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송광사(松廣寺) 대웅전 앞에 키다리 전나무가 있다. 경내에서는 첫눈에 들어오는 나무다. 가끔 절에서 전나무를 보게 되는데 불교와 전나무가 무슨 관계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 전나무도절의 중심 자리에 일부러 심고 가꾼 것이리라.
어느 학승이 조주선사에게 물었다.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이 무엇입니까?"[祖師西來意]
조주선사가 답했다.
"뜰 앞의 잣나무니라."[庭前柏樹子]
'柏樹'를 측백나무로 보는 사람도 있다. 잣나무든 측백나무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닐 것이다. 조주선사의 이 유명한 선문답을 상기하는 것이라면 절에서 이런 나무를 만날들 이상할 게 없다.전나무도 외견상 잣이나 측백나무와 비슷하다.
전나무는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고 곧게 뻗어 자란다. 한 점 흐트러짐 없는 수행자의 모습이다. 이런 곧게 자라는 성질을 닮고 싶은 것이나 아닌지, 절집의 전나무를 보며 나름대로 유추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