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208

덕수리 느티나무

단정한 모습에서 품격이 느껴지는 느티나무다. 균형미가 아름답다. 나무 아래 정자도 아담하게 잘 놓여 있다. 두 개의 줄기가 합체되어 V자 형으로 갈라졌다가 여러 개의 가지로 나뉘었다. 높이는 16m, 줄기 둘레는 6.2m, 수령은 300년이다.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덕수리에 있다. 마침 정자 아래 쉬고 있던 주민분이 나무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해 주신다. 나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시다. 나무 옆에는 시골 마을치고는 꽤 큰 교회가 있다. 느티나무의 기운을 받아 교세도 왕성한 것 같다. 주변 풍경과도 잘 어울리는 느티나무다.

천년의나무 2018.06.25

보룡리 느티나무

10여 그루의 느티나무 고목이 마을 길을 따라 도열해 있다. 그중 한 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고, 수령이 600년이 넘는다. 옆에 보산정과 박씨 문중 비각이 있어 느티나무 군락과 연관이 있음을 짐작케 한다. 보산정(寶山亭)은 고려말 공민왕 때 무안 박씨의 선조인 간의대부 송림공(松林公)이 당시 왕궁의 혼란을 피해 낙향해서 시회장(詩會場)으로 건립했다. 정자는 야트막한 언덕에 있는데, 주위에는 연못도 조성되어 있다. 나무의 연령과 보산정을 세운 시기가 얼추 비슷하다. 이 정도의 느티나무 군락이라면 어디에 내놔도 자랑할 만하다. 아름드리 거목들인데 관리 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다. 나무에 딱 붙여서 집을 지어놓기도 했다. 다행히 나무를 훼손한 것 같지는 않다. 양평군 단월면 보룡리에 있다.

천년의나무 2018.06.23

공세리성당 팽나무와 느티나무

10년 만에 다시 만난 공세리성당의 팽나무와 느티나무다. 단아하고 정갈한 자태의 두 나무는 성당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성당이 나무를 돋보이게 하고, 나무가 성당을 살린다. 성당과 나무가 만드는 조화와 아름다움을 내 사진 실력으로는 나타낼 수 없다. 다시 찾아와야 할 과제를 안았다. 성당으로 올라갈 때 먼저 팽나무를 만난다. 공세리성당 '문지기 나무'라 불리는 이유를 알겠다. 3백 년 세월의 흔적은 뿌리에 온전히 드러나 있다. 고난과 박해 위에 활짝 꽃을 피운 신앙의 열매를 보는 것 같다. 성당 옆 뜰에는 수령 380년의 느티나무가 있다. 1600년대에는 세곡을 하역하는 사람들의 휴식을 위해 나무를 많이 심었는데 이 나무도 그중 하나로 보인다. 고종 31년(1894)에 옛 성전을 건립할 때 성당 옆으로 ..

천년의나무 2018.06.19

상중리 느티나무

수령이 1,100년 가까이 되는, 충청남도에서 제일 연세가 많으신 나무다. 예산군 대흥면 상중리에 있다. 전설에 의하면 소정방이 이끄는 나당연합군이 백제 부흥군의 마지막 거점인 임존성을 공격할 때 이 나무에 배를 맸다고 한다. 의자왕이 항복하고 난 뒤 3년여 동안 결사 항전을 벌였던 곳이 임존성이다. 마을 뒤에 있는 봉수산(483m)에 임존성이 있었다. 663년 11월에 임존성은 함락되고 백제는 종말을 맞았다. 전설이 맞다면 나무 나이는 최소한 1,500살이 넘어야 한다. 백제 시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나무에 배를 맸다는 것은 사실일지 모른다. 지금도 샘을 파면 시커먼 갯벌의 흙과 짠물이 섞여 나온다고 한다. 이 나무의 별명이 '배 맨 나무'다. 나무는 한눈에 봐도 연륜이 오래되고 범상치 않음을 알 수 ..

천년의나무 2018.06.17

대흥향교 느티나무

충남 예산군 대흥면에 있는 대흥향교(大興鄕校)는 조선 태종 5년(1405)에 설립되었다. 안에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명륜당과 대성전을 갖춘 전형적인 향교라는 설명이다. 대흥향교 입구에 300년 정도 된 느티나무가 있다. 나무가 자라는 위치가 상당히 불안하다. 아마 도로를 내면서 터가 많이 깎여나가지 않았나 싶다. 나무 높이는 14m, 줄기 둘레는 4.2m인 느티나무다.

천년의나무 2018.06.15

내현리 느티나무

충남 홍성군 구항면 내현리는 '거북이마을'로 알려져 있다. 구항(龜項)에도 '거북 구' 자가 들어있는데 이 고장 지형이 거북이처럼 생겼다고 한다. 내현리는 약천 남구만(南九萬, 1629~1711) 선생의 고향이기도 하다. 선생은 당시 서인의 중심 인물이었고 문장과 시화에 뛰어났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이 시조가 선생의 작품이다. 선생은 말년에 이곳에서 집필 활동을 하며 지냈다고 한다. 역사성 있는 내현리는 여러 문화 사업을 하는 것 같다. 여는 농촌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이 마을에 수령 400년이 넘는 느티나무가 있다. 연륜이 오래되었음을 나무 밑둥이 말해준다. 찾아간 날은 주변이 공사중이라 어수선했다. 마을에서 아..

천년의나무 2018.06.14

향소리 느티나무

양평군 단월면 향소리에 있는 느티나무다. 도로변에 있어 쉽게 눈에 띈다. 가까이 가서 보니 특이한 모양의 나무다. 느티나무 두 그루와 음나무가 한데 붙어 있는 연리목이다. 세 그루가 합체된 경우는 처음 본다. 그런데 아쉽게도 음나무는 줄기가 베어졌다. 안내문이 아직 남아 있는 거로 봐서 근래 죽은 것으로 보인다. 느티나무와 음나무 수령이 500년으로 적혀 있다. 무슨 사연으로 음나무가 죽음을 맞았는지 주변에는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옆에는 좀 더 어린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는데 제단이 차려져 있다. '소망'이라는 제목의 표석도 있다. 마을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장소인 것 같다. 총 다섯 그루가 있었는데 음나무는 사라지고 지금은 느티나무 네 그루만 남았다. 몇 년 더 일찍 찾아왔더라면 살아 있는 음나무를..

천년의나무 2018.06.08

창의리 느티나무(2)

10년 전에 만난 나무인데 처음인 듯하다. 그때는 겨울이어서 나무의 느낌이 전혀 달랐을지 싶다. 확실히 여름 나무는 생명력이 넘친다. 가평군 설악면 창의리에 있는데 지인의 농장을 방문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나무 둘레로 목재 데크와 의자를 만들어 놓았다. 10년 전에는 없던 시설이다. 너무 인간 위주의 생각이 아닌지 모르겠다. 나무 수령은 500년, 높이는 28m, 줄기 둘레는 7.1m다.

천년의나무 2018.06.07

영통동 느티나무

미끈하게 잘 빠졌다. 우람하면서도 균형 잡힌 멋진 느티나무다. 펜스에 걸어놓은 현수막에는 이 나무가 대한민국 보호수 100선에 들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우리나라의 보호수는 1만 개가 넘는데, 그중에서도 100위 안에 드는 뛰어난 나무다.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안내문에 보면 이 느티나무는 전쟁 같은 나라에 큰 어려움이 닥치기 전에는 구렁이 울음소리를 내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신비한 힘을 가진 나무라 하여 신성시하고 정성껏 보살폈다. 그런데 왜 하필 구렁이 울음소리인지, 구렁이 울음소리가 있는지 문득 의문이 생긴다. 약 200년 전 정조가 화성을 쌓을 때 이 느티나무 가지를 잘라 서까래로 썼다는 설도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줄기와 가지가 기운차게 뻗어 있다. 멀리서나 가까이서나 어..

천년의나무 2018.06.06

이의동 느티나무

수원시 영통구 광교역사공원 안 넓은 뜰에 있다. 주변은 온통 신도시로 개발되는데 이만한 녹지를 마련한 게 다행이다 싶다. 공원 안에는 세종의 부원군인 심온(沈溫, 1375~1418)의 묘도 있다. 태종과 사돈지간이었지만 권력에 너무 다가가면 화를 입게 되는가 보다. 죽임을 당하기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그분의 나이 44세였다. 느티나무를 보니 전에는 이곳에도 마을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나무 한 그루만 덩그마니 남아 있다. 나무 수령은 300여 년이고, 높이는 13m, 줄기 둘레는 4m다.

천년의나무 2018.06.05

목애당 느티나무

태안읍 남문리에 있는 목애당은 옛 태안현의 관아 건물 중 하나다. '목애(牧愛)'는 백성을 잘 다스리고 사랑한다는 뜻이리라. 목애당과 마주하며 오래된 느티나무가 자라고 있다. 수령은 300년 정도 되었고, 나무 높이는 15m, 줄기 둘레는 4.1m다. 줄기가 휘어져서 몸을 지탱하는 데 힘겨워 보인다. 줄기도 많이 상해서 더 이상 썩지 않도록 보형물로 채워져 있다. 그래도 잎은 무성하고 싱싱하며 전체적인 생김새도 아담하다. 비록 지팡이를 짚고 있지만 단아하게 늙어가시는 할머니 같은 나무다.

천년의나무 2018.06.03

유계리 느티나무

서산시 음암면 유계리에 있는 느티나무다. 정순왕후 생가 앞에 있다. 정순왕후(貞純王后, 1745~1805)는 영조의 정비인 정성왕후가 승하하자 1759년(영조 35년) 열다섯의 나이로 왕비에 책봉되었다. 이때 영조의 나이는 예순여섯, 무려 쉰한 살이나 차이가 났다. 왕비 간택 테스트를 볼 때 일화 하나. 제일 아름다운 꽃이 무엇이냐고 영조가 물으니 그녀의 대답이 이랬단다. "목화꽃입니다. 비록 색과 향기가 최고라고 할 순 없으나, 실을 짜 백성들을 따뜻하게 입혀주니 제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무 나이가 300년이 넘는다니 정순왕후는 어쩌면 이 나무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나무 밑에서 소꿉놀이에 빠져 있는 어린 소녀가 보이는 듯도 하다.

천년의나무 2018.06.03

해미향교 느티나무

해미향교로 오르는 길 좌우로는 오래된 느티나무 10여 그루가 도열하고 있어 장관을 이룬다. 입구에 있는 느티나무는 수령이 300년가량 되었다. 한 장소에 이 정도로 여러 고목이 보존된 경우는 드물다. 서산시 해미면 오학리에 위치한 해미향교는 1407년(태종 7년)에 세워졌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는데, 나무와 달리 건물은 신축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느티나무가 멋진 해미향교다.

천년의나무 2018.06.01

물곡리 느티나무

전형적인 시골 마을 정자나무다. 나무 밑에는 주민이 쉴 수 있는 깔끔한 정자가 앉아 있다. 흠이라면 너무 도로에 연해 있어 차량 소음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전북 진안읍 물곡리에 있다. 이 마을은 뒷산 지형에서 따와서 '궁동(弓洞)마을'로도 불린다. 앞으로는 너른 들판이 펼쳐져 있어 시원하다. 나무 수령은 200년 정도 되는데 마을 역사와 얼추 비슷하다. 나무 앞에는 돌 제단이 있는데 빈 막걸리 통이 놓여 있다. 한여름에 이런 나무 아래서 바둑 한 판 둔다면 신선이 따로 없겠다.

천년의나무 2018.05.17

월곡리 느티나무

나무를 처음 본 순간 나도 몰래 중얼거렸다. "이 나무 하나로 영암에 온 값을 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게 당연할 만큼 대단한 느티나무다.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범상치 않다. 마을의 평안과 풍년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으로 신성시한다는 설명은 차치하고라도 이 나무 앞에서는 누구라도 합장을 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것 같다. 울타리 밖에는 촛대 같은 도구가 놓여 있기도 하다. 500년이 넘은 거목이지만 연초록 새잎으로 덮인 나무는 생기발랄해 보인다. 길게 뻗어 구불구불한 가지들이 춤추듯 사방으로 뻗어 있다. 한 가지는 아예 땅에 닿았다. 줄기 일부는 상해 있지만 나무는 싱싱하다. 초봄의 기운 때문인지 모른다. '옷이 날개'라는 말은 나무도 예외가 아니다. 계절에 따라 나무의 인상은 완연히 다르다. ..

천년의나무 2018.04.19

예장동 은행나무, 느티나무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 자락에 두 그루의 고목이 나란히 서 있다. 은행나무와 느티나무다. 이곳은 일제 시대 때 통감 관저가 있던 장소다. 1910년 8월 22일 3대 통감 데라우치와 이완용이 강제 병합 조약을 조인한 경술국치의 현장이다. 두 나무는 우리의 부끄러웠던 그때의 모습을 생생히 지켜보고 있었을 터이다. 두 나무는 수령이 약 400년 정도 되었다. 약 100년 전에 찍은 사진에도 두 나무는 지금과 비슷한 모양으로 나온다. 나무 사이를 지나는 도로도 똑 같지만 통감 관저는 사라지고 그 자리는 아픈 역사를 잊지 말자는 기억의 터로 조성되어 있다.

천년의나무 2018.02.24

도피안사 느티나무

철원에 있는 도피안사는 '도피안(到彼岸)'이라는 이름으로 오래 기억되는 절이다. 영원한 안식처인 피안에 이른다는 의미가 각별하다. 국보인 철제비로자나불이 유명하다. 도피안사에 들어서면 가운데에 느티나무 세 그루가 있다. 겨울이라 앙상해서 그렇지 여름 같았으면 느티나무 초록 그늘이 온 절을 뒤덮을 것만 같다. 안내문에는 수령이 600년으로 되어 있는데 한 그루가 그렇게까지 보이지는 않는다. 도피안사에서 이 느티나무는 화룡점정이라고 할까, 만약 느티나무가 없었다면 절 분위기가 무척 썰렁할 것 같다. 6.25 때는 이곳이 격전지였다. 절이 완파되는 피해를 입었어도 꿋꿋하게 살아남은 느티나무가 대단하다.

천년의나무 2018.02.02

화성행궁 느티나무

수원 화성행궁 입구에 있는 세 그루의 느티나무다. 수령은 350년 정도 되었다. 행궁을 지을 때 궁궐의 조경 제도에 의해 '品'자 형태로 심었다. 영의정을 비롯한 삼정승을 나타내는데, 나라를 위해 올바른 정치를 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행궁 앞이지만 힘들게 살아 온 흔적이 보이는 나무다. 행궁 안에 들어가면 더 오래된 나무가 있다. 몸체 대부분은 죽었고 가운데서 돋아난 한 가지만 살아 있다. 9년 전에 보았을 때보다 훨씬 더 노쇠해진 것 같다. 수령이 600년으로 추정되니 화성 조성 훨씬 이전부터 여기에 있었다.

천년의나무 2017.09.10

대안리 느티나무

천연기념물 279호로 지정된 느티나무다. 원주시 흥업면 대안리에 있는데, '원성 대안리 느티나무'라고 안내문에 적혀 있는 걸 보니 전에는 이곳이 원성군이었던 것 같다. 거목이면서 단정한 모양새가 우리나라 느티나무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마을에서 약간 비켜난 산자락에 있다. 느티나무 주변은 축대를 쌓아 흙이 흘러내리지 않게 했다. 나무 밑에 쉴 수 있는 평상이나 의자가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편안한 느낌의 이런 나무를 보면 나무 아래서 잠시나마 쉬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마 마을 사람들은 여기까지 찾아오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나무 높이는 24m, 줄기 둘레는 8.1m, 수관은 동서로 26m, 남북으로 21m다. 나이는 400년 정도로 추정된다. 가지는 약 2m 높이에서 둘로 갈라져, 전체적으..

천년의나무 2017.08.24

용소막성당 느티나무

서울에서 학교 다닐 때 중앙선 열차를 타고 고향을 오갔다. 서울로 갈 때 왼쪽 자리에 앉아 있으면 멀리 이 성당이 보였다. 나무가 있는 풍경이 평화스럽게 보여서 고개를 뒤로 돌리면서까지 오래 바라보곤 했다. 기차를 타고 이동하던 대여섯 시간 동안 창밖을 스친 풍경 중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 있다. 특히 성당을 둘러싼 나무의 인상이 깊었다. 언젠가는 저 성당에 찾아가 봐야지, 하고 다짐도 했을 것이다. 그때로부터 50년 만에 용소막성당에 들렀다. 느티나무는 옛날의 느낌처럼 아름답고 단정했다. 오래된 성당 건물도 운치 있고 경건했다. 성당과 느티나무가 어울린 풍경이 잔잔한 감동의 파문을 일으켰다. 원주시 신림면에 있는 용소막성당은 시잘레 신부가 1915년에 완공하였으니 백 년이 넘었다. 전통적인 성당 건축의 ..

천년의나무 2017.07.20

행구동 느티나무

나무를 처음 봤을 때 와, 하는 감탄사가 나올 때가 가끔 있다. 이 나무가 그랬다. 크고 오래된 것은 둘째치고, 모습이 예쁘고 단정하다. 쓰다듬어 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안내문에는 수령이 1.000년으로 되어 있다. 정말일까, 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만 나무줄기를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나무 높이는 22m, 줄기 둘레는 8.5m다. 나무가 자라는 주변 환경도 넓고 여유가 있다. 나무 아래에는 평상이 두 개 마련되어 있다. 옆에는 어르신을 위한 게이트볼장이 있어서 운동 후 여기서 쉬기에 좋다. 나무에서 느껴지는 기운 밝고 환한, 치악산 아래 원주시 행구동 오리골에 있는 느티나무다.

천년의나무 2017.07.14

주어리 느티나무

여주시 산북면 앵자봉 남쪽 산자락에 주어사지(走魚寺址)가 있다. 아랫동네 이름도 주어리다. 이름이 특이한데 이는 절을 창건한 설화와 관계가 있다. 한 스님이 절터를 찾던 중 잉어를 따라가 보라는 꿈을 꾸고 실제로 개울을 거슬러 올라가는 고기를 따라가다가 좋은 터를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주어사는 17세기 초에 세워진 절인데 천주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앵자봉 너머의 천진암과 이곳 주어사가 초창기 천주교 입문자들이 모였던 곳이다. 그래서 두 사찰 모두 폐사(廢寺)되는 운명을 맞았다. 주어사는 1776년 즈음에 권철신을 중심으로 강학이 이루어졌다. 주어사 아래에 있는 주어리에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다. 대략 400년 내외 된 나무들이다. 주어사를 오르내린 선각자들이 아마 이 나무 아래서 다리쉼을 했을 ..

천년의나무 2017.06.23

능내리 느티나무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고향이다. 이곳도 전에는 광주군에 속했다. 강에서 떨어져 예빈산 쪽으로 들어간 동네에 이 느티나무가 있다. 안내문에는 수령 500년, 나무 높이 16m, 둘레 5m로 되어 있다. 그러나 눈짐작으로는 500년까지는 되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이 마을은 예쁜 전원주택이 많이 들어와 있다. 나무는 마을 위쪽에 있는데, 옛날에도 여기까지 사람들이 살았던 것 같다. 그 흔적이 이제 나무로만 남아 있다.

천년의나무 2017.06.14

검천리 느티나무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검천리 한강변에 있는 느티나무다. 팔당호의 물과 어울려 전망이 시원하다. 1973년에 준공된 팔당댐으로 강변 마을이 여럿 수몰되었다. 아마 이 느티나무도 옛날에 있었던 마을의 흔적일지 모른다. 느티나무의 모습에서 이 나무가 겪어야 했을 풍파가 읽힌다. 지금은 주변이 잘 정돈되어 있고,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휴식 공간도 넉넉하다. 고요한 물과 벗하며 이제는 평온한 노년이 되길 기원한다.

천년의나무 2016.12.20

단촌리 느티나무(2)

집에서 10여 분 거리에 있지만 8년 만에 다시 찾아가 보는 나무다. 천연기념물 273호로 고향의 자랑거리인 큰 느티나무다. 수령이 약 700년이고, 줄기 둘레는 10m에 이르는 거목이다. 중심에 서면 지름이 20m가 넘게 가지가 뻗어 있어 하늘을 다 가린다. 탄탄하고 균형 잡힌 외형에 생육 상태도 무척 양호하다. 단촌리의 정자나무로 매년 음력 8월 보름에 마을 사람들이 나무 아래에 모여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뜨거운 여름, 밭에서 몇 사람이 일할 뿐 동네는 조용했다. 700년 전이면 조선이 건국된 시기다. 인생 백 년에도 수많은 풍파를 겪는데 이 나무는 얼마만 한 시련을 견뎌내고 이런 거인이 되었을까. 그러면서 수십 세대의 사람들이 오고가는 것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여기서 뛰어놀던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

천년의나무 2016.07.13

토성 느티나무(2)

집 부근에 두고도 이제야 알아보다니, 등잔 밑이 어두운 게 맞다. 성년기에 접어든 듯한 이 느티나무는 부챗살처럼 펼쳐진 균형 잡힌 외형이 아름답다.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아도 단아한 모양새다. 이것이 곱게 자란 느티나무의 전형적인 외모일 것이다. 지나는 사람마다 "참 곱다!" 하고 감탄한다. 겨울에 볼 때보다 신록의 잎으로 단장한 모습이 더 예쁘다. 내가 사랑하는 나무 목록에 추가해야겠다.

천년의나무 2016.04.27

남한산성 남문 느티나무(2)

남한산성은 인조 2년(1624)에 대대적인 개축을 시작했다. "옛 터를 따라 남한산성을 다시 쌓았다."라는 기록으로 보아 신라 시대의 주장성이 있던 곳이라는 게 정설이다. 2년 간의 공사 끝에 광주목이 남한산성으로 이전했고, 행궁도 완성되었다. 병자호란을 겪은 뒤 숙종 대에 다시 증축 공사를 했다. 길이 약 7.5km의 주 성곽과 외성, 옹성 등으로 되어 있고 네 개의 성문이 있다. 그중에서 한양을 오가는 주 통로가 남문이었다. 지금은 아래로 터널이 뚫렸다. 남문 앞에는 네 그루의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다. 남한산성을 축조할 때 토사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심은 것으로 추정한다. 3백 년이 넘는 세월을 견딘 나무들이다. 병자호란 때 인조가 이 문으로 허둥지둥 도망 오던 광경을 본 나무도 있을 것이다. 그중에..

천년의나무 201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