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단촌리 느티나무(2)

샌. 2016. 7. 13. 12:52

 

집에서 10여 분 거리에 있지만 8년 만에 다시 찾아가 보는 나무다. 천연기념물 273호로 고향의 자랑거리인 큰 느티나무다. 수령이 약 700년이고, 줄기 둘레는 10m에 이르는 거목이다. 중심에 서면 지름이 20m가 넘게 가지가 뻗어 있어 하늘을 다 가린다. 탄탄하고 균형 잡힌 외형에 생육 상태도 무척 양호하다. 단촌리의 정자나무로 매년 음력 8월 보름에 마을 사람들이 나무 아래에 모여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뜨거운 여름, 밭에서 몇 사람이 일할 뿐 동네는 조용했다. 700년 전이면 조선이 건국된 시기다. 인생 백 년에도 수많은 풍파를 겪는데 이 나무는 얼마만 한 시련을 견뎌내고 이런 거인이 되었을까. 그러면서 수십 세대의 사람들이 오고가는 것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여기서 뛰어놀던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고 죽어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을 것이다. 남몰래 나무 아래서 흐느끼던 여인의 슬픔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나무의 희노애락은 어떤 것일까를 생각해 본다. 큰 나무 옆에 서면 인간에게만 영혼이 있다고 큰소리치지는 못할 것 같다. 나무의 큰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는 게 어쩌면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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