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이용하는 버스정류장 옆에 자귀나무 한 그루가 있다. 차가 쌩쌩 달리는 4차선 도로변에서 소음과 더불어 살아가는 나무다. 여름이 되니 분홍색 꽃을 피워 자꾸 올려다보게 된다. 지나가는 차가 일으키는 바람에 꽃잎은 쉼없이 흔들린다. 자귀나무 꽃은 비단이 연상될 고운 색깔을 띄고 있다. 미풍에도 한들거릴 만큼 가늘고 부드럽다. 자귀나무는 꽃만 아니라 가지런한 잎도 예쁘다. 기품 있고 우아한 모습이 고급 정원수에 어울리건만 험한 도로변이 있을 곳은 아닌 것 같다. 분별을 일삼는 인간의 생각이겠지만. 원뜻이 뭔지는 모르지만 자귀나무의 '자귀'를 나는 '自貴'로 읽는다. "스스로를 귀하게 여긴다" - 꽃 이름에서도 내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