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봄 강가에서

샌. 2004. 4. 11. 17:19

여주, 양평을 지나는 남한강과 춘천, 청평을 지나는 북한강이 양수리에서 만난다.
흔히 두물머리라고 부르는 곳이다.
여기에서부터 한강이 되어 서울을 지나 서해로 흘러간다.

이 강들을 따라 나있는 도로는 사람들의 생활로이면서 멋진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하다.
특히 지금과 같은 때이면 가히 환상적이라 할 수 있다.
강과 야산의 어우러짐 속에 온갖 봄꽃들이 눈부시고, 갓 돋아난 새 잎들의 연초록 색깔은 사람의 넋을 빼어 놓는다.

눈길 가는 어디든 그림이나 사진의 소재가 되지 않을 곳이 없다.
천변만화하는 풍경이며 산색(山色)이지만 나는일년 중 이 때를 가장 좋아한다.
나무에서 갓 생겨난 이파리들이 만드는 색깔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냥 멍하니 앉아 몇 시간이고 바라보곤 했다.

오늘은 남한강변을 따라 올라오며 창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봄날 풍경을 한껏 감상했다.
날씨도 초여름 같아서 차 창문을 다 열어 놓으니 시원한 공기에 가슴이 탁 트인다.

강가를 찾은 많은 사람들이봄을 즐기고 있다.
그냥 스쳐 가기에는 아쉬워 차를 세우고 강가에 내려가 본다.
한 가족은 물수제비를 뜨며 놀고 있다. 아이에게 좋은 돌을 주워 주려는듯 아빠는 돌을 줍느라 여념이 없다.
가족의 단란함과 평화가 그대로 전해진다.


강변을 따라 걸어본다.
살랑이는 바람이 간지럽고, 찰랑거리는 강물 소리에 마음이 씻긴다.
사는 날이 오늘만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고단한 일상이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여유와 행복도 느낄 수 있는 것이리라.


때묻은 우리네 삶
하루쯤 밀쳐두고라도

아지랑이 아른대는
강둑길을 걸어보자

새 봄을 맞는 강물도
부풀어 있지 않느냐

일상의 궂은 일은
없었던 걸로 흘려놓고

끼루룩 물새 울음
물빛이나 익혀보자

서투른 몇 줄 詩心도
반짝이지 않느냐

투망쳐 봄을 깃는
거룻배가 둥실떠듯

아득히도 그리운 이의
이름이나 외며 걷자

휘파람
저 환한 음색이
눈물 곱지 않느냐

< 봄 강가에 와서 / 박영식 >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명  (4) 2004.04.28
춘색(春色)  (2) 2004.04.18
경주의 봄  (9) 2004.03.28
春來不似春  (1) 2004.03.06
동생네 집  (2) 2004.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