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외롭고 힘들 때 찾아가 위로받을 수 있는 자기만의 장소가 있나요?
어제 오후에는 서해안의 외진 곳, 신두리 사구(沙丘)를 찾아갔다.
신두리 사구는 우리나라에서 원형이 보존된 유일한 모래 언덕이라고 하는데, 약 1만년여에 걸쳐 바람에 날려온 모래가 쌓여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해안가를 따라 사람 키 높이 정도의 모래 언덕이 바다를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사구 위에는 여러 종류의 키 작은 풀들이 자라고 있는데 동식물이 관련된 생태적으로도 소중한 장소라고 한다.
저녁 무렵, 이 인적 드문 사구에서 바다를 마주보고 앉아 있으면 주변의 황량한 풍경과 어울려, 이열치열이라고 했던가, 어떤 마음의 아픈 상처라도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쓸쓸한 들판을 지나가는 바람 소리, 파도 소리, 그리고 서해 낙조까지 더해진다면 고독한 나그네의 심사를 따스하게 위무해 주기에 충분하다.
비록 서울에서 두 시간이 넘게 걸리는 먼 거리지만 문명과 인공에 몸과 마음이 지친 때면 찾아가고 싶은 생각이 나는 곳이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이곳에도 개발의 바람이 여지없이 불어와 사구 위에 리조트와 숙박 단지들이 건설되기 시작하고 있다.
하긴 이곳이라고 예외는 아니겠지. 문명과 자본의 공격 앞에 버틸 장사는 지금껏 없었다.
앞으로 몇 년 뒤면 여기도 네온사인이 번쩍이고 소비 행렬이 줄지을 관광지가 될 것이라 생각하니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때가 되면 나의 장소는 또 어디서 발견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