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휴천동 느티나무

샌. 2012. 5. 8. 22:10


영주에 있는 옛 중학교 모교를 찾아갔다. 졸업한 지 40년도 더 지났는데 다시 찾은 지도 30년은 되는 것 같다. 학교나 주변이나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그때는 낮은 집들이 듬성듬성 있어 멀리서도 학교 건물이 보였는데 지금은 온통 아파트와 주택으로 둘러싸여 코앞까지 갔어도 학교 위치를 알아내지 못했다. 학교도 완전히 변해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흔적은 어디에고 없었다. 세월의 무상함을 곱씹으며 멀거니 바라보다 돌아섰다.

 

그때 반가운 이 나무를 보았다. 어렴풋이 옛 생각이 떠올랐다. 이 느티나무는 학교 밖에 있었는데, 학교에서 이 산으로 넘어가는 고개 입구에있었다. 등하교할 때몇몇 친구는이 느티나무 옆을 지나 집과 학교를 오갔다. 그중에 가까웠던 친구 N도 있었다. 종례를 마치면 티격태격 장난치면서 운동장을 가로질러 나와서는 정문 앞에서 서로 헤어졌다. 나는 시내 쪽으로 갔고, 친구는 고개를 넘었다. 그 친구는 몇 년 전에 지병으로 먼저 저 세상으로 갔다.

 

사실 이 나무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지 않다. 어린 나이에 오래된 나무라고 신경을 쓰고 보았을 리 없다. 혹 이 나무 밑에서 뛰어놀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쉽게도 나무와 관련된 아무 기억도 남아 있지 않다. 나무를 보면서 문득 친구가 떠올랐을 뿐이다.

 

4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이 나무밖에는 없다. 이 느티나무의 수령이 500년으로 추정되니, 40년이 인간에게는 긴 세월이지만 나무에게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40년 뒤에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겠지만, 나무는 지금과 비슷한 모습으로 역시 저 자리에 의연히 서 있을 것이다. 그때는 아마 다른 누구가 나무와의 추억에 관해 얘기할지 모른다.

 

이 나무마저 없었다면 나의쓸쓸함은 더 컸을 것이다. 이제 중학 시절 추억을 말하는 친구가 있다면 이 느티나무에 대해서 꼭 물어보리라. 그리고 그 추억을 공유하고 싶다. 그 시절의 현장에 남은 건 이 나무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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