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문정동 느티나무

샌. 2011. 7. 5. 18:14


서울시 송파구에 있는 문정동(文井洞)은 1636년 병자호란 당시 인조 임금이 남한산성으로 피난을 가다가 이곳에서 우물물을 마시게 되었는데 그 물맛이 매우 좋았던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당시 이 고을에 많이 살고 있던 문(文)씨와 우물 정(井)자를 합하여 문정(文井)으로 기억하기로 한 것이 마을 이름으로 정해진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전에는 연화동(蓮花洞)으로 불리었다. 경기도 광주에 속했던 문정동은 1963년에 서울시로 편입되었고 1980년대의 구획정리사업으로 마을의 옛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지금은 상가 건물에 둘러싸인 채 자라고 있는 600년 된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이곳이 옛 마을터였음을 전해주고 있다.

 

나도 문정동에서 10년 넘게 살았었다. 집 부근에 있었던 이 나무를 그때는 전혀 몰랐다. 존재한다고 다 보이는 것이 아니다. 관심이 없으면 있어도 보이지 않는다. 병자호란이 400년 전이니 이 느티나무는 당시에도 마을 정자나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피난길의 인조 임금도 이 느티나무 아래서 잠시 쉬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경복궁에서 한강을 건너 남한산성으로 가는 직선 경로에 문정동이 있다.

 

세월이 흘러 세상은 천지개벽이 되었다. 느티나무의 눈에는 분명 그렇게 보일 것이다. 나지막한 초가집들과 전답들이 있던 자리가 지금은 시멘트 빌딩 숲이 되었다. 마치 형제 같은 두 그루의 느티나무는 건물 사이에 끼여 가지를 뻗을 자리조차 없다. 찾아오는 새도 없고 소음만이 가득하다. 밤에는 제대로 잠이나 잘 수 있을까. 그러나 금싸라기 같은 땅에 이렇게나마 자리를 잡고 있는 걸 다행이라 여겨야 할지, 여름 열기 뜨거운데 꼼짝달싹 못하고 도시에 갇힌 나무가 안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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