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208

백련사 느티나무

강화도 고려산에 있는 백련사는 봄이면 몸살을 앓는다. 고려산 진달래 축제가 열리는 한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구경꾼들이 고인돌광장에서부터 백련사를 거쳐 진달래 꽃밭에 간다. 사람 발길 드문 조용한 산사가 한 달 정도 시장통이 된다. 스님들도 봄 몸살로 고생할 것 같다. 고구려 장수왕 4년(416)에 인도에서 온 천축조사가 절터를 찾다가 강화도에서 다섯 색깔의 연꽃이 만발한 연못을 발견했다. 색깔별로 연꽃씨를 채취하여 공중에 날려 떨어진 곳마다 가람을 세웠다는데 그 중에서 흰 연꽃씨가 떨어진 곳이 바로 백련사(白蓮寺)다.이 산의 원래이름은 오련산(五蓮山)이었는데 뒤에 고려산으로 바뀌었다. 아마 고려 시대에 왕실이 강화도로 피난온 것에서 그렇게 바뀌지 않았나 싶다. 전설대로라면 백련사는 유서 깊은 고..

천년의나무 2011.04.27

구괴정 느티나무

아산시 배방면 맹사성고택 옆에 구괴정(九槐亭)이 있다.조선 세종 때 맹사성(孟思誠) 정승이 황희(黃喜), 권진(權軫) 정승과 함께 느티나무 세 그루씩 아홉 그루를 심었다고 해서 명명한 정자다. 세 정승은 이곳에서 시문을 지어 읊으며 망중한을 즐기고 국정을 논의하는 한편 일하는 농민을 불러 위로하고 민정도 살폈다고 한다. '九槐亭'이라는 현판은 신축한 정자 안쪽에있고, 겉에는 '三相堂'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세 정승이 국사를 논의하던 곳이라는 뜻이다. 느티나무보다는 정승이 들어간 이름을 내거는 게 더 자랑거리가 된다고 생각해서일까. 그때로부터 60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세 분이 심었다는 느티나무들은 늙어 대부분 수명을 다했고, 지금은 두 그루만이 남아 있다. 그것도 철제 지지대에 의지해 노쇠한 몸..

천년의나무 2011.03.29

광덕사 느티나무

광덕사에는 두 그루의 느티나무 보호수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일주문을 들어서면 바로 만난다. 왼편 길 옆에 있는데 우람한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높이는 20 m, 줄기 둘레는 5.5 m이고 수령은 400여 년으로 추정된다. 다른 보통의 느티나무와 달리 키가 상당히 큰 편이다. 또 다른 느티나무는 대웅전 뒤 산비탈에 있다. 워낙 경사가 가팔라서 가까이 가기는 어렵다. 저런 지형에 고목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그동안 산불의 피해도 여러 번 겪었을 텐데 400년의 세월을 생존해 왔다는 게 대단하다. 일주문 쪽에 있는 느티나무와 달리 이 나무는 상처가 많이 보인다. 그만큼 더 안스럽게 여겨지는 나무다. 두 나무는 절의 앞과 뒤에서 비슷한 세월을 살며 고찰을 지키고 있다.

천년의나무 2011.03.25

신전리 느티나무

고향에 있는 신전리(新田里) 마을 앞에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함께 했던 나무다. 그러나 우리가 다니던 길에서는 좀 멀리 떨어져 있어 이 나무에 얽힌 추억은 거의 없다. 어쩌다 나무 옆을 지나게 될 때 올라가 놀았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이 느티나무는 신전리 당산나무였다. 정월 대보름이 되기전 날에 동네 사람들이 이 나무 아래에 모여 동제(洞祭)을 지냈다고 한다. 먼저 연초가 되면 제사를 주관할 유사(有司)를 네 사람 뽑았다. 유사는 지난 한 해 동안 아무 흉사가 없었던 집에서 골라야 했다. 그리고 영주 우시장에서 가서 제물로 바칠 소를 사 가지고 오는데 소에게는 존칭을 썼다. 보통 "이랴!"라고 하지만 이 소에게는 마치 사람에게 하듯 "가시더"라고..

천년의나무 2011.01.22

귀신사 느티나무

절 이름이 귀신사? 처음 들으면 고개가 갸웃할 것이다. 그러나 한자로는 '돌아올 귀'[歸]에 '믿을 신'[信]을 쓴다. 믿음으로 돌아오는 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름이다. 신라 문무왕 16년(676)에 창건된 유서 깊은 절이다. 전북 김제에 있다. 귀신사를 처음 찾았던 것은 10여 년 전이었다. 그때 절 뒤 언덕에 있는 느티나무 삼형제가 인상적이었다. 그 느티나무를 보러 이번에 다시 들렀다. 귀신사로 들어가는길은 전에 비해 잘 정비가 되어 있었다. 경내도 훨씬 더 단정해졌다. 그러나 느티나무만은 여전히 그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나무는 수령이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다. 눈대중으로 볼 때 100년 남짓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이곳이 귀신사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다. 3층석탑과 느..

천년의나무 2011.01.04

마실길 느티나무

그저께 걸었던 북한산 둘레길 중 마실길에서 만났던 느티나무다. 진관사를 중심으로 한 주변 둘레길에는 일이백 년 정도 되는 느티나무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길 옆에 있던 이 느티나무도 그중 하나다. 수령은 150년 정도 되었고, 키는 13 m, 줄기 둘레는 3.8 m 가량이다. 산자락에서 자라고 있어선지 나무는 건강하고 모양도 아름답다. 은평구 진관외동에 있다. 지금은 나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지만 여름이면 이 나무 그늘 아래서 많은 트래커들이 땀을 식히며 쉬고갈 것이다. 주변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휴식 시설도 잘 되어 있다. 북한산 둘레길을 걸으면서 이런 나무들을 만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천년의나무 2010.12.10

꿈의숲 느티나무

서울 강북구 번동에 있는 '북서울 꿈의숲' 입구에 있다.공원을 찾는 사람들은 우선 이 나무와 눈맞춤을 하고 들어가게 된다. 안내문에 보면 1968년에 보호수로 지정되었다는데 수령이 갓 200년을 넘은 느티나무치고는 일찍부터 보호를 받고 있는 셈이다.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나무의 키는 13 m, 줄기 둘레는 2.7 m인데 아직 젊은 기개가 씩씩하다. 꿈의숲공원을 대표하는 나무라고 할 수 있다. 친지 결혼식에 간 길에 옆에 있는 이 공원에 들렀다. 안개 자욱한 날이었다. 전에이곳은 드림랜드라 불린 놀이공원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탈 기구들이 많았다. 그때 왔었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꿈의숲이라는 공원으로 새로 조성하고 개장한지 이제 1년이 되었다. ..

천년의나무 2010.11.12

연풍초 느티나무

첫인상은 단정한 단발머리 소녀 같았다. 시골 초등학교에 잘 어울리는 느티나무였다. 충북 괴산에 있는 연풍초등학교에는 오래된 느티나무가 두 그루 있다. 한 그루은 정문 옆에 있고, 한 그루는 교사 앞 놀이터에 있다. 놀이터에 있는 느티나무는 아이들의 동무 역할을 하고 있다. 옆으로 뻗어나간 줄기가 아이들이 올라가 놀기 좋게 생겼다. 이곳은 예전에 연풍 관아가 있던 터 같다. 운동장에 동헌 건물이 남아 있다. 지금은 수리중이라 어수선하다. 인근에도 오래된 관청으로 쓰인 듯한 한옥 건물들이 몇 채 보인다. 그러므로 이 느티나무들은 옛날 관청의 조경수로 심어졌을 것이다. 연풍초등학교도 역사가 오래 되었다. 1908년에 문을 열었다니 100년이 넘었다. 운동장에는개교 100주년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두 느티나무..

천년의나무 2010.11.04

공림사 느티나무

고목 중에서 느티나무가 가장 많다고 하지만 그래도 천 년 이상된 느티나무는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 대략 스무 그루 정도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여기 공림사의 느티나무도 그중의 하나로 천 년의 나무다. 공림사에는 오래된 느티나무가 여러 그루 있는데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길 끝에천 년의 느티나무가 있다. 말이 천 년이지 천 년을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는 감히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이 나무가 자리한 곳에는 큰 바위가 있는데 둘은 무척 잘 어울려 보인다. 그러나 나무에게 바위는 또 아득한 존재일지 모른다. 줄기는 천 년의 연륜이 새겨진 듯 울퉁불퉁하게 생겼다. 말 그대로 괴목이다. 그러나 상체는 줄기에 비해 허약하다. 나무는 긴 세월을 지나면서 많은 수족을 잃었을 것이다. 줄기 둘레는 ..

천년의나무 2010.08.19

관아공원 느티나무

충주시 성내동에 있는 관아공원(官衙公園)은 조선시대 때 충청감영이 있던 터다. 선조 때 감영이 공주로 옮겨간 뒤에는 충주목(忠州牧)의 관아로 사용되었다.지금은 청녕헌(淸寧軒) 등 옛 건물 일부가 남아 있는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이 관아공원 안에 수령이 500여 년이 된 느티나무가 있다. 옛날에 관찰사가 근무할 때도 살아있었던 오래된 느티나무다.큰 줄기 두 개가V자형으로 갈라졌지만작은 줄기들이 많이 잘려서 나무는 크기에 비해 왜소해 보인다. 안내원의 설명으로는벼락을 맞아서 상한 탓이라고 한다. 사실 많은 나무들이 벼락이나 화재로 인하여 도중에 삶을 마치는 경우가 많다. 또 인간의 손길을 피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수 백년 간 무사히 생존한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인지 모른다. 이 나무는 높..

천년의나무 2010.08.11

연원동 느티나무

상주는 조선시대 때 경상감영이 위치하기도 했던 전통의 고을이다. 그래선지 상주에서는 정자나무나 당산나무가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이 눈에 띄었다. 길을 가다가 큰 나무가 있으면 차를 세우고 둘러보는데 상주에서는 너무 자주 나타나 어지간한 나무는 그냥 지나치게 되었다. 그래도 연원동에 있는 이 나무가 끌어당기는 자력에는 이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느티나무는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전형적인 당산나무인데 우선 크기에 압도된다. 그리고 나무 앞에 서면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운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 생김새 때문인지 왠지 왜소해지고 위축되는 것 같다. 나무의 카리스마가 상당하다. 나무를 처음 만날 때 가장 궁금한 것이 나무의 나이다. 그러나 나무의 나이를 확실히 알 수는 없다. 가장 정확한 방법이 나이테..

천년의나무 2010.07.31

성흥산성 느티나무

부여군 임천면에 있는 성흥산성(聖興山城)은 백제 동성왕 23년(501)에 축조된 성이다. 옛 이름은 가림성(加林城)이었다. 부여 남쪽에 있는데 사비로 천도하기 37년 전에 만들어졌으니 아마 남쪽에서 웅진으로 침투하는 적을 막기 위한 방어진지였을 것이다. 이 성흥산성 남문터에 멋진 느티나무가 있다. 수령이 400년 정도 된 고목인데 잘 생겼고 늠름하다. 정자나무로서의 느티나무는 대개 마을 입구나 한가운데에 있는데 250 m나 되는 산 정상부에 이렇게 크고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 주위에 다른 높은 산이 없다보니 넓은 하늘을 배경으로 이 나무만이 독야청청하다. 때를 잘 맞춘다면 멋진 사진작품을 만들 수 있는 나무라고 생각된다. 백제 산성이라는 이미지라면 늦가을이나 겨울이 적당하지 않을까. 그..

천년의나무 2010.07.09

봉남동 느티나무

큰 나무를 보기 위해 안성향교를 찾아갔다. 퇴락해가는 향교 건물 주위에 몇 그루의 고목이 있었으나 크게 주목할 나무는 아니었다. 향교를 지키고계시던 분에게 오래된 나무를 물으니이 느티나무를 가르쳐주셨다. 향교에서 가까운 봉남동의 대로변에 있었다. 그래도 이 느티나무는 주변 공간이 넉넉해서 온전한 수형을 갖추고 있었다. 한 바퀴 돌면서 보았는데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균형 잡힌 몸매가 아름다웠다. 나무 높이는 12 m, 줄기 둘레는 6.8 m이고, 나이는 350 살이다. 안성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도시에 있는 여느 나무들이 그러하듯 이 나무 역시 도시화로 인한 급격한 환경 변화를 겪고 있다. 350 년 전으로 올라가지 않더라도 수십 년 전만 해도 이곳은 시 외곽의 한적한 마을이었을 것이다.나무 주변에남..

천년의나무 2010.05.11

구포동 느티나무

안성시내에 있는 안성향교 부근에는 오래된 느티나무들이 많다. 지금은 안성초등학교를 비롯한 여러 학교들과 교육청이 자리잡고 있지만예전에는 이곳이 관공서가 아니었나 싶다. 옛 자취는 사라지고 오래된 나무들만 이곳저곳에 산재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오래된 느티나무 두 그루가 교육청 옆에 있다.거의 700 년의 연륜을 자랑하는데 줄기의 굵기가 굉장하다. 그러나 줄기에 비해 나뭇가지는 빈약한 편으로 가지가 많이 잘려나가서 기형의 모양을 하고 있다. 또 바로 옆으로 도로가 지나가고 나무는 보도 위에 있는데 생육 환경이 열악한 점이 아쉽다. 안성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 이 나무를 실제보호할 대책이 절실해 보인다. 나무 높이는 15 m, 줄기 둘레는 7 m이다. 수령이 700 년인 느티나무라면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도..

천년의나무 2010.05.04

하회마을 느티나무

하회마을에 있는 많은 나무들 중에서 이 느티나무가 가장 오래 되었으면서 또한 마을을 대표하는 나무다. 풍산 류씨가 이곳에 터를 잡았을 때 심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나이는 600살 쯤 되었다. 풍수지리적으로도 이 나무는 마을의 혈(穴)에 해당되는 위치에 있는데, 정월 대보름이면 이곳에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제(洞祭)를 올린다고 한다. 이 나무는 삼신당(三神堂) 신목(神木)으로 불린다. 삼신할머니는 아기를 점지해주고 출산과 성장을 돕는 우리 전통의 신앙 대상이다. 아기를 갖지 못하는 여인네들의 애달픈 비손을 이 나무는 얼마나 많이 지켜보았을 것인가. 지금도 나무 둘레에는 관광객의 소원을 적은 흰 종이가 빼곡히 매달려 있다. 그래선지 나무의 생김새도 삼신할매 마냥 푸근하고 넉넉하다. 밑에서부터 왕관 모양..

천년의나무 2010.01.28

전등사 느티나무

똥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더니 절에 가도 부처님보다는 오래된 나무만 살피게 된다. 우리나라 절은 보통 고목 한두 그루쯤은 있는 법이니 그런 나무 구경하는 재미가 나에게는 가장 좋다. 처음 만나게 되는 나무라면 더욱 반갑겠지만 여러 번 보더라도 또 그대로 반갑기는 마찬가지다. 나에게는 나무가 가장 은혜로운 설법이라고 할 수 있다. 강화도 전등사 대웅전 앞뜰에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다. 안내문이 없어 정확치는 않지만 내 눈에는 나이가 삼사백 살 쯤 되어 보이는 나무다.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단아한 모습이 인상적인 나무다. 마치 절을 지키는 정갈한 수도승 같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절을 찾아오는 손님을 허리 굽혀 공손히 맞이하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만약 이 느티나무가 없다면 전등사의 분위기는 달라졌을 것..

천년의나무 2009.12.02

양평동교회 둥근잎느티나무

1885년 4월 5일 장로교회의 언더우드 선교사와 감리교회의 아펜젤러 부부가 인천항에 첫발을 디딤으로써 한국 개신교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언더우드는 교육과 복지사업을 병행하며 여러 군데 교회를 세우는데 영등포에 있는 양평동교회는 그가 한국에 들어온지 22년째 되는 1907년에 설립한 교회다. 102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 양평동교회에 언더우드가 교회 설립을 기념하며 심었다고 전해지는 둥근잎느티나무가 있다. 안내문에 보면 이 나무는 언더우드 선교사가 미국에서 가지고 온 것이라고 한다. 둥근잎느티나무는 영국이 원산으로 원명은 울무스(Ulmus)이며, 미국 남부 지방에는 오래된 둥근잎느티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고 한다. 일반 느티나무에 비해 잎이 넓고 나무 껍질도 우둘투둘하다. 교회를 세울 당시 이곳은 한양..

천년의나무 2009.10.16

가금리 느티나무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가금리는 애기봉(愛妓峯) 가는 길목에 있는 마을이다. 지금은 몇 호 되지 않는 작은 마을에 오래된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다. 나무의 연륜으로 보아서는 예전에 이곳에는 꽤 큰 마을이 있지 않았나 추정된다. 수령은 500년 가까이 되는 고목으로 이미 80년대에 보후수로 지정되었다. 멀리서도 눈에 띄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그 웅장함에 사뭇 압도 당한다. 지금도 싱싱하게 자라는 두 그루가 마치 다정한 부부처럼 정겹게 마주 보며 서 있다. 인간은 백년해로를 말하지만 이 나무들은 아마 천년해로를 약속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나무의 관리가 소홀하다는 것이다. 보호수라고 철책을 둘러 놓았을 뿐 주변은 잡초가 무성한 상태로 엉망이다. 마을의 정자나무를 신목(神木)으로 대하며 정성들여 ..

천년의나무 2009.06.14

남한산성 남문 느티나무

남한산성 남문은 성남 쪽에서 올라가는 주출입문이다. 성곽 바깥쪽에 보호수로 지정된 네 그루의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는데, 아쉽게도 이미 한계수명에 이른 나무도 있다. 다행히도 주변이 공원으로 조성되고 느티나무의 생육 조건도 좋아졌다. 남한산성 성곽은 인조 4년(1626)에 준공되었는데, 느티나무는 당시 성곽 사면의 토양 유실을 방지하면서 차폐의 목적으로 심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느티나무들의 수명도 400 년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남한산성 안쪽에는 오래된 느티나무들이 산재해 있지만 이렇게 성곽 바깥쪽에 있는 것은 남문이 유일하다. 아마 예전에도 가장 중요한 남한산성의 관문이었던 것 같다. 1636 년 겨울, 인조는 40여 일을 버티다가 결국은 삼전도에서 무릎을 꿇고 항복한다. 변변한 군사나 무기도..

천년의나무 2009.06.08

고달사지 느티나무

폐사지에 서 있는 한 그루 고목만큼 흥망성쇠의 허무함을 말해 주는 것도 없다. 성(盛)하면 쇠(衰)하고 차면 기우는 진리에서 나무라고 예외는 아니지만 폐허로 변한 유적지에 우뚝 서 있는 고목은 인간사의 무상함을 말없는 말로 전해준다. 여주 고달사지 입구에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나이가 400 년이 되었다니까 고달사가 폐사된 경위를 이 나무는 알고 있을지 모른다. 전에는 이 주위에 마을이 있었다는데 그렇다면 사하촌의 당산나무였을 수도 있다. 사연이야 어찌 되었든복구를 끝낸 허허벌판 절터에서 이 느티나무는 단연 돋보인다. 고달사지 느티나무는 곱고 단아하게 생겼다. 가까이서보다는 멀리서 볼 때 더욱 그렇다. 곱게 늙어가는 참한 여인네가 연상된다. 이 느티나무의 높이는 18 m이고, 줄기 둘레는 4...

천년의나무 2009.05.07

남면 느티나무

경기도 양주시 남면 황방리에 있는 이 느티나무는 나이가 850살 정도로 추정된다.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나이다. 나무 높이는 24.5 m, 줄기 둘레는 7.8 m에 이르는 거목으로 천연기념물 278 호로 지정되어 있다. 나무는 나이 탓인지 많이 노쇄한 느낌이다. 특히 태풍으로 큰 가지가 잘려나가 제대로 균형 잡힌 모양은 아니다. 줄기에도 큰 구멍이 생겨서 보형재로 채워져 있다. 지금도 가지와 가지는 서로 쇠줄로 묶어 놓아 부러지는 것을 막고 있다. 그런데 나무에다 직접 쇠못을 박아서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얕은 산 아래의 작은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이 느티나무는 우리의 전형적인 정자나무라 할 수 있다. 아마 이 마을에 처음 정착한 사람이 심은 나무인지도 모른다. 수많은 세대가 바뀌며 지..

천년의나무 2009.03.19

자운서원 느티나무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자운서원(紫雲書院)은 율곡 이이 선생의 학문과 덕망을 섬기기 위해 세운 서원이다. 광해군 7년(1615)에 창건하고 효종 원년(1650)에 사액(賜額)을 받았는데 선생의 위패를 봉안하고 제향을 올리던 곳이다. 또 서원 안쪽 산기슭에는 선생을 비롯한 가족묘가 있다. 이곳 자운서원 강인당(講仁堂) 앞에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있다. 적어도 500 년은 되어 보이는데 괴목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생김새가 우락부락하다. 그리고 줄기나 가지에 많은 상처의 흔적이 남아있어 성장 환경이 좋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자운서원은 한국전쟁 때 완전히 파괴되어 새롭게 건축한 것이다. 이 느티나무 또한 전화에서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산 아래에 넓게 자리잡은 자운서원은 깔끔하게 단정되어 있는데, ..

천년의나무 2009.03.12

화석정 느티나무

경기도 파주에 있는 화석정(花石亭) 주변에는 오래된 느티나무들이 많다.나이가 많은 것은 500 년 쯤으로 추정되니까 아마 이 중 몇은 율곡 선생과도 함께 하지 않았나 여겨진다. 옛 화석정은 한국전쟁 때 불에 타 없어지고 지금의 정자는 1966 년에 다시 지은 것이다. 깔끔한 새 건물이어서 고취를 풍기는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행히건물 양쪽에 두 그루의 느티나무 고목이 있고, 앞쪽으로 여러 그루의 나무들이 있어 이곳의 역사성을 말해주고 있다. 만약 느티나무가 없었다면 화석정은 더욱 썰렁했을 것이다. 그 중에서 화석정 오른쪽에 있는 나무가 가장 오래 되어 보인다. 줄기는 썩어서 보형재로 채워져 있지만 가지들은흐트러짐 없이 잘 자라고 있다. 왼쪽 느티나무는 수령은 오래 되어 보이지 않지만 모양이 단아하고 예..

천년의나무 2009.03.08

덕이동 느티나무

송포 백송에서 약 50 m 정도 떨어진 곳에 이 느티나무가 있다.어느 어린이집 마당에 있는데 행정 명칭으로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덕이동 207 번지이다. 나무는 두 개의 줄기가 한데 엉켜서 한 나무로 자라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연인이 포옹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 재미있는 것은 나무 줄기가 갈라진 곳에 돌을 던져서 구멍에 들어가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다. 나무의 그 부부이여자의 몸을 연상시키는데, 돌을 던지는 행위는 합환의 상징일 것이다. 이것 또한 우리나라 곳곳에 산재하고 있는 득남 신화의 한 형태로 보인다. 나무는 키가 25 m, 줄기 둘레는 5.1 m이다. 수령은 약 500여 년이 되었다. 경기도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천년의나무 2009.03.04

경복고 느티나무

경복고등학교 구내에는 시 보호수로 지정정된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다. 수령은 565 년이라고적혀 있지만 얼마나 사실인지는의문이다. 오래된 나무를 일 년 단위까지 자세하게 나타내는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나 그런 년수를 떠나서 이 나무와는 여기서 근무하는 5 년동안 정이 많이 들었다. 사람이라면 초지일관 한 자리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지는 못했을 것이다. 사실 나무에 대해 존경의 념을 품는 게 그것이다, 힘들어도 어려워도 나무는 자신의자리를 지킨다. 나무는 인간처럼 촐삭대지는 않는다. 세파에 시들려 축 처진 몸과 마음으로 교정을 나설 때, 세상과 인간을 원망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길 때 느티나무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서 나를 지켜봐 주었다. 출근길의 바쁜 발걸음이며 퇴근길의 지친 발걸음을 느티..

천년의나무 2009.01.30

오가리 느티나무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에 있는 이 느티나무를 만나러 갈 때는 해가 기우는 저녁 무렵이었다. 면소재지는 도로 공사로 어수선했다.나무를 찾지 못해서 헤매다가 길에서 일하고 있던 인부에게 물으니 바로 가르쳐 주었다. 작은 다리를 건너니 우령마을 안내판이 나오고 바로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눈에 띄었다. 오가리(五佳里)는 산, 물, 땅이 좋고 곡식과 인심까지 좋아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그래선지 마을 안내판도 친절하고 재미있었다. 마을 전경을 찍은 사진에 집집마다 주인 이름을 적어 놓아서 누구라도 쉽게 집을 찾을 수 있게 했다. 여기는 원래 세 그루의 느티나무와 정자가 있어 삼괴정(三槐亭)으로불렸다고 한다. 약간 높은 곳에 있는 느티나무를 상괴목이라 하는데 줄기 둘레 8 m, 높이 25 m로 하괴목보다 더 크다. ..

천년의나무 2008.10.29

청용리 느티나무

참 이쁜 느티나무다. 멀리서 보나 가까이서 보나 자태가 곱고 단아하다. 단정히 머리를 빗고 앉은 고운 여인네를 보는 것 같다. 이 느티나무는 괴산군 청안면 청용리에 있는데 나이는 300 살 쯤 되었다. 나무의 높이는 15 m, 줄기 둘레는 5.5 m이다. 그런데 들판에 있는 이 느티나무는 조금은 외로워 보인다. 느티나무는 아무래도 마을에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러나 그건 사람의 생각이고, 느티나무는 차라리 저 장소가 자유롭고 좋을지 모른다. 바람이 거침없이 지나가는 길에서 밤이면 별 친구들도 맘껏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천년의나무 2008.10.22

읍내리 느티나무

청안면 읍내리에 있는 은행나무를 찾아가던 길에 읍내리 경찰 지구대 옆에 있는 이 느티나무를 우연히 발견했다. 이렇듯 예기치 않게 새 나무를 알게 되는 경우는 그 기쁨이 더욱 크다. 더구나 이 느티나무는 사람의 시선을 당기는 마력이라도 있는 듯 했다. 엄청나게 굵은 줄기와 그에 비해 왜소한 가지의 불균형이 범상치 않은 느낌을 주었다. 안내문에 보면 이 나무는 고려초에 심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렇다면 수령은 1천 년이 족히 넘는다. 사실이 그렇다면 대단한 나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보호수로도 지정되어 있지 않은 걸 보니 얼마까지 믿어야할 지는 의문이다. 나무는 거대한 줄기에 비해서 상체는 매우 왜소하다. 아마 가지들이 죽고 새 가지가 자랄 여력이 없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줄기도 뒷부분은 거의 썩어 없..

천년의나무 2008.10.17

용기리 느티나무

진천군 초평면 용기리 넓은 들판 한가운에 이 느티나무가 있다.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띄는데 가까이 가서 보면 크기도 크기려니와 두 줄기에서 갈라진 수형이 마치 나비의 날개를 편 모양같다. 전체적으로 잘 균형이 잡힌 멋진 느티나무다. 또 이 느티나무 옆에는 정선 전씨(旌善 全氏) 효부문(孝婦門)이 있는데 조선 현종 7년(1666)에 건립된 것이다. 이 나무의 나이와 대략 비슷한 걸 보니 나무와 효부문이 관련이 있지 않나도 싶다. 나무는 높이가 11 m,줄기 둘레는 6.4 m에 이르고 나이는 300여 년이 되었다. 땅에서 두 줄기가 나와 하나로 합쳐졌다가 다시 갈라졌다. 모양새가 무척 아름다운 느티나무다.

천년의나무 2008.10.13

일원동 느티나무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가 있다. 대모산 자락에 숨어있어 쉽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90년대에 이곳이 택지지구로 개발되기 전에는 농가 몇 채가 있었던 작은 마을이었다. 지금은 터널이 뚫리고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는데, 나무 주위는 작은 공원이 만들어져 있다. 마침 공원 의자에 여든이 넘으신 할머니 두 분이 앉아계시다가 나무를 살피는 나를 보고는 나무에 대해 친절히 설명을 해 주셨다. 당신이 이 마을로 열일곱 살에 시집을 왔을 때 이웃집 마당에 이 느티나무가 있었다고 한다. 그때도 그늘을 온 집에 드리울 정도로 나무가 컸는데, 개발이 되면서 집이 헐리고 덩그마니 나무만 남았다는 것이다. 한때 나무가 병에 걸려 줄기가 썩으며 쇠약해졌는데 나라에서 주사도 주고 줄기도 때우고 해서 지..

천년의나무 2008.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