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생명

샌. 2004. 4. 28. 10:17

작년 가을에 이웃에서 꽃잔디 몇 줄기를 꺾어다 집 주위에 심었다.
그 당시 상황이 무척 힘들었을 때라서 꽃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도 못했는데 겨울이 되니 새까맣게 말라 버려서 죽었는가 보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봄이 되니 어느 날 갑자기 한 무더기의 꽃을 피어 올렸다.
이걸 보니 작은 풀꽃에 불과할지라도 그 강인한 생명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이 꽃을 보면 희망을 떠올린다. 또 고맙고 미안하다.

우리가 미물이라고 부르는 것들이나 작은 풀꽃에 들어있는 이런 생명력을 생각하면 놀랍기만 하다.
그것은 인간 속에도 내재하는 생명력과도 동일하며 서로 통하고 있다고 본다.
이 우주는 생명의 바다이다.

어느 책에서 한 스님의 일화를 읽은 적이 있다.
태백산 깊은 암자에서 수행하시던 분인데, 늘 새들이나 다른 동물들과 친구처럼 지냈다고 한다.
그런데 늘 다람쥐 두 마리가 작은 텃밭에 들어와 땅콩을 파먹고해서 울타리를 쳐서 막아봤지만 어떤 방법도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그 다람쥐들을 잡아서 목에다 먹물로 표시를 한 다음에 대처에 나가는 길에 바랑에 넣어 수 십리 떨어진 먼 곳에다 놓아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다음 날 돌아와보니 목에 까만 표시가 된 그 다람쥐 두 마리가 먼저 와가지고 인사를 하더라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진화의 어느 단계에 있던지 생명들 간에는의식 차원의 아래 깊은 곳에서는 서로 같으며 상호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본다. 거기는 생명력의 에너지로 가득한 세계일 것이다.

얼마 전에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서 한 장의 사진을 보았다.
그것은 매향리 사격장의 포탄더미 속에서 피어난 민들레를 찍은 사진이었다.

이 사진에서도 한 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포탄이 무섭고 강한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녹슬고 허물어진다.
그러나 연약해 보이는 작은 풀꽃은 그 사이에서 꽃을 피어내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폐허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도 희망은 죽지 않았음을 생명은 웅변해 주고 있다.

아우슈비츠같은 비극적 상황에서도 생명과 사랑의 꽃은 피어있었음을 몇몇 실화들은 전해준다.
총칼이 아니라 그 어떤 무기로도 이 생명력을 막을 수는 없었다.

어느 시인은 감옥 생활을 하는 동안 쇠창살 틈의 시멘트 사이에 핀 작은 풀 한 포기를 보고 생명의 강한 힘에 전율했다고 한다.
그 경험이 그로 하여금 생명의 문화 운동으로 전환하게되었다.

노자(老子)는 말했다.

堅强者死之徒 柔弱者生之徒
(굳고 강한 것은 죽은 것이고, 부드럽고 연약한 것은 산 것이다.)

땅과 함게 살아가는 농부들이라면 이런 사실을 실감할 것이다.
아니면 마당에 작은 화단이라도 가꾸어 본 사람이라면 생명의 힘 앞에서 경이와 겸손함을 느끼리라 믿는다.

가장 부드러운 것이 가장 강한 것이고, 강해 보이는 것이 실은 제일 허약한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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