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독립공원 미루나무

샌. 2012. 5. 19. 09:51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 있는 독립공원은 옛 서대문형무소 자리에 있다. 형무소 건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한쪽 구석에는 담으로 둘러싸인 사형장도 있다. 사형장 입구에는 사형장을 만들 때 심었다는 미루나무가 있어 '통곡의 미루나무'라고 불린다.일본 강점기 때는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생의 마지막으로 이 나무 아래를 지나며 피눈물을 뿌렸을 것이다. 이곳은 1980년대까지 사형이 집행되었던 슬픔의 장소다.

 

안내문에는 미루나무에 대해 이렇게 적혀 있다.

 

'이곳의 미루나무는 1923년 사형장 건립 당시 식재되어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순국선열들이 조국의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생을 마감해야 하는 한(恨)을 눈물로써 토해낼 때 붙들고 통곡했던 것으로 '통곡의 미루나무'라고 이름 지어졌다. 또한 사형장 안에 있는 또 한 그루의 미루나무는 같은 시기에 심어졌으나 순국선열들의 한이 서려 잘 자라지 않는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사형장 담 안에도 작은 미루나무가 한 그루 있다. 이 미루나무는 순국선열이 한이 서려 잘 자라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루나무의 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고 볼 때 이곳 미루나무의 수령이 90년 가까이나 되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겉모습으로는 그렇게까지는 되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특수한 장소의 의미를 생각할 때 그럴 수도 있겠다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늘 죽음의 기운 가운데 있었던 나무가 성장을 멈추는 건 어쩌면 생명의 당연한 반응인지도 모른다.

 



'천년의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암리 느티나무  (0) 2012.06.03
송광사 전나무  (0) 2012.05.25
노림리 느티나무  (0) 2012.05.12
법천사지 느티나무  (0) 2012.05.09
휴천동 느티나무  (0) 2012.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