뒷산 이름이 백운산이다. 그러니까 느티나무는 절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는셈이다. 절 옆으로는 산으로 오르는 길이 나..

천년의나무 2007.05.04

갤러리''다'' 느티나무

갤러리 '다'에 갔다가 전시보다는 뜰에 있는 느티나무를 더 오래 바라보았다. 마침 갤러리 주인이 옆에 있어서 이 느티나무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땅을 구입하려고 왔을 때 집은 폐가 비슷했고 마당에 있던 느티나무도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고 한다. 나무 주위는 동네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로 가득했다고 하는데 그래도 이 느티나무 하나를 보고 터를 구입했다고 한다. 집을 리모델링 해서 전시장으로 꾸미고, 그리고 마당의 느티나무도 적지 않은 돈을 주고 전문가에게 맡겨 살려냈다는 것이다. 수령이 약 400년으로 추정되는 느티나무인데 나무 줄기 중 반 이상이 죽어있지만 그래도 지금은 싱싱한 잎을 달고 이 전시장의 명물이 되고 있다. 비록 나뭇가지가 대부분 잘려진 안스러운 모습이지만 그래도 이 느티나무 때문에 전..

천년의나무 2006.09.15

화양동 느티나무

내가 살고 있는 광진구에는 서울시 기념물 2호로 지정된 나무가 있다. 화양동 110번지에 있는 이 느티나무다. 원래 이 자리에는 조선시대 세종 14년(1432)에 세워진 화양정(華陽亭)이라는 정자가 있었다고 있다. 나무 옆에는 그 위치를 알리는 표석이 세워져 있다. 화양정 아래로는 말을 키우던 목장이 있어서 이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말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세종 임금은 이곳에 별장을 짓고 휴식을 취하곤 했다고 안내문에 적혀 있다. 또한 세조에게 쫓겨난 단종 임금이 영월로 귀양 갈 때 하루 밤을 울며 지새웠다는 애사가 서린 곳이 화양정이기도 하다. 조선왕조실록에서 화양정을 검색해 봤더니 세종 때 기록은 나오질 않고 총 14 건이 검색 된다. ‘신빈(愼嬪)이 온양으로부터 돌아오니, 세..

천년의나무 2006.08.28

성읍리 느티나무

지난 달에 제주도 성읍민속마을을 찾아들어가니 집집마다에서 사람들이 나와 안내를 자청했다. 알고 보니 이렇게 개별적으로 안내를 하고 나중에 특산품을 사 가라고 권유한다고들 한다. 나에게는 이런 시스템이 왠지 어색하게 느껴졌다. 자유롭고 둘러보고 싶어도 주민들 시선이 부담이 돼 망설이게 된다. 마치 현대식 쇼핑 매장에서 점원들의 호객 행위와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민속적인 면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그냥 느티나무에 대해물으니 실망하는 눈치로 위치를 알으켜 준다. 성읍마을은 조선시대 약 500 년간 지금 식으로 하면 군청 소재지에 해당되는 지역이었다. 그 전 고려 시대 때부터 이곳에 나무가 울창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는데, 수령 1천 년으로 추정되는 이 느티나무의 역사도 그 때까지 올라가는 것 같다. 길..

천년의나무 2006.03.13

행촌리 느티나무

이 나무는 종덕리 왕버들과 이웃한 마을에 있다. 행정구역 명칭으로는 행촌리이지만 마을 사람은 동령리라고 부르는 것 같다. 나무로 찾아가는 입구에 서있는 안내판에도 동령리 느티나무라고 적혀 있다. 이 느티나무는 크기가 다른 것에 비해 크지는 않지만 울퉁불퉁한 나무 줄기가 굵고 우람하다. 마치 힘 좋은 황소를 보는 것 같다. 옆에 우사(牛舍)가 있어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고목이 느티나무인데 그 생김새는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공통적으로는 오랜 삶의 연륜에서 풍기는 무게가 있다. 지금은 사람들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이 정도까지 생존하자면 수 많은 난관을 헤쳐나왔을 것이다. 나무 앞에 세워져 있는 안내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천연기념물 제 280 호 전북 김제시 봉남면..

천년의나무 2005.10.13

태장리 느티나무

오래 된 동네 어귀에는 정자나무라고 불리는 고목이 있다. 대개 느티나무, 팽나무, 은행나무로 되어 있는 이런 나무들은 동네 사람들의 휴식처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지주가 되기도 한다. 어느 날 순흥을 지나다가 이 정자나무를 만났다. 국도 바로 옆에 있어서 쉽게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안내문에 보면 이 나무의 나이는 약 600년으로 추정되며, 높이는 13m에 달하는데 주민들의 휴식처이면서 마을의 안녕과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수호신 역할을 한다고 적혀 있다. 그래서 음력 정월 보름이면 이 나무 아래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 동제(洞祭)를 지낸다고 한다. 그 말대로 나무 아래에는 돌로 만든 제단이 놓여 있다. 그런데 지금 한여름의 오후 시간, 동네며 나무는 온통 침묵 속에 잠겨 있다. 고목에 매미 소리 들리고,..

천년의나무 2005.08.22

두물머리 느티나무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있는 느티나무이다. 수령은 약 400년이고, 높이는 26m로 경기도 지정 보호수로 관리되고 있다. 안내문에 보면 예전에 이곳이 두물머리 나루터였는데 한양과 왕래하는 짐을 싣고 온 말이나 소들이 이 느티나무 아래서 쉬었다고 한다. 지금은 하류에 팔당댐이 건설되어 그때와는 지형이 많이 변했을 것이다. 수량이 많아져서 느티나무 바로 옆에까지 강물이 들어와 있는데, 강이라기 보다는 거대한 호수로 보인다. 나무 옆에 서서 그 옛날의 풍경을 연상해 보려 하지만 세상이 너무 많이 변했음을 실감한다. 하여튼 이곳에서 보이는 경치는 아주 좋다. 강변을 따라 산책길이 길게 만들어져 있어 데이트 장소로도 최고일 것 같다. 어느 TV 드라마의 촬영 장소였기도 해서 찾는 이가 많다는데, 만약..

천년의나무 2005.01.02

그 느티나무 아래로 가자 / 최옥

그랬지... 그곳엔 세월 가도 바래지 않을 풀빛 추억이 지금도 뛰어다니고 있는 걸 가위바위보에 터지던 웃음 소리 공기놀이에 지지 않던 해가 아직도 비추고 있는 걸 그랬지... 그 나무 아래서 먼 훗날 우리의 날들이 나무 그늘 밖의 저 햇살이길 소원하거나 꿈꾸지는 않았지만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추억을 두고 왔는 걸 한 방울 눈물없이 아름다웠던 내 여덟 살이 거기 있는 걸 다래끼집 몰래 지어두고 지켜볼 때 내 작은 몸을 온전히 숨겨주던 내 전부를 기대고 섰던 나무 한 그루 거기 있는 걸 밤 하늘에 토끼풀같던 별들이 만발해지면 그 때 그 아이들 하얀 풀꽃 따다 만든 꽃다발 오늘 밤도 내 목에 걸어주는 걸 유난히 날 좋아했던 첫 사랑 그 아이의 커다란 눈이 아직도 날 바라보고 있는 걸 비 오고 바람 부는 날의..

시읽는기쁨 2004.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