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이름이 귀신사? 처음 들으면 고개가 갸웃할 것이다. 그러나 한자로는 '돌아올 귀'[歸]에 '믿을 신'[信]을 쓴다. 믿음으로 돌아오는 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름이다. 신라 문무왕 16년(676)에 창건된 유서 깊은 절이다. 전북 김제에 있다.
귀신사를 처음 찾았던 것은 10여 년 전이었다. 그때 절 뒤 언덕에 있는 느티나무 삼형제가 인상적이었다. 그 느티나무를 보러 이번에 다시 들렀다. 귀신사로 들어가는길은 전에 비해 잘 정비가 되어 있었다. 경내도 훨씬 더 단정해졌다. 그러나 느티나무만은 여전히 그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나무는 수령이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다. 눈대중으로 볼 때 100년 남짓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이곳이 귀신사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다. 3층석탑과 느티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답다. 넓은 빈 터로 보아 예전에는 여기에 법당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 빈 터가 주는 쓸쓸함이 가을에 오면 더욱 분위기 있는 풍경이 될 것 같다.
느티나무 아래에는 특이한 석물이 있다. 귀신사 석수(石獸)라 불리는 사자상인데 등 위에는 남근석이 세워져 있다. 절 안에 남근석이라니 재미있다. 사자상은 이곳 지형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불교와 풍수지리, 남근숭배가 섞인 의미 있는 석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