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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식구

터에 새 식구가 많이 늘어났다. 4월 들어서 주말마다 터에 내려가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심은 나무는 다음과 같다. 배롱나무 1, 살구나무 1, 라일락 1, 산수유 1, 사철나무 40 모과나무 1, 자작나무 10, 회양목 50 벚나무 1, 단풍나무 2, 오가피 10, 회양목 10, 연산홍 30 그런데 나무를 고르는 데서부터 어설프게 보였는가 보다. 나무를 배달해 온 분이 나무 모양을 보더니 혀를 끌끌 찬다. 수목전시장에서는 잘 몰랐는데 심어놓고 보니 몇 주는 수형이 마음에 안 든다. 특히 배롱나무가 심하다. 원줄기에서 갈라진 가지가 완전히 불균형이다. 그래도 누군가는 선택했어야 할 나무라는 생각이 드니 우리 마당에서나마 잘 자라 주었으면 좋겠다. ..

참살이의꿈 2004.04.20

춘색(春色)

터에 다녀오는 길은 봄으로 가득했다. 사계절이 모두 나름대로의 특징과 아름다움이 있지만 일년 중 지금 이 때만큼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취하게 하는 때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터의 집 앞에 앉아서, 또는 오고가는 길에서 봄의 향기에 취하고 또 취했다. 몇 장의 사진을 남겼지만 마음의 감흥을 어찌 다 옮길 수 있을까? 세상은 생각할 수 있는 이상으로 무척 아름답다. 이 짧은 동안의 신록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참으로 비할 데가 없다. 초록이 소박하고 겸허한 빛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때의 초록은 그의 아름다움에 있어 어떤 색채에도 뒤지지 아니할 것이다. 예컨대 이러한 고귀한 순간의 단풍 또 낙엽송을 보라. 그것이 드물다 하면 이즘의 섶, 밤, 버들 또는 임간(林間)에 있는 이름없는 이 풀 저 풀을 보라. 그의 청..

사진속일상 2004.04.18

제비꽃

오전에 투표를 마치고 집에서 쉬고 있다. 나에게는 고마운 휴일이다. 숨 둘릴 사이도 없이 바쁜 나날 가운데에 이런 쉼표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기만 하다. 앨범을 들춰보니 제비꽃 사진이 몇 장 눈에 띈다. 제비꽃은봄에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꽃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냥 제비꽃으로 부르지만 그 종류는 무척 많다. 김태정 님이 지은 이라는 도감에 보면 우리 나라에서 자라는 제비꽃 종류가 무려 37종이나 나온다. 삼색제비꽃, 남산제비꽃, 단풍잎제비꽃, 화엄제비꽃, 태백제비꽃, 둥근털제비꽃, 잔털제비꽃, 서울제비꽃, 아욱제비꽃, 고깔제비꽃, 흰제비꽃, 제비꽃, 호제비꽃, 광릉제비꽃, 갑산제비꽃, 털제비꽃, 이시도야제비꽃, 금강제비꽃, 왜제비꽃, 흰젖제비꽃, 얇은제비꽃, 흰털제비꽃, 각시제비꽃, 알록제비꽃, 뫼제..

꽃들의향기 2004.04.15

선거 이틀 전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 분위기가 전에 비해 차분해진 것 같다. 신문이나 TV를 통해서만 선거일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생활에서 체감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평소 정치에 무관심하던 사람도 정치 얘기 한 두 마디는 거들 정도는 되었다. 역시 선거는 바람을 잘 타야하는 건지 무슨 풍, 무슨 풍에 민심이 왔다갔다해서 종잡을 수가 없다. 한 때는 구태의연한 썩은 정치판에 실망한 국민들에게 이대로는 안 된다는 변화의 바람이 불기도 했다. 특히 탄핵 사태의 충격이 그런 바람에 불을 지펴서 그 열기는 전국을 휩쓸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시 고개를 드는 지역주의 앞에서 촛불의 빛도, 변화의 바람도 슬그머니 사그라지는 느낌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국민의 의식 수준을 넘을 수 없다..

길위의단상 2004.04.13

봄 강가에서

여주, 양평을 지나는 남한강과 춘천, 청평을 지나는 북한강이 양수리에서 만난다. 흔히 두물머리라고 부르는 곳이다. 여기에서부터 한강이 되어 서울을 지나 서해로 흘러간다. 이 강들을 따라 나있는 도로는 사람들의 생활로이면서 멋진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하다. 특히 지금과 같은 때이면 가히 환상적이라 할 수 있다. 강과 야산의 어우러짐 속에 온갖 봄꽃들이 눈부시고, 갓 돋아난 새 잎들의 연초록 색깔은 사람의 넋을 빼어 놓는다. 눈길 가는 어디든 그림이나 사진의 소재가 되지 않을 곳이 없다. 천변만화하는 풍경이며 산색(山色)이지만 나는일년 중 이 때를 가장 좋아한다. 나무에서 갓 생겨난 이파리들이 만드는 색깔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냥 멍하니 앉아 몇 시간이고 바라보곤 했다. 오늘은 남한강변을 따라 올라오..

사진속일상 2004.04.11

그랬다지요 / 김용택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꽃이 피고 지고, 새들이 울고, 그러면서 봄날은 간다. 꽃이 피고 지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고, 새들이 우는 것도 무슨 의미가 있는게 아니다. 인간의 눈을 위해 봄꽃이 화려하게 대지를 덮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귀를 위해 새들이 우는 것도 아니다. 하늘의 구름 모양에서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보는 것은 내 마음의 상상일 뿐, 구름은 그냥 구름일 뿐이다. 그런데 사람은 의미를 물으며 산다. 아무 대답이 없을지라도 그래도 의미를 묻는 사람은 행복하다. 존재의 이유를, 행위의 의..

시읽는기쁨 2004.04.09

진달래

산의 꽃 진달래 산마다 피는 꽃 우리 나란 산의 나라 진달래 피는 나라 봄이면 남북 강산에 이어 피는 진달래 저 산에 접동새 우네 접동새 우면 진달래 피네 바위 틈 모래흙이 거칠어도 매말라도 웃으며 봄 앞장서서 먼저 피는 진달래 진달래 꽃잎 따다 전 지지고 시도 짓고 목동들 나무꾼들 입에 물고 등에 꽂고 마을로 봄바람 따라 내려오는 진달래 - 이은상 진달래는 우리 나라의 꽃이다.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한국의 봄을 연상할 때 아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꽃이 진달래와 개나리가 아닐까 한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뒷산에는 분홍빛 진달래꽃이 피고, 마을길을 따라서는 노란 개나리가 환하게 피어난 시골 마을의 정경이 한국의 전형적인 봄 풍경일..

꽃들의향기 2004.04.07

나무를 심다

산림조합에서 직영하는 나무 전시장에 다시 들러 보았다. 3월 중순에갔을 때보다구경나온 사람들이 훨씬 적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무 심기를 마친 것 같았다. 그리고 작은 읍내의 길거리에서 임시로 열렸던 나무 시장도 벌써 사라졌다. 오늘이 식목일이건만 실제 나무 심는 시기는더 빨라야 하지 않을까 싶다. 벌써 대부분의 묘목이나 나무들이 잎과 꽃을 피우고 있었다. 담당자 말로는 4월 중순까지는 괜찮다고 하지만 늦어질수록 나무의 몸살은 더 커질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마당에 심을 나무의 구체적인 밑그림도 없이 갔기에 이 나무 저 나무 구경하다가 눈에 띄는 것으로 몇 그루를 구입했다. 울타리 대용으로 쓸 사철나무 40주. 베롱나무, 살구나무, 라일락, 산수유 각 1주. 울타리로는 쥐똥나무를 예상했었지만 막상 가서..

참살이의꿈 2004.04.05

개나리 산

서울 가운데에 개나리 산이 있다. 성동구에 속해 있는데 정식 명칭은 응봉산이다. 보통 때는 그냥 지나치는 작은 야산이지만 봄만 되면 이 산은 서울 시민들의 시선을 끈다. 온 산이 오직 개나리 나무로만 되어있어 봄이 되어 샛노란 단장을 하면 그 화사한 색깔로 여러 사람들을 유혹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일부러 시간을 내어 이 산을 찾았다. 지하철 응봉역에서 내려 약 10분 정도 걸으면 이 산에 오를 수 있다. 높이래야 얼마 되지 않는 작은 산이지만 지금 이 때는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밑으로 내려다 보이는 서울 시내의 조망도 좋다. 개나리를 만끽하며 봄의 정취를 즐기는 장소로 추천할 만한 곳이다. 이 산 옆으로는 한강과 청계천이 흐르고 있다. 사진은 한강과 합류하기 직전의 청계천이다.보기와는 달리 가까이 가면 ..

꽃들의향기 2004.04.03

산다는게 뭔지

"산다는게 뭔지....." 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에 나갔을 때 이 말을 늘 입에 달고 사는 분이 계셨다. 무슨 일이 생기기만 하면 언제나 넋두리 비슷한 독백으로 말하곤 했다. 그 어투가 특이하고 재미있어서 모두들 그 말을 들으면 빙긋이 웃었다. 그래서 그 분의 별명이 곧 `산다는게 뭔지`였다. 똑 같은 말을 계속 들으면 식상하기도 하련만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듣는 소리인데도 그 분의 독백에는 어떤 울림이 있었다. 그것은 경박하지 않은 진지한 그 분의 태도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말을 할 때 그 분의 주름진 얼굴에는쓸쓸함이랄까 우울함이랄까 뭔지 모를 묘한 분위기가 번져 나왔다. 그말에 누구도 결코 농담으로 대꾸할 수가 없었다. 스스로의 독백이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던지는 철학적 질문같기..

길위의단상 2004.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