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199

오가리 느티나무(3)

가을물 든 이 느티나무를 보고 싶었다.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에 있는 두 그루의 느티나무다. 천연기념물 382호로 지정되어 있으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느티나무라 해도 손색이 없겠다. 지난 두 차례 방문에서는 초록잎이 무성한 여름이었다. 두 그루 중 언덕에 있는 느티나무를 상괴목, 도로 쪽 아래에 있는 느티나무를 하괴목이라 한다. 밑의 사진은 하괴목이다. 아래는 상괴목이다. 때가 좀 더 지나야 갈색 옷으로 갈아입을 것 같다. 하괴목에 비해 상괴목은 아직 녹색 기운이 많이 남아 있다. 바로 이웃하고 있지만 나무마다 개성이 다르다. 같은 나무라도 햇빛을 받는 양에 따라 잎이 변색되는 정도가 다르다. 이런 거목일 수록 그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완전히 무르익은 건 아니지만 두 노거수의 가을을 만나고 왔다.

천년의나무 2019.11.05

북가현리 느티나무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북가현리에 있는 느티나무다.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들판에 있다. 사진 피사체로서는 좋은 조건이다. 그런데 줄기에서 나온 가지의 반이 무슨 이유에선지 고사했다. 뇌졸증으로 반신불수가 된 모양새다. 이 나무에 얽힌 전설이 있다. 옛날에 마을에 괴질이 돌아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어느 날 허름한 옷차림의 도인이 지형을 살피더니 구봉산의 정기를 누르기 위해서 심으라고 나무 한 그루를 주고 갔다. 그 뒤부터 마을에 가뭄이나 질병이 없어지고 화목하게 잘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도인이 주고 간 나무가 바로 이 느티나무다. 나무의 수령은 400년, 키는 12m, 줄기 둘레는 5.4m다. 온전한 형태였으면 멋진 느티나무였을 텐데 무척 아쉽다.

천년의나무 2019.10.20

오흥리 느티나무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오흥리 금광호수변에 있는 두 그루의 느티나무다. 가까이에 혜산 박목월 시인의 집필실이 있던 곳이어선지 소공원으로 잘 조성해 놓았다. 두 그루 중 할아버지 나무라 불리는 오래된 느티나무에는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 어떤 사람이 느티나무 아래서 개를 잡았다. 그 뒤로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았는데, 어느 만신이 나무 아래에서 굿을 해보라고 했다. 식구들이 굿을 하자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정월 열나흗 날에 모여 한 해의 풍년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제를 올렸다고 한다. 이 나무는 수령이 450년이 되었고, 나무 높이는 13m, 줄기 둘레는 6.8m다. 이웃해 있는 느티나무는 수령이 350년이 되었다. 옆 나무가 할아버지라면 이 나무는 할머니 느티나무라 할 만하..

천년의나무 2019.10.15

청곡리 느티나무

인가 없는 벌판에 홀로 서 있는 느티나무다. 시야가 훤히 열려 있으니 더욱 우뚝해 보인다. 큰 느티나무지만 비교할 대상이 없으니 작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줄기 둘레가 7m나 되고, 나무 높이는 26m다. 나무 주변에 쉼터를 잘 만들어 놓았고, 임지 화장실까지 있는 게 특이하다. 그렇지만 찾는 사람이 그리 많을 것 같지는 않다.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청곡리에 있다.

천년의나무 2019.09.03

무봉리 느티나무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무봉리에 있는 느티나무다. 네 그루가 있는데 그 중에서 제일 오래된 나무는 수령이 300년 정도 되었다. 이 나무는 높이가 14m, 줄기 둘레는 3.8m다. 무봉2리 마을회관 앞에 있다. 낮 기온이 37도까지 오른 뜨거운 날이었는데, 나무 그늘 아래서 동네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며 쉬고 있었다. 나무 네 그루가 만드는 그늘이 넓고 시원했다. 그늘에 드니 더운 줄을 모르겠다. 실내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것보다 훨씬 낫다. 무봉2리는 '거친봉이'라고도 하는 큰 마을이다. 주변 사람들이 시장에 가기 위해서는 이 마을을 거쳐 간다고 해서 명명된 이름이라고 한다. 오래 전부터 이 느티나무는 지나가는 객들이 쉬어가는 장소였을 것이다. 옆에는 주막이 있었을 법도 하다.

천년의나무 2019.08.06

관청리 느티나무

강화읍 관청리에 있는 느티나무다. 강화성 동문 가까이에 있다. 지대가 높아 나무에서는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수령은 600년 정도이고, 높이는 19m, 줄기 둘레는 7m다. 이 나무는 큰 가지가 하나가 잘려나가서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 온전한 나무라면 360도 대칭 구조라 어디서 봐도 비슷하다. 그러나 균형이 깨지면 같은 나무인데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신산한 세월의 흔적이 배인 관청리 느티나무다.

천년의나무 2019.05.14

임현리 느티나무

임현리는 충북 단양군 어상천면소재지 마을이다. 삼태산 등산로의 기점이기도 하다. 이 느티나무는 임현리 입구에 있으며 수령은 200년 정도 되었다. 도로 쪽으로 40도 정도 기울어졌고, 줄기의 반은 보형재로 채워져 있다. 나무 밑에는 정자와 운동 기구가 있는데 마을 주민이 얼마나 이용할지는 의문이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지만 도로에 붙어 있어 쉼터로는 적당하지 않아 보인다.

천년의나무 2019.04.05

산성마을 느티나무

남한산성 안 산성마을에 있는 느티나무다. 곧고 훤칠하게 잘 자란 나무다. 다만 주변이 너무 지저분하다는 점이 아쉽다. 여름에는 풀이 무성해 접근할 수 없다. 잘 정비하면 주민의 훌륭한 쉼터가 될 텐데 안타깝다. 행궁 안팎에 있는 느티나무 옆에도 가 본다. 행궁 뒷산에는 소나무가 많지만, 행궁 주변에는 느티나무를 많이 심었던 것 같다. 크고 작은 느티나무가 10여 주는 될 듯하다. 현재 남아 있는 것은 그중에서도 일부분일 것이다.

천년의나무 2019.02.27

단촌리 느티나무(3)

고향에 내려가는 길에 단촌리 느티나무에 먼저 들리다. 고향 집에서 차로 10분이면 닿는 거리에 있다. 겨울이 되니 느티나무의 우람찬 풍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줄기의 굵기로 치면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나무다. 볼 때마다 "대단하시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줄기에 비해 키가 작으니 오히려 안정감이 있다. 이렇게 살아남기까지 감내해야 했을 무수한 인고의 때를 생각한다.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라는 노래 가사 그대로, 여기 거인 할아버지 앞에서 나는 너무 왜소해진다. 쓸쓸한 겨울바람이 스치고 지나간다.

천년의나무 2019.02.06

서산시청 보호수 두 그루

충남 서산시청 앞에는 느티나무와 왕버들, 두 그루의 보호수가 있다. 나무로 볼 때 오래전부터 이곳이 관아 자리였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왕버들이 있다는 것은 연못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나무가 있는 자리는 시청 정문 바로 앞인데 공원으로 깔끔하게 조성되어 있다. 느티나무는 수령이 400년, 높이는 9m로, 단아한 모양새다. 왕버들 수령은 300년이다. 왕버들 특성상 느티나무에 비해 훨씬 더 세월의 깊이가 느껴진다. 이 둘은 서산 관아의 역사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나무다.

천년의나무 2019.01.31

당진성당 보호수

충남 당진시 읍내동에 있는 당진성당 마당에는 느티나무와 은행나무, 두 그루의 보호수가 있다. 제일 많은 보호수를 보유한 성당은 아산에 있는 공세리성당일 것이다. 당진성당은 본당이 설립된지 70년 정도 되었는데, 두 나무는 성당이 세워지기 훨씬 전부터 이 언덕에서 자라고 있었다. 옛날에는 이곳 터가 무슨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궁금하다. 느티나무는 성당 정면을 향해 있고, 수령은 약 150년 정도 되었다. 보호수 중에서 이 정도면 어린 편에 속한다. 나무 높이는 20m, 줄기 둘레는 2.3m다. 균형 잡힌 몸매가 아담하면서 정갈하다. 은행나무는 수령이 800년이다. 엄청난 풍채를 자랑한다. 옆에 있는 느티나무는 손자에 손자뻘 정도 되어 보인다. 줄기가 보러진 곳도 보이고, 상한 부분도 있지만 씩씩한 기상이 느..

천년의나무 2019.01.28

청평리 느티나무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청평리에 있는 느티나무다. 옛 마을은 사라지고 지금 이곳은 개발이 한창이다. 옆에 청평역이 들어섰고, 나무 주위로는 새 도로를 내는 작업이 마무리에 있다. 나무 옆에 정자가 있지만 마을 주민의 휴식처로서 정자목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 시대의 변화를 겪지 않는 나무는 별로 없다. 느티나무 옆으로는 청평역을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이 나무 높이는 22m로 수형이 수려해서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수령은 약 300년이다. 나무 옆이 지금은 논이지만 오래지 않아 건물이 들어설 게 틀림없다. 그리되면 지금의 시원한 전망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천년의나무 2018.12.03

가평 읍내리 느티나무

처음부터 이런 비탈은 아니었을 것이다. 인간이 야금야금 나무의 자리를 갉아먹어 더 이상 내어줄 수 없는 자리만 차지한 채 버티고 있으리라. 느티나무 답지 않게 수형도 왜곡되어 있다. 풍성해야 할 가지가 많이 잘려 나갔다. 키만 껑충 하고 바싹 말라 보여 안타깝다. 안내문에는 이 느티나무 수령이 300년으로 적혀 있다. 높이는 25m, 줄기 둘레는 4.8m다. 가평군 읍내리 513번지, 가평성당 옆에 있다.

천년의나무 2018.12.03

공세리성당 보호수

공세리성당에는 세 종 여섯 그루의 보호수가 있다. 느티나무가 네 그루, 팽나무와 피나무가 각 한 그루다. 본당 앞과 옆에 있는 팽나무와 느티나무는 수령이 300년이 넘으며 누구의 눈에나 잘 띈다. 본당 건물과 멋진 조화를 이루는 나무다. 이번에 공세리성당에 간 길에 다른 나무도 함께 찾아보았다. 먼저, 성당에 들어서면서 입구에 있는 느티나무다. 수령이 250년으로 높이 21m, 둘레 3.9m다. 노쇠한 탓에 치료중이다. 쌍둥이라 불리는 두 그루 느티나무가 있다. 수령은 250년 정도로 추정된다. 현 성당이 건축되기 전 옛 성당 옆에 있어서 교우들이 이 나무 아래서 쉬었다 한다. 수령이 150년 정도 되는 피나무다. 높이는 20m, 둘레는 2.8m다. 피나무가 있다는 것은 이곳이 전에는 야산이었다는 증거일..

천년의나무 2018.11.15

호탄리 느티나무

동승자가 와, 하고 환성을 터뜨려 후진하여 곁에 가 본 느티나무다. "참 곱다"는 감탄사가 연이어 나온다. 모양새도 색깔도 무척 예쁘다. 이 느티나무가 있는 마을은 충북 영동군 양산면 호탄리다. 하늘에서 보면 발갛게 익어가는 홍시처럼 보일 것 같다. 마을길은 나뭇가지다. 바람이 부니 황금색 잎이 와사사 뿌려진다. 자연물의 마지막은 이처럼 아름답다. 사람의 노년과 비교하니 더욱 쓸쓸해진다.

천년의나무 2018.11.04

양주향교 느티나무

경기도 양주시 유양동에 있는 양주향교는 태종 1년(1401)에 창건되었다. 대성전, 명륜당, 동무, 서무 등의 건물이 있고, 대성전에는 현유(賢儒)의 위패가 모서져 있다. 향교 앞에 수령이 4백 년이 넘는 느티나무가 있다. 향교 쪽으로 기울어진 나무는 높이가 12m, 줄기 둘레는 5.5m다. 줄기는 많이 상해서 보형재가 채워져 있다. 향교 건물과 잘 어울리는 고목이다. 향교 안에도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지만 느티나무에 비하면 연륜이 떨어진다.

천년의나무 2018.09.21

왕창리 느티나무

양평군 강하면 왕창리에 있는 느티나무다. '일본군을 혼내준 나무'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이 이 마을에 들어왔다. 우람한 느티나무를 보고는 탐이 난 모양이었다. 나무에 달린 큰 혹을 떼려고 도끼를 들었는데 갑자기 일본군의 발이 땅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도끼를 내던지고 느티나무를 향해 절을 수백 번 하니 그제야 발이 떨어졌다는 일화가 전한다. 이 나무는 개인 주택의 울타리 안에 있다. 멋 모르고 들어갔다가 주인장으로부터 나가라는 주의를 받았다. 사유지 안에 있더라도 나무 가까이 갈 수 있는 길이 있었으면 좋겠다. 수령은 약 300년 되었고, 높이는 18m, 줄기 둘레는 5.9m다.

천년의나무 2018.09.18

금당실 느티나무

예천 금당실마을에 있는 500년 된 느티나무다. 표석에는 국립산림과학원에서 500년 수령을 공식 인정했다는 기록이 적혀 있다. 연대로 추정해 보면 변희리(邊希李, 1435~1506) 선생이 심은 것으로 보인다. 이 집안에는 사괴당(四槐堂)이라는 종가 건물이 있다. '괴(槐)'는 느티나무를 가리킨다. 원래는 네 그루의 느티나무가 있었던 듯하다. 나무 둘레는 5.2m에 이르고 금줄이 휘감고 있다. 줄기를 보면 500년의 연륜이 확실히 느껴진다. 금당실을 대표하는 나무로 용문면사무소 앞에 있다.

천년의나무 2018.08.21

남한산성행궁 느티나무(3)

노을 사진을 찍어볼까 하고 남한산성을 찾았더니 포인트는 이미 수많은 삼각대로 점령되어 있었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두 시간 전에 이미 만원사례였다. 사진가의 열정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구름이 사라진 하늘도 휑해서 석양이 멋진 풍경을 연출해 줄 것 같지도 않았다. 행궁 옆을 지나며 오래 된 느티나무와 인사를 나누었다. 역광 상태에서 카메라의 HDR 기능을 처음으로 이용해 보았다. 사진은 맴맴 제자리만 돈다.

천년의나무 2018.08.17

덕수2리 느티나무

양평군 단월면 덕수리로 같은 지명이지만 덕수교회 옆에 있는 느티나무와는 500m 정도 떨어져 있다. 수령이 500년으로 이쪽이 형님 느티나무다. 나무줄기가 긴 세월을 대변해 준다. 나무 둘레로 데크를 해 놓아 주민이 쉴 수 있게 했다. 시골 마을은 텅 비어 인적이 없다. 그렇다고 들판에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마을을 지키는 여름 한낮이다.

천년의나무 2018.06.25

덕수리 느티나무

단정한 모습에서 품격이 느껴지는 느티나무다. 균형미가 아름답다. 나무 아래 정자도 아담하게 잘 놓여 있다. 두 개의 줄기가 합체되어 V자 형으로 갈라졌다가 여러 개의 가지로 나뉘었다. 높이는 16m, 줄기 둘레는 6.2m, 수령은 300년이다.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덕수리에 있다. 마침 정자 아래 쉬고 있던 주민분이 나무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해 주신다. 나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시다. 나무 옆에는 시골 마을치고는 꽤 큰 교회가 있다. 느티나무의 기운을 받아 교세도 왕성한 것 같다. 주변 풍경과도 잘 어울리는 느티나무다.

천년의나무 2018.06.25

보룡리 느티나무

10여 그루의 느티나무 고목이 마을 길을 따라 도열해 있다. 그중 한 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고, 수령이 600년이 넘는다. 옆에 보산정과 박씨 문중 비각이 있어 느티나무 군락과 연관이 있음을 짐작케 한다. 보산정(寶山亭)은 고려말 공민왕 때 무안 박씨의 선조인 간의대부 송림공(松林公)이 당시 왕궁의 혼란을 피해 낙향해서 시회장(詩會場)으로 건립했다. 정자는 야트막한 언덕에 있는데, 주위에는 연못도 조성되어 있다. 나무의 연령과 보산정을 세운 시기가 얼추 비슷하다. 이 정도의 느티나무 군락이라면 어디에 내놔도 자랑할 만하다. 아름드리 거목들인데 관리 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다. 나무에 딱 붙여서 집을 지어놓기도 했다. 다행히 나무를 훼손한 것 같지는 않다. 양평군 단월면 보룡리에 있다.

천년의나무 2018.06.23

공세리성당 팽나무와 느티나무

10년 만에 다시 만난 공세리성당의 팽나무와 느티나무다. 단아하고 정갈한 자태의 두 나무는 성당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성당이 나무를 돋보이게 하고, 나무가 성당을 살린다. 성당과 나무가 만드는 조화와 아름다움을 내 사진 실력으로는 나타낼 수 없다. 다시 찾아와야 할 과제를 안았다. 성당으로 올라갈 때 먼저 팽나무를 만난다. 공세리성당 '문지기 나무'라 불리는 이유를 알겠다. 3백 년 세월의 흔적은 뿌리에 온전히 드러나 있다. 고난과 박해 위에 활짝 꽃을 피운 신앙의 열매를 보는 것 같다. 성당 옆 뜰에는 수령 380년의 느티나무가 있다. 1600년대에는 세곡을 하역하는 사람들의 휴식을 위해 나무를 많이 심었는데 이 나무도 그중 하나로 보인다. 고종 31년(1894)에 옛 성전을 건립할 때 성당 옆으로 ..

천년의나무 2018.06.19

상중리 느티나무

수령이 1,100년 가까이 되는, 충청남도에서 제일 연세가 많으신 나무다. 예산군 대흥면 상중리에 있다. 전설에 의하면 소정방이 이끄는 나당연합군이 백제 부흥군의 마지막 거점인 임존성을 공격할 때 이 나무에 배를 맸다고 한다. 의자왕이 항복하고 난 뒤 3년여 동안 결사 항전을 벌였던 곳이 임존성이다. 마을 뒤에 있는 봉수산(483m)에 임존성이 있었다. 663년 11월에 임존성은 함락되고 백제는 종말을 맞았다. 전설이 맞다면 나무 나이는 최소한 1,500살이 넘어야 한다. 백제 시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나무에 배를 맸다는 것은 사실일지 모른다. 지금도 샘을 파면 시커먼 갯벌의 흙과 짠물이 섞여 나온다고 한다. 이 나무의 별명이 '배 맨 나무'다. 나무는 한눈에 봐도 연륜이 오래되고 범상치 않음을 알 수 ..

천년의나무 2018.06.17

대흥향교 느티나무

충남 예산군 대흥면에 있는 대흥향교(大興鄕校)는 조선 태종 5년(1405)에 설립되었다. 안에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명륜당과 대성전을 갖춘 전형적인 향교라는 설명이다. 대흥향교 입구에 300년 정도 된 느티나무가 있다. 나무가 자라는 위치가 상당히 불안하다. 아마 도로를 내면서 터가 많이 깎여나가지 않았나 싶다. 나무 높이는 14m, 줄기 둘레는 4.2m인 느티나무다.

천년의나무 2018.06.15

내현리 느티나무

충남 홍성군 구항면 내현리는 '거북이마을'로 알려져 있다. 구항(龜項)에도 '거북 구' 자가 들어있는데 이 고장 지형이 거북이처럼 생겼다고 한다. 내현리는 약천 남구만(南九萬, 1629~1711) 선생의 고향이기도 하다. 선생은 당시 서인의 중심 인물이었고 문장과 시화에 뛰어났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이 시조가 선생의 작품이다. 선생은 말년에 이곳에서 집필 활동을 하며 지냈다고 한다. 역사성 있는 내현리는 여러 문화 사업을 하는 것 같다. 여는 농촌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이 마을에 수령 400년이 넘는 느티나무가 있다. 연륜이 오래되었음을 나무 밑둥이 말해준다. 찾아간 날은 주변이 공사중이라 어수선했다. 마을에서 아..

천년의나무 2018.06.14

향소리 느티나무

양평군 단월면 향소리에 있는 느티나무다. 도로변에 있어 쉽게 눈에 띈다. 가까이 가서 보니 특이한 모양의 나무다. 느티나무 두 그루와 음나무가 한데 붙어 있는 연리목이다. 세 그루가 합체된 경우는 처음 본다. 그런데 아쉽게도 음나무는 줄기가 베어졌다. 안내문이 아직 남아 있는 거로 봐서 근래 죽은 것으로 보인다. 느티나무와 음나무 수령이 500년으로 적혀 있다. 무슨 사연으로 음나무가 죽음을 맞았는지 주변에는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옆에는 좀 더 어린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는데 제단이 차려져 있다. '소망'이라는 제목의 표석도 있다. 마을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장소인 것 같다. 총 다섯 그루가 있었는데 음나무는 사라지고 지금은 느티나무 네 그루만 남았다. 몇 년 더 일찍 찾아왔더라면 살아 있는 음나무를..

천년의나무 2018.06.08

창의리 느티나무(2)

10년 전에 만난 나무인데 처음인 듯하다. 그때는 겨울이어서 나무의 느낌이 전혀 달랐을지 싶다. 확실히 여름 나무는 생명력이 넘친다. 가평군 설악면 창의리에 있는데 지인의 농장을 방문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나무 둘레로 목재 데크와 의자를 만들어 놓았다. 10년 전에는 없던 시설이다. 너무 인간 위주의 생각이 아닌지 모르겠다. 나무 수령은 500년, 높이는 28m, 줄기 둘레는 7.1m다.

천년의나무 2018.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