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그래도 노래하고 춤추자

샌. 2004. 3. 30. 19:43
꿈이 사라질 수 있을까?
무엇을 잃는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손에 잡고 있던 풍선을 놓치고 어린 아이는 운다.
풍선은 푸른 하늘 속으로 훨훨 날아가버렸다. 이젠 눈에 보이지 않는다. 빈 손바닥만 남았다. 어린 아이는 아무 것도 잡히지 않는 빈 손을 보고 서러워 운다.

빈 손......

그것은 나에게겨울 찬바람이었고, 점점 어두워지는 저녁 무렵이었다.
빛은 사라지고 별도 없는 캄캄한 밤하늘이었다.
절망과 회한과 무기력, 그리고 아무 의미 없음이었다.
.................................

박이문 님의 글 한 편을 읽는다.


살을 씻는 겨울 찬바람이 몰아쳐 와도, 두 볼에 부서지는 그 한파는 시원하다.
길을 덮어 갈 길을 막아도 산새들처럼 떼지어 날아오는 하얀 함박눈은 아무리 차도 우아하다.
그 누가 찬바람의 상쾌한 감각을 못 느끼겠는가? 그 누가 함박눈의 아름다움에 감동되지 않겠는가?

느껴라, 가슴 속 그 안쪽까지, 피부를 찢는 저 찬바람의 상쾌함을!

감동하라, 더렵혀진 세상을 깨끗이 하려고 멀리서 내려온 함박눈의 마음에!

해가 진다. 서쪽 산꼭대기 너머로 해가 사라진다.
해가 넘어가더라도 석양은 아름답다. 그냥 머물러 있지 않고 사라지니까 석양은 더욱 아름답다.
저녁이 오면 또 밤이 온다. 저녁이 어둠과 함께 와도 역시 따뜻하고, 밤은 캄캄하고 무섭지만 그래도 역시 깊고 포근하다.

지는 해를 노래하자, 넘어가는 해와 함께 춤을 추자!

짙어가는 어둠을 축복하자, 밤과 함께 깊은 사색을 해보자!

찬란하여라, 밤하늘에 보석같이 뿌려진 별들은 지금 당장 세상이 무너지더라도 역시 아름답다.
내일 당장 별이 떨어지고 하늘이 무너지더라도, 별들은 여전히 찬란하고, 투명하고, 밤하늘은 여전히 화려하고 밝다.
그 의미는 알 수 없더라도 역시 아름다운 밤하늘, 신비로운 우주여!

별들이 지고 어둠이 하늘을 덮으리라. 그래도 부르자, 노래를, 목이 터지도록!

빛이 사라지고 죽음의 어둠이 다가와도, 그래도 춤을 추자, 삶의 춤을!

오늘 밤 별들은 어디로 망명했는가? 무엇에 쫓겨 도망갔는가? 별들은 어디로 갔는가? 어디로 도망쳐 갔는가?
별없는 하늘이 어둡더라도 밤하늘은 한없이 넓고 깊어 좋다. 별이 어디로 떠나 없어졌더라도, 한없이 고요한 겨울 밤하늘은 한없이 풍요롭고 그윽하다.

물어보자, 별들의 행처를! 찾아보자, 별들의 망명지를!

망명했더라도 별들과 함께 노래하자! 춤을 추자, 별들과 손을 잡고!

무슨 뜻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우리 앞에 길이 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있다. 험하지만 가야 할 길이 우리를 유혹한다.
한없이 길지만 그것이 우리의 삶이기에 갈 길은 신명난다.
험한 이 길은 어디로 가는 길인가? 이 길은 얼마만큼 더 가야 하는가?

넘어지면 일어나고, 쓰러지면 일어서자. 노래하며 가자!

죽어도 살아나서 춤을 추며 삶의 길을 찾아가자! 가야 한다!

산에서 날던 새들이 사라지고, 강에서는 낚싯대에 붕어 대신 빈 깡통이 걸리고, 도시에서는 스모그로 마음이 답답해져도, 그래도 산은 산이고 강은 강이며, 도시는 역시 도시이다.
이 자연 말고 어디 또 우리의 뿌리가 있으며, 이 도시 말고 어디 또 갈 곳이 있겠는가?

그래도 자연은 우리 집이고,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다.

노래로 찬미하자, 자연을! 춤으로 긍정하자, 이 세상을!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알 수 없어도 이 세상은 역시 재미있고, 지금 앓다가 내일 죽더라도 역시 더 살고 싶다.
우리는 언젠가는 다 죽을 것이고, 죽으면 모든 것이 끝.
이곳에서의 삶 말고 또 어떤 삶이 있다더냐, 궁극적 의미가 없더라도 이 삶의 의미 말고 딴데 또 의미가 있다더냐?

노래하고, 춤을 추자. 신나게 노래하고, 신나게 춤을 추자!

노래하고, 춤추자! 한번뿐인 이 삶, 하나뿐인 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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