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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속일상

내가 사랑하는 길

샌. 2026. 2. 6. 10:06

 

야탑 모임에 나갈 때는 시간 여유를 갖고 일부러 대여섯 정거장 전에 내려 이 길을 걸어간다. 사계절 어느 때라도 좋은 길이다. 봄은 꽃이 환해서 좋고, 여름은 무성한 초록이 좋고, 가을은 울긋불긋 단풍이 화려하고, 겨울은 쓸쓸한 애상이 맛나다. 처마에 매달아 놓은 말린 곶감을 하나씩 빼먹는 달콤한 맛을 생각했다. 이 길을 걸을 때의 맛이다.

 

밤 기온이 영상일 정도로 날이 풀어졌다. 졸졸거리며 얼음 사이로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정겹다.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봄을 깨운다. 도시에 사는 새들이어선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백로는 바로 옆에까지 가도 개의치 않고 명상에 잠겨 있다. 까치, 까마귀도 손에 잡힐 듯 가까이서 날아다닌다. 길이 더욱 따스하다.

 

 

며칠 전 단톡방에 친구가 부산 유엔공원에서 찍었다며 홍매화 사진을 보내줬다. 붉은 매화가 나무를 덮고 있었다. 벌써 매화 소식이 들리는구나. 오늘은 여기도 생명들이 깨어나며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봄이 오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걷는 여수천과 탄천 길을 나는 사랑한다. 모임보다는 이 길을 걷고 싶어 집을 나서는 것 같기도 하다. 길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안녕, 이라고 인사를 건넨다. 그들은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을 하고' 걸어간다. 우리 모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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