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의 거목이다. 원주시 부론면 거돈사지에 있다. 거돈사(居頓寺)는 신라 시대에 창건되고 고려 초기에 번창하였다가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 넓은 절터에는 삼층석탑만이 그나마 온전히 남아 있다.
폐사지 입구 축대 가장자리에 이 느티나무가 있다. 예전에는 절을 찾아오는 순례객을 제일 먼저 맞아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절이 무너진 지 400년이 넘었다. 수많은 인간의 사연들이 허공으로 사라져가는 것을 지켜본 느티나무의 심정은 어떠할까. 느티나무 옆에 서 있으면 덧없는 생의 피곤함이 느껴지는 것도 같다. 흥하고 쇠하는 만물의 이치를 온몸으로 터득한 성자처럼 느티나무는 묵묵히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