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나무를 심다

샌. 2004. 4. 5. 15:41
산림조합에서 직영하는 나무 전시장에 다시 들러 보았다.
3월 중순에갔을 때보다구경나온 사람들이 훨씬 적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무 심기를 마친 것 같았다. 그리고 작은 읍내의 길거리에서 임시로 열렸던 나무 시장도 벌써 사라졌다.

오늘이 식목일이건만 실제 나무 심는 시기는더 빨라야 하지 않을까 싶다.
벌써 대부분의 묘목이나 나무들이 잎과 꽃을 피우고 있었다. 담당자 말로는 4월 중순까지는 괜찮다고 하지만 늦어질수록 나무의 몸살은 더 커질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마당에 심을 나무의 구체적인 밑그림도 없이 갔기에 이 나무 저 나무 구경하다가 눈에 띄는 것으로 몇 그루를 구입했다.

울타리 대용으로 쓸 사철나무 40주.
베롱나무, 살구나무, 라일락, 산수유 각 1주.

울타리로는 쥐똥나무를 예상했었지만 막상 가서 보니초록 잎을 달고 있는 사철나무가 더 보기 좋아서 마음을 바꾸었다.
그리고마음 같아서는 다른 나무들도 더사고 싶었지만 계획없이 심어놓은 나무가 나중에 걱정거리가 된 경험을 한 적이 있기에 확실한 밑그림이 그려지기 전까지는 되도록 자제하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
트럭으로 배달되어 온 나무를 마침 와 있던 동생네 가족과 같이 심었다.

대추나무만 휑하니 서 있던 텅 빈 마당에 이제 나무 몇 그루가 새 식구로 이사를 왔다.
한 때빈 황토 마당과 나무들로 둘러싸인 집을 꿈꾸었었다. 아직도 그런 꿈은 심정적으로 유효하지만 현실로 맞부딪친 난제들 앞에서 이상으로서의 꿈은 많이 사그러졌다.
올 해 다시 나무를 심으며 그 꿈의 일부나마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본다.

내 터에서 함께 살아갈 1세대 나무들이여!
낯선 곳으로 이사와서 너희들도 무척 힘이 들겠지?
뿌리를 뻗었던 터전을 옮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나도 잘 안단다.
우리 서로를 위로하고 아껴주며,오손도손 잘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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