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아중호수와 덕진공원 본문
퇴원한 장모님을 뵈러 가서 닷새를 있었다. 그 사이에 병원 진료를 받으러 눈비 속에서 익산에 다녀왔고, 가까운 데 나들이를 하기도 했다. 상심한 장모님을 달래주려 나름 애를 썼는데 다행히 마음을 여시는 기미가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회복되시길 기대한다.
하루는 장모님을 모시고 아중호수(牙中湖水)에 다녀왔다. 전주시 남동쪽 외곽에 있는 아중호수는 여러 차례 지나치기만 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찾아가 봤다. 아내와 장모님이 카페에서 휴식하는 동안 나는 호수 둘레로 난 약 3km 길이의 산책로를 걸었다. 예상보다 멋진 호수길이었다.


데크길에 하얀 새의 배설물이 보여 위를 올려다보니 처음 보는 새 여러 마리가 소나무에 앉아 있었다. 검색해 보니 여러 이름이 나오는데, 가마우지의 한 종류로 보인다. 자주 보는 민물가마우지와는 다르다.

호수의 명물은 아중호수도서관이다. 한적한 호수변에 이렇게 멋진 도서관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책과 함께 시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가 좋았다. 책을 읽기도 하고, 호수를 바라보며 물멍을 하기도 하고, 창가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특히 LP판이 다량 구비되어 있어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호수를 바라보며 헤드폰으로 들을 수 있어 탐났다. 대기줄까지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다만 주차 공간이 대여섯 대밖에 안 되는 게 유일한 흠이라고 할까.



맑고 따스한 날이었다. 하늘에는 반달이 떠 있었다.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

봄기운을 띈 햇살의 인도로 장모님도 호숫가에 나왔다. 왼 손목에는 아물고 있는 상처의 일부가 보인다. 마음도 함께 잘 아물어가기를....
호수변에 있는 식당에서 먹은 보양어죽이 아주 맛있었다. 나로서는 처음 먹어보는 어죽이었다. 그동안은 어죽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서 피한 음식이었다. 장모님도 오랜만에 맛있게 드셨고, 활기를 일부 회복한 듯했다.


시간이 있던 어느 날은 덕진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늦겨울 공원은 썰렁했다. 한 바퀴를 돌았다.


예전에는 왕버들이 많았을 법한데 지금은 몇 그루 남아 있지 않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한옥 건물 역시 도서관이다. 그러나 문이 잠겨 있어 들어가지는 못했다. 어쨌든 휴식 공간의 역할을 하는 도서관이 가까이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여기도 낙우송 주변에는 기근(氣根)이 돋아나 있다. 숨을 쉬기 위해 밖으로 돌출한 뿌리다.


공원을 오가는 길에 전북대학교 구내를 지났는데 졸업식이 끝나고 운동장에서는 기념 촬영을 하는 학생들이 늦게까지 남아 있었다. 저 젊은이들의 앞길이 푸른 하늘처럼 밝았으면 좋겠다.

집 근방에 종합운동장과 야구장이 있었는데 모두 철거되었다. 이 자리에는 대규모 문화복합센터가 들어선다고 한다.

장모님을 안산에 있는 처제네 집에 모셔다 드리고 돌아왔다. 당분간은 처제가 보살피기로 했다.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가 보다. 그저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