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남한산성 행궁이 완전 복원되었다. 병자호란 시 인조가 피난했고, 그 뒤에도 여러 임금이 순행 때 묵어간 곳이다. 전에는 행궁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민가나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남한산성 호텔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행궁이 옛 모습을 되찾게 된 건 반가운 일이다.
행궁 주변에 보호수 느티나무가 두 그루 있다. 각각 300년, 400년 된 느티나무다. 나이로 볼 때 행궁의 역사와 함께하는 나무들이다. 둘 중에서 400년 된 느티나무는 줄기가 통째로 썩어서 보형재로 채워져 있고, 가지는 철제 지지대로 버텨 놓았다. 그래도 여름에 보는 나뭇잎만은 싱싱하다. 최근에 복원된 새 건물의 생뚱함을 이 고목들이 그나마 중화시켜 준다. 이 느티나무 그늘에 앉으니 1636년의 현장이 안타깝게 그려졌다. 그때의 죽음, 절망, 치욕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왕조가 쓰러지고 세상이 무너져도 삶은 영원하고, 삶의 영원성만이 치욕을 덮어서 위로할 수 있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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