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서울 광장

샌. 2004. 5. 4. 18:01

서울에 살지만 도심에 나가 보기는 어렵다.

대부분 지하철로 이동하기 때문에 지상의 풍경을 보기란 무척 드물다.

그래서 가끔씩 마주치는 서울의 모습이 낯설 때가 많다.
뭐가 그리 쉽게 자주 변하는지 서울 시민이지만 이방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은 며칠 전에 개장했다는 서울 광장을 보고 싶어서 작심하고 시청 앞으로 나가 보았다.

초록 잔디가 시원하게 깔려 있어서 우선 시각적으로 밝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전체 모양은 타원형이라지만 잔디 위에 있으면 너무 넓어서인지 그 윤곽이 들어오지 않는다.

잔디 위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한가로운 평일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유와 평화가 느껴진다.
그리고 온통 빌딩으로 둘러싸인 사방과 대조되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나무나 벤치같은 부대 시설이 없는 것을 탓하기도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도리어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이 나을 것 같다. 시야를 가리지 않는 범위 안에서 화장실 같은 작은 편의 시설들은 보충된다면 좋겠다.

이곳이 전에는 차들이 다니던 도로였다. 최근에 청계천 복원과 더불어 이제 도시 정책이 차량 우선에서 인간 중심으로 옮겨가는 것 같아 반갑다.

자전거 통근이 가능하도록 자전거 전용도로도 만든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그것은 공적 공간을 보통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변화이다.

이런 외면적인 변화와 함께 시민들의 삶도 질적인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빈부나 지역간의 격차도 해소되고, 미움도 사라지고, 그래서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저 초록의 잔디 위에서 함께 어울려 즐길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올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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