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새 식구

샌. 2004. 4. 20. 14:51
터에 새 식구가 많이 늘어났다.
4월 들어서 주말마다 터에 내려가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심은 나무는 다음과 같다.

< 4/4 >
배롱나무 1, 살구나무 1, 라일락 1, 산수유 1, 사철나무 40
< 4/10 >
모과나무 1, 자작나무 10, 회양목 50
< 4/17 >
벚나무 1, 단풍나무 2, 오가피 10, 회양목 10, 연산홍 30

그런데 나무를 고르는 데서부터 어설프게 보였는가 보다. 나무를 배달해 온 분이 나무 모양을 보더니 혀를 끌끌 찬다. 수목전시장에서는 잘 몰랐는데 심어놓고 보니 몇 주는 수형이 마음에 안 든다.

특히 배롱나무가 심하다. 원줄기에서 갈라진 가지가 완전히 불균형이다. 그래도 누군가는 선택했어야 할 나무라는 생각이 드니 우리 마당에서나마 잘 자라 주었으면 좋겠다.
배롱나무는 여인의 나신을 연상시킨다. 잎도 늦게 나와서 오래도록 미끈한 몸매를 자랑한다.

살구나무는 심어 놓은 뒤에 하얀 꽃을 피우더니 이제 꽃은 지고 잎이 나온다. 작은 나무지만 벌도 찾아오고 새도 가지에 앉는 걸 보니 무척 기분이 좋다. 새가 앉으니 나무 전체가 출렁이는 것 같다.
나무는 벌에게는 양식이 되고, 새한테는 집이 되어준다. 앞으로 더 자라고 잎도 무성해지면 새들도 많이 찾아올 것이다.

산수유는 알레르기를 일으킨다고 해서 좀 멀리에 띄어 심었다. 괜히 그랬는가 싶기도 하지만 나중에 주위에 좋은 친구들을 만들어 주어야겠다. 이 놈도 노란 꽃을 달고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떨어졌다.

자작나무와 오가피 묘목은 집 뒤편에 심었다. 자작나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데 추운 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라서 이곳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다. 그리고 자라는데 시간도 많이 걸릴 것 같다. 잘만 자라준다면 멋쟁이 나무가 되리라 기대한다.
오가피는 일부러 습기가 많은 땅에다 심었다.

사철나무와 회양목은 울타리 대용으로 하려고 한다. 늘 싱싱한 초록 잎이 생기로 가득해 좋다.

단풍나무는 청단풍과 홍단풍을 한 그루씩 샀는데 가장 중심 위치에 홍단풍을 심었다. 선명하게 붉은 단풍색을 연상한 것인데 과연 기대한 되로 이쁜 색깔을 만들어 줄지 어떨지는 자신이 없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나무를 심은 첫 해이다. 나무는 앞으로 수년에 걸쳐 서서히 심을 예정이다. 그리고 즉흥적이기보다는 전체적인 조화를 고려해서 신중하게 심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자면 나무에 대한 공부를 앞으로 많이 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나무의 모양이나 색깔, 성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마당을 꾸며야겠다.

나무는 늘 그 자리를 지키는 변함없는 친구처럼 신뢰가 간다. 세상사에 기가 꺾이고 의기소침해질 때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를 말없이 지키며 꽃 피우고 성장하는 나무를 보면 위로가 되고 마음이 평안해진다.
더구나 거목이나 고목 앞에서는 절로 경외심이 일고 겸손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 사무실 앞에도 600년된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앞을 지나다닐 때마다 마음의 옷깃을 여미게 된다.

생명이 살던 환경을 바꾸면 몸살을 앓는다. 이 어린 친구들도 새 터에 착근할 때까지는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하리라. 그러나고통의 때가 지나면 자신의 생명력을 활활 뿜어낼 것이다.
앞으로 터에 내려갈 때는 이 친구들을 만나는 기쁨이 하나 더생겨서 마음이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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