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봉정사에는 영산암(靈山庵)이라는 보물 같은 암자가 있다. 영산암 마당에 있는 반송을 보러 찾아갔지만 나무보다는 영산암 자체의 아름다움에 빠져버렸다.
안내문에 보면 영산암은 19세기 말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니 100년이 좀 넘었다. 그래선지 다른 암자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6개의 건물이 ㅁ자 모양으로 배치된 폐쇄적 구조다. 마치 인사동의 어느 고택 안에 들어선 느낌도 든다. 고풍스러우면서 편안하다. 전체적으로 한 치의 어긋남이 없는 통일성과 조화가 느껴진다. 조경 전문가가 특별히 설계해서 지은 것 같다. 특히 3단의 계단식 지형에 맞게 건물이 참하게 들어앉았다. 좁은 마당이 우주를 품은 것처럼 넓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건축물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하는 걸 이곳에서 실감했다.
반송은 마당 한 켠 바위 위에 우뚝 서 있다. 영산암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도 같다. 특히 나무의 크기가 좀 눈에 거슬린다. 그러나 만약 저 반송이 없다면 영산암이 지금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지는 못할 것도 같다. 어쩌면 영산암을 짓기 전부터 반송은 저 자리에서 자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반송을 보러 영산암을 찾았지만 나무보다는 영산암의 분위기에 취해 버렸다. 영산암은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암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