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에 있는 금산사(金山寺) 미륵전(彌勒殿) 앞에 오래된 산사나무가 있다. 둘로 갈라진 줄기가 대부분은 썩어 없어졌고 일부 껍질만 남았다. 겉모양으로만 보면 살아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봄이면 하얀 꽃을 피우고 가을이면 붉은 열매를 맺는다.그런 모습을 보며 꺼지지 않는 생명력에 사람들은 신기해 한다.
산사(山査)나무는 한자 이름을 풀이하면 '산 속의 아침[旦] 나무[木]'라는 뜻이다. 붉은 열매가 달린 것이 나무 사이로 해가 뜨는 모습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싶다. 열매를 산사자(山査子)라 하는데 한약재로 쓰인다. 이 열매로 담근 술이 산사춘이다. 나무에는 가시가 있는데 옛날 사람들은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그것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성서에 나오는 '거룩한 가시나무'가 이 산사나무라고 한다.
금산사 산사나무에 얽힌 전설이라도 있지 않나 싶어 관광안내소를 찾았다. 그러나 기대했던 설명을 듣지는 못했다. 그분은 산사나무라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알고 있지 않았다. 나무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어 보였다. 사람들이 많이 호기심을 가지는 나무이기 때문에 사찰 측에서 나무 옆에 안내문이라도 세워줬으면 좋겠다. 일반인들은 나무 이름도 모르고 지나칠 것이다.
내가 찾았을 때는 한겨울인데도 나무에는 아직 빨간 열매가 매달려 있었다.높이는 내 키 정도밖에 안 되지만 나이는 상당히 오래된 작은 거인이다. '금산사 산사나무'라는 이런 시가 있다.
아랫도리 다 비운 나무가
쉿! 공중부양 중이다
설법하시는 중이다
저러다 일 내고야 말지
大寂光殿 옆 비워둔 석련대
슬그머니 올라앉는 거 아녀?
- 금산사 산사나무 / 박윤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