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신록

샌. 2004. 5. 13. 15:32

신록의 계절이다.

이양하의 '신록예찬'에서 신록을 유년과 장년과 노년으로 나누었는데 아마 지금의 신록은 유년과 장년의 사이쯤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른 봄, 이제 막 나무에서 새 잎이 나온 직후의 연한 연둣빛 색깔을 좋아하지만 지금처럼 아직 녹음에 이르기 전, 연초록의 빛깔이 나무를 감싸고 그래서 온산이 초록 물감으로 뒤덮인 이 때도 좋다.

사람으로 치면 파릇파릇한 십대의 모습일 것이다.

확실히 신록에는 사람에게 기쁨과 위로를 주는 묘한 힘이 있는 듯하다.

지난 주말에 고향을 다녀오며 대둔산에 들렀다.

나이가 들어서 찾는 고향은 이미 예전의 고향이 아니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많은 것들이 낡고 허물어지고, 어릴 적 동무들은 그 자리에 없고, 연로하신 부모님은 병과 세월의 무게 앞에서 힘들어 하신다.

객지에 살면서 자식의 도리를 하지 못하는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그러한 때 봄 산의 신록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은 푸근해지고 그들 기쁨의 노래가 나에게로까지 전해져와 시들어진 몸과 마음에 새 힘을 준다.

비록 사람 노롯 못하고 있는 못난이지만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추운 겨울을 넘기고 다시 생명의 싹을 틔운 신록이 속삭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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