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앙성면 단암리(丹岩里) 남한강변에 네 그루의 느티나무가 사이좋게 자라고 있다. 나무가 별로 없는 강변에서 한 눈에 띄는 나무다.
느티나무가 있다는 건 옛날에 이곳은 마을이 있는 나루터였음을 말해준다. 자료를 찾아보니 생각한 그대로다. 옛 마을 이름은 의암마을이었고, 마을 앞에 버렁말나루가 있었다고 한다. 이 느티나무는 그 당시 마을 입구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나루터와 마을을 오가던 사람들이 쉬던 장소가 아니었을까 싶다. 나무 옆에는 주막 하나쯤 있었을 것도 같다.
이제 사람들은 다 떠나고 나루터도 사라졌지만 나무는 그대로 남아 있다. 오히려 더 크고 싱싱하게자라면서, 변해도 변하지 있는 게 있다는 걸 몸으로 보여준다. 그 모습이 당당하고 멋있다.
강 건너편은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법천리로 개치나루가 있던 곳이다. 여기는 옛 나루터 안내가 잘 되어 있다. 개치나루를 노래한 신경림 시인의 시가 있다.
이곳은 내 진외가가 살던 고장이다
그해 봄에 꽃가루가 날리고
꽃바람 타고 역병이 찾아와
마을과 나루가 죽음으로 덮이던 고장이다
다시 전쟁이 일어
내 외로운 친구 숨죽여 떠돌다가
저 느티나무 아래
몰매로 묻힌 고장이다
바람아 다 잊었구나
늙은 나무에 굵은 살구꽃이 달려도
봄이 와서 내 친구 꽃에 붙어 울어도
바람아 너는 잊었구나 그 이름
그 한 그 설움을
이곳은 내 진외가가 살던 고장이지만
죽음 위에 꽃가루 날리던 나루이지만
원통하게 내 친구 묻힌 고장이지만
모두 다 잊어버린 장바닥을 돌다
한산한 대합실 나무의자에 앉아
읍내로 가는 시외버스를 기다린다
바람아 너는 잊었구나 그 이름
그 한 그 설움을
- 개치나루에서 / 신경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