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골에 살 때 집 주변에 원추리를 심었다. 노란색의 각시원추리였다. 이웃에서 구근을 줬는데 밤골 생활 초기만 해도 마을 사람들과 사이가 괜찮았다. 원추리 꽃은 좋았는데 줄기에 진드기가 까맣게 붙어 징그러웠다. 원추리를 보면 그 시절이 떠오른다. 원추리가 한자로는 훤초(萱草)다. '훤' 발음이 '원'으로, '초'가 '추'로 변한 뒤 접미사 '리'가 붙어 원추리가 되었다는 추론이 그럴듯하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이름이지만 '원추리'라고 발음하면 어쩐지 이국적인 느낌이 난다. 원추리의 다른 이름이 망우초(忘憂草)다. 비슷한 글자인 '훤(諠)'이 '잊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이리라. 옛날에는 원추리를 집안 깊숙한 내당 뜰에 심었다고 한다. 아녀자들이 이 꽃을 보며 근심과 걱정을 잊었다는 의미일지 모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