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208

무등산 느티나무

무등산을 오르다 보면 증심사(證心寺)를 지나 중머리재로 가는 길에서 큰 느티나무를 만난다. 등산로 한복판에 있어서 경사로를 오르다가 고개를 들면 시야 가득 느티나무가 반긴다. 이런 높이에서 이만한 느티나무를 만나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 느티나무 주변은 등산객이 쉬어갈 수 있도록 의자랑 넓은 쉼터가 만들어져 있다. 한쪽에는 송풍정(松風亭)이라는 정자도 있다. 얼마나 오래된 정자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느티나무로 보아 옛날에 이곳은 분명 사람의 활동과 관련된 장소였던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이 느티나무는 수령이 450년이고, 높이는 28m, 줄기 둘레는 4.8m다. 마치 무등산을 호위하는 지킴이처럼 우뚝하니 서 있다.

천년의나무 2013.01.11

심곡서원 느티나무

용인에 있는 심곡서원(深谷書院)은 조광조 선생을 기리기 위해 1650년에 건립되었다. 이 느티나무는 서원이 세워질 때 같이 심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높이는 17m, 줄기 둘레는 4m다. 옆에 있는 향나무와 V자를 만들며 서 있다. 그 모습이 마치 선생 당시의 사림파와 훈구파의 대립 같아 보여서 재미있다. 서원 뒤편에는 또 다른 느티나무가 있다. 역시 비슷한 크기에 비슷한 수령이다. 더 뒤편에는 오래된 은행나무도 보이는데 서원 땅이 아닌지 담장 밖에 있다. 심곡서원은 대원군의 서원 철폐에도 훼손되지 않고 존속되었다고 한다. 사방이 아파트 단지로 개발되고 있는 속에서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세월의 무상함을 전하고 있다.

천년의나무 2012.12.01

삼옥리 느티나무

강변에 있으면 무슨 나무든 멋있게 보인다. 특히 이런 고목이 강물과 어우러진 풍경은 아름답다. 흐르는 물이 상징하는 세월을 나무는 고스란히 받아 안고 서 있다. 영월 부근의 동강을 지나다가 건너편에 있는 이 느티나무를 보고는 강을 건너 가까이 가 보았다. 수령 500여 년이 된 마을 성황당목이었다. 옆에는 쉼터도 있고,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었다. 예전에는 당집이 있었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를 올렸다고 한다. 나무 높이는 28m, 줄기 둘레는 7.3m다.

천년의나무 2012.11.12

지경리 느티나무

이런 나무를 보면 너무 안스럽다. 옛날에는 마을 어귀에서 동네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던 나무였을 것이다. 앞길로는 고작 달구지나 마차가 지나가는 한적한 곳이었다. 그런데 바로 옆으로 아스팔트 도로가 뚫리고 자동차가 쌩쌩 달리게 되었다. 통행에 방해된다고 도로 쪽 나뭇가지는 잘려나갔다. 밤낮없이 소음과 불빛에 시달려야 한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나무 주변은 온통 시멘트로 발랐다. 더는 나무 밑에 와서 쉬는 사람도 없다. 농촌의 많은 당산나무가 이런 신세로 전락했다. 그래도 씩씩하게 자라고 있는 나무의 생명력이 놀랍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에 있다.

천년의나무 2012.11.02

미천리 느티나무

청원군 문의면 미천리는 대청호 옆에 있다. 문의면사무소에서 약간 들어가 있는데 관광객으로 소란한 분위기가 일변한 한적한 농촌 마을이다. 이 느티나무는 마을 입구에 있는 전형적인 당산나무다. 나무 밑에는 주민들이 쉬기 위한 작은 정자도 있다. 한여름에 이 정자에 누워 매미 소리를 벗삼아 낮잠이라도 청하면 제격일 것 같다. 나무는 두 개의 줄기가 사이좋게 올라와서 균형 잡힌 모양을 이루었다. 수령은 약 500년 정도로 추정된다.

천년의나무 2012.10.30

육괴정 느티나무

이천시 백사면에 있는 육괴정(六槐亭)은 남당(南塘) 엄용순(嚴用順)이 세운 정자다. 조선 중종 14년(1519) 기묘사화로 조광조를 중심으로 이상정치를 추구하던 신진사류들이 크게 몰락하자 남당도 난을 피해 이곳으로 낙향했다. 이곳에는 엄용순, 김안국을 비롯한 여섯 선비가 모여 시회와 학문을 논하였다. 그들이 우의를 기르는 뜻으로 각각 한 그루씩 모두 여섯 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었다는데서 육괴정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 지금은 세 그루가 남아 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나무는 높이가 15m, 줄기 둘레가 4.3m에 이른다. 수령은 500년으로 몸에는 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천년의나무 2012.10.14

원정리 느티나무

들판 한가운데 있어서 분위기가 색다른 느티나무다.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드라마 '로드 넘버원'의 촬영지이기도 해서 더 유명해졌다. 찍은 사진을 보면 가을에 황금 들판을 배경으로 서 있을 때가 제일 아름답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함께 찍어보면 멋있을 것 같다. 보은군 마로면 원정리에 있다. 키는 15m, 줄기 둘레는 4m로 단아하게 생겼다. 수령은 500년이다.

천년의나무 2012.08.30

오가리 느티나무(2)

4년 만에 다시 이 느티나무를 만났다.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에 있다. 오가리(五佳里)는 산, 물, 땅, 곡식, 인심이 좋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 오가리 우령마을 역사도 800년이나 되었다. 처음 이 느티나무를 만났을 때 800여 년이라는 나이뿐만 아니라 굵은 줄기와 우람한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그 뒤로 느티나무 하면 바로 이 오가리 느티나무가 떠오른다. 이번에는 괴산을 지나다가 우연히 다시 들리게 되었다. 그때는 앞 도로가 공사중이었는데, 지금은 넓게 뚫려 있다. 공원 안에는 두 그루가 있는데 이 느티나무는 아래에 있다고 하여 하괴목(下槐木)이라고 한다. 품새가 단정해서 곱게 늙으신 할아버지 같다. 정월 대보름에 마을 사람들이 성황제를 지내는 곳도 이 나무 앞이다. 상괴목이다. 하괴목에 비해 키는 더..

천년의나무 2012.08.26

두물머리 느티나무(2)

두물머리는 옛 지도에 양수리(兩水里), 또는 이수두(二水頭)로 나온다. 이중 '이수두'는 두물머리를 억지로 한자로 쓴 듯하여 어색하다. 어찌 됐든 이곳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지는 풍광 좋은 곳이다. 옛날에는 수륙 교통의 요충지였을 것이다. 머리에 해당되는 맨 끝에 400년 된 느티나무가 당당하게 서 있다. 아마 팔당댐이 들어서기 전에는 강물 경계가 훨씬 아래였을 것이지만, 지금은 강물 바로 옆에서 자라고 있다. 댐의 물이 이 나무를 덮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댐이 건설되면서 두물머리의 나루터 역할도 사라졌다. 이곳은 4대강 사업으로 말미암은 갈등의 지역이 되었다. 4대강 사업으로 강변 정리를 하면서 이곳에 있는 유기농 단지를 없애려 하기 때문이다. 천주교에서는 2년 넘게 현장에서 매일 미사를 드..

천년의나무 2012.08.17

단암리 느티나무

충주시 앙성면 단암리(丹岩里) 남한강변에 네 그루의 느티나무가 사이좋게 자라고 있다. 나무가 별로 없는 강변에서 한 눈에 띄는 나무다. 느티나무가 있다는 건 옛날에 이곳은 마을이 있는 나루터였음을 말해준다. 자료를 찾아보니 생각한 그대로다. 옛 마을 이름은 의암마을이었고, 마을 앞에 버렁말나루가 있었다고 한다. 이 느티나무는 그 당시 마을 입구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나루터와 마을을 오가던 사람들이 쉬던 장소가 아니었을까 싶다. 나무 옆에는 주막 하나쯤 있었을 것도 같다. 이제 사람들은 다 떠나고 나루터도 사라졌지만 나무는 그대로 남아 있다. 오히려 더 크고 싱싱하게자라면서, 변해도 변하지 있는 게 있다는 걸 몸으로 보여준다. 그 모습이 당당하고 멋있다. 강 건너편은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법천리로 개..

천년의나무 2012.06.03

노림리 느티나무

원주시 부론면 노림리에 있는 느티나무다. 노림(魯林)은 이름으로 볼 때 숲과 관계된 지명으로 보인다.그래선지 오래된 나무들이 자주 눈에 띈다. 현재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하나는 도로 옆에, 다른 하나는 도로 가운데에 있다. 나무를 가운데 두고 양 방향의 도로가 지나간다. 둘 다 수령은 200년 가량 되었다. 옛날에는 꽤 큰 마을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곳은 남한강과 그 지류인 섬강을 옆에 끼고 있다.강둑을 따라 자전거 길이 휑하니 뚫려 있다. 최근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만들었다.넓은 공원에도 사람을 보기 어렵다. 나무라도 많이 심는다면 썰렁한 풍경이 좀 가려지기나 할까?

천년의나무 2012.05.12

법천사지 느티나무

원주시 부론면 법천리에 법천사지가 있다. 법천사(法泉寺)는 고려 중기 법상종(法相宗)의 대표적인 사찰이었다. 무신정권 이전까지는 지방 문벌 귀족의 후원을 받으며 번창했다. 그러나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후 지금까지 폐사로 남아 있다. 폐사지를 느티나무 한 그루가 묵묵히 지키고 있다.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괴목이다. 특히 줄기가 특이한데 사람이 드나들 정도로 큰 구멍이 뚫려 있다. 그런데도 잎을 보면 수세가 왕성하다.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던 촌로께서 잎이 이렇게 무성하니 풍년이 들 모양이라고 혼잣말을 하신다. 수령이 얼마쯤 되었느냐니까 잘 모르겠단다. 500년은 넘어 보인다고 하니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을 것이라고 하신다. 이 정도의 나무라면 보호수로 지정되었을 만한데 나무에 대한 설명이 없어 ..

천년의나무 2012.05.09

휴천동 느티나무

영주에 있는 옛 중학교 모교를 찾아갔다. 졸업한 지 40년도 더 지났는데 다시 찾은 지도 30년은 되는 것 같다. 학교나 주변이나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그때는 낮은 집들이 듬성듬성 있어 멀리서도 학교 건물이 보였는데 지금은 온통 아파트와 주택으로 둘러싸여 코앞까지 갔어도 학교 위치를 알아내지 못했다. 학교도 완전히 변해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흔적은 어디에고 없었다. 세월의 무상함을 곱씹으며 멀거니 바라보다 돌아섰다. 그때 반가운 이 나무를 보았다. 어렴풋이 옛 생각이 떠올랐다. 이 느티나무는 학교 밖에 있었는데, 학교에서 이 산으로 넘어가는 고개 입구에있었다. 등하교할 때몇몇 친구는이 느티나무 옆을 지나 집과 학교를 오갔다. 그중에 가까웠던 친구 N도 있었다. 종례를 마치면 티격태격 장난치면서 운..

천년의나무 2012.05.08

해미읍성 느티나무

해미읍성(海美邑城)은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성종 22년(1491)에 축조된 성이다. 이순신 장군도 초급 장교 시절에 이곳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성 안에서 제일 오래된 나무는 동헌 앞에 있는 이 느티나무다. 마치 찾아오는 손님을 맞듯 허리를 구부리고 서 있다. 수령이 400년으로, 높이 16m, 줄기 둘레 4.7m다. 전에 왔을 때보다 성 안은 말끔하게 단장되어 있었다. 어수선했던 가옥들도 모두 철거 되었다. 느티나무 주위 풍경도 시원하다.

천년의나무 2012.04.27

안림동 느티나무

충주시 안림동(安林洞)은 시내에서 충주댐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다. 예전의 안심리(安心里)와 어림리(御林里)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동네다. 특히 어림(御林)은 백제 문주왕(文周王, 재위 475-477) 때 가행궁이 있던 솔밭이었다고 한다. 도시가 팽창하면서 옛 마을의 흔적은 사라지는데 느티나무 두 그루가 지나온 세월의 깊이를 전해준다. 수령이 300년가량 된 나무다. 넓은 도로변에 있어 눈에는 잘 띄는데 왠지 초라하고 쓸쓸해 보인다. 작은 보호수 표석 하나가 옆을 지키고 있다.

천년의나무 2012.04.20

강원감영 느티나무

원주시 일산동에 있는 강원감영터는 통일신라 때부터 조선시대 말까지 강원도 일대를 다스렸던 감영이 있던 곳이다. 예전에는 이곳에 원주군청이 있다가 이전하고 지금은 감영 건물의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강원도 관찰사의 집무실이었던 선화당(宣化堂) 뒤에 600년 된 느티나무가 있다.윗부분이 많이 상했고 점점 노쇠해져가는 게 안타깝지만 V자 형의 줄기는 아직 당당하다. 나무 키는 25m, 줄기 둘레는 6m다. 이 나무는 줄기에있는 송이버섯 모양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직접 보니 남자의 거시기와 민망할 정도로 닮았다. 크기도 만만찮다. 옛날에는 자녀를 못 낳은 여인네들이 이 나무 앞에서 몰래 치성을 드렸다 한다. 하여튼 재미있게 생긴 나무다.

천년의나무 2012.04.08

율동 느티나무

성남시 분당구 율동공원 앞에 있는 이 느티나무는 수령이 350년이 되었는데몸이 많이 상했다. 둘로 갈라진 줄기 모두 중간에서 잘려 있다. 하체보다 상체가 너무 빈약하다.줄기 둘레는 5m, 높이는 13m다. 이곳 지명이 율동(栗洞)인 것은 밤나무가 많았다는 뜻이리라. 그러나 작고 한적한 농촌 마을이 분당 개발 바람을 타면서 도시로 변했다. 다행히 이곳은 분당 외곽에 있어 그런대로 전원 풍경을 유지하고 있다. 옛날에 이 주위는 전부 논이었다고 한다. 이 느티나무는 마을의 당산나무였고, 단옷날에는 그네를 매고 마을 사람들이 즐겼다고 전한다. 그러나 몇십 년 사이에많은 것이 사라졌고, 나무도 수족을 잃었다. 300살이 넘은 이 나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철없는 아이들이 뛰놀고, 일에 지친 사람들이 ..

천년의나무 2012.03.26

중앙동 느티나무

재미있게 생긴 느티나무다. 두 줄기가 하나로 붙은 연리목 모양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연리목은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연결된 것이므로 이건 연리목은 아니다. 이 느티나무의 수령은200년은 넘어 보인다. 줄기가 붙은 모양으로 볼 때 같이 붙어 산 지도 한참이 되었을 것이다. 아마 이런 형태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되고 크지 않을까 싶다. 과천시 중앙동주민센터 구내에 있다.

천년의나무 2012.03.13

장수동 느티나무

인천시 남동구 장수동(長壽洞)은 옛날에는 장자골, 무네미, 만의골의 세 마을이 있던 곳이다.그중에서 장자골은 마을을 지켰다는 여덟 명의 장사 전설로 생긴 이름이다. 임진왜란 이후 도둑이 날뛰었는데, 여덟 장사가 마을을 지켜 장자골은 안전했다고 전해진다. 이 느티나무에 잡은 도둑을 묶어두고 징벌을 가했다고 한다. 나무의 수령은 400년으로 추정되는데 높이는 9m, 줄기 둘레는 3.4m이다. 몇 군데 가지가 잘려나가 나무는 온전한 모양이 아니다. 나무 주위는 작은 공원이 만들어져 있다.

천년의나무 2011.12.17

순흥면사무소 느티나무

영주시에 있는 순흥면사무소는 옛 순흥도호부가 있던 자리다. 사무소 주변의 왕버들, 느티나무 고목들이 옛날의 자취를 말해준다. 봉도각(逢島閣)을 중심으로 하는 작은 정원은 도호부 청사의 뒤뜰이었다고 한다. 부석사를 갈 때 순흥을 지나면서 한 번 들러볼 만한 곳이다. 이 느티나무는 도호부 옛터에 있는 여러 고목 중 하나다. 수령이 400년인데 줄기에 공동이 생겨 밑바닥까지 깊이 패 있다. 아이들이 들어가 놀 수 있을 만한 넓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모양새는 무척 단아하다. 마치 옛 선비의 정갈한 마음 자세를 보는 듯하다.

천년의나무 2011.12.08

보라동 느티나무

지난달 가을이 짙어갈 때 이 느티나무를 만났다.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에 있다. 기묘사화 때 조광보(趙光輔)가 심었다고 하니 수령은 500년이 되었다. 안내문에는 400년으로 나와 있는데, 조광보가 심었던 후손 느티나무쯤으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옛날에 이 자리는 양반들이 시를 읊고 학문을 논하던 정자가 있지 않았을까, 추정을 해 본다. 나무 주변에는 공원을 아담하게 꾸며 놓았다.의자와운동기구도 있어 나무와 함께 하는 휴식 공간이 되고 있다. 나무의 생육 상태도 좋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또 다른 느티나무가 있다. 이 나무에는 더 오랜 전설이 전해진다. 조선이 건국할 때 마을에 돌림병이 돌았는데 이태조의 부마 양경공의 꿈에 한 고승이 나타나 마을을 지킬 수호목을 찾아 심으라고 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

천년의나무 2011.12.02

수산리 느티나무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에는 주로 국도를타고 고향에 다녔다. 그중에서 충주와 단양을 연결하는 36번 도로는 풍광이 좋아 자주 이용했다. 충주호를 끼고 꼬불꼬불 이어지는 이 길은 운전의 피곤함을 잊게 해 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 느티나무는 그 길 위에 있었다. 그러니까 오가며 본 것이 20년도 더 되었다. 막상 차를 세우고 가까이 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냥 지나치면 수많은 나무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관계를 맺게 되면 나에게는 특별한 나무가 된다. 이제 이 나무도 이름을 불러줄 수 있는 나무가 되었다. 앞으로 이 길을 지날 때면 잠시 멈춰 서서 인사라도 나누게 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나무는 길에 나와 자식을 기다리는 시골 아낙을 닮았다.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기다려줄 것 같다. 수령이..

천년의나무 2011.11.30

신기리 느티나무

청송군 파천면 신기리에 있는 이 느티나무는 300여 년 전에 안동장씨의 입향시조가 심었다고 전해진다. 마을의 당산목으로 정월 보름이면 동제를 지낸다. 또, 봄에 나뭇잎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한 해의 풍흉을 점친다고 한다. 나무는 키가 10m, 줄기 둘레가 8.4m인데 줄기는 많이 상해 있다.나무는 마을 입구 넓은 공터에서 잘 보호를 받고 있지만, 나무 주위로 전깃줄이 어지럽게 지나가고 있는 게 흠이다. 천연기념물 192호다.

천년의나무 2011.11.11

방화동 느티나무

서울 강서구 방화동 일대는 옛 지명이 능말이었다. 오래전부터 자연부락이 있었는데 김포에 있는 장능(원종왕능)이 이곳에 터를 잡으려 했다가 협소하여 자리를 바꾼 것에서 능말이라는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은행나무와 느티나무는 400년 이상 능말과 함께 해 온 거목이다. 조선 중종 때의 정승 심정(沈貞)이 심었다고 전해진다. 안내판에 보면 느티나무의수령이 480 년, 은행나무는 435 년이라고 나와 있다. 키도 17 m인 느티나무가 11 m인 은행나무보다 더 높다. 그러나 줄기 둘레는 은행나무가 더 굵다. 느티나무가 형뻘이 되는 셈인데 오랜 세월을 이웃하며 변함없는 우정을 나누는 친구처럼 느껴지는 두 나무다. 두 고목 옆에는 나이가 어린 느티나무 두 그루가 함께 자라고 있어 한 가족 같이도 보인다. 주..

천년의나무 2011.10.20

보탑사 느티나무

진천에 있는 보탑사는 야생화 속에 묻혀 있는 예쁜 절이다. 절을 찾으면 잘 생긴 느티나무가 제일 먼저 맞아준다. '보련산 보탑사(寶蓮山 寶塔寺)'라고 적힌 일주문 앞에 있다. 그러나 관리인이 연곡리 마을 이장으로 되어 있는 걸로 보아 절에 속한 나무는 아닌 것 같다. 수령이 300 년 정도 된 나무는 한창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균형 잡힌 단정한 모습이 사람으로 치면참한 미인이라 할 수 있다. 키는 18 m, 줄기 둘레는 5.3 m다. '보탑사 느티나무'라는 시조 한 수가 눈에 띈다. 보련산 깊숙이 와 터 잡은 삼백여년 보탑사도 세상도 다 품은 줄 알았는데 지는 해 그것마저도 툭 놓치고 마는 봄날 - 보탑사 느티나무 / 문순자

천년의나무 2011.09.27

적서동 느티나무

줄기에 난 구멍들이 사람의 두 눈과 입을 닮았다. 800살이 된 느티나무 얼굴이다. 엄청난 괴목이어서 느티나무 할아버지의 포-스가 대단하게 다가온다. 경북 영주시 적서동에 있다. 키는 16 m, 줄기 둘레는 6 m다. 유감스럽게도 나무의 관리 상태는 엉망이다. 옆에 농공단지가 들어서면서 당산나무가 있던마을은 사라진 것 같다. '동 보호수'였는데 마을이 없어지니 관리할 사람이 없다. 낡은 시멘트 자국과 쓰레기들만 주위에 산재하고 있다. 무슨 병인지 나뭇잎도 누렇게 말라가고 있다. 영주시 당국에서 신경을 써 주었으면 좋겠다.

천년의나무 2011.08.16

문정동 느티나무

서울시 송파구에 있는 문정동(文井洞)은 1636년 병자호란 당시 인조 임금이 남한산성으로 피난을 가다가 이곳에서 우물물을 마시게 되었는데 그 물맛이 매우 좋았던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당시 이 고을에 많이 살고 있던 문(文)씨와 우물 정(井)자를 합하여 문정(文井)으로 기억하기로 한 것이 마을 이름으로 정해진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전에는 연화동(蓮花洞)으로 불리었다. 경기도 광주에 속했던 문정동은 1963년에 서울시로 편입되었고 1980년대의 구획정리사업으로 마을의 옛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지금은 상가 건물에 둘러싸인 채 자라고 있는 600년 된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이곳이 옛 마을터였음을 전해주고 있다. 나도 문정동에서 10년 넘게 살았었다. 집 부근에 있었던 이 나무를 그때는 전혀 몰랐..

천년의나무 2011.07.05

올림픽공원 느티나무

올림픽공원에서 제일 유명한 나무는 넓은 잔디밭에 홀로 서 있는 향나무일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왕따나무라고 부른다. 지금 내 책상 위에는 예전에 찍었던 왕따나무 사진이 놓여 있다. 그러나 나이로 치면 올림픽공원을 대표하는 것은 두 그루의 느티나무다. 하나는 구릉 지대 높은 곳에 있어 사람들 눈에 잘 띄지만 다른 하나인 이 느티나무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두 나무의 수령은 비슷한데 대략 450년 정도 되었다. 몽촌토성의 역사에 비하면 일천하지만 이곳이 오랜 역사의 고장임을 말해주는 건 역시 고목이다. 그래서 오래된 나무가 별로 없는 이곳에서 두 그루의 느티나무는 귀하다. 이 동생 느티나무는 두 줄기가 V자 모양으로 자라고 있다. 키가 한쪽 줄기는 12.5 m, 다른쪽 줄기는7.5 m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천년의나무 2011.06.17

칠보사 느티나무

광주 칠사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칠보사(七寶寺)를 지나게 된다. 신축한 건물 몇 채가 있는 평범해 보이는 절이다. 절을 안내하는 설명문이 없어 절의 내력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절 옆에 광주시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수령이 300년 가까이 되었다니 그리 오래 된 편은 아니지만줄기가 특이하게 생겼다. 밑에서부터 큰 줄기가 삼지창 모양으로 갈라져서 자라고 있다. 한 줄기에서는 또 다른 줄기가 새끼를 쳐 나왔다. 자주 보는 수형은 아니다. 키는 18 m, 줄기 둘레는 3.5 m다. 칠보사가 임진왜란 전후에 세워졌다는데 이 느티나무는 절의 초창기에 심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산 비탈 경사진 곳에서 용케도 잘 자라주고 있다. 줄기가 갈라지거나 휘어진 모습이 과거의 힘들었던 시절을 드러내..

천년의나무 2011.05.23

사신리 느티나무

안동시 녹전면 사신리에 있는 이 느티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느티나무로 알려져 있다. 키가 30 m에 이르고, 줄기 둘레도 10 m에 달하는 거인이다. 600 살의 나이를 자랑하며 마을 입구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이 정도의 나무라면 마을 사람들이 영험하게 여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해마다 정월 보름이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이 나무 아래서 지낸다. 안내문에 보면 일제 시대 때큰 줄기 하나가 잘렸다는데 나무의 균형이 흐트러져 보이지는 않는다. 가까이 갈수록 거목으로서의 위엄이 느껴진다. 도로에있는 표지판에는 '느티나무'를 우리 발음 그대로 'Neutinamu'로 적은 게 재미있다. 한영사전을 찾아보니 느티나무의 영어 이름은 Zelkova, 또는Elm-like tree다. 이왕 영어로..

천년의나무 2011.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