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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똥풀

어느 해 봄 나들이를 나갔을 때였다. 길 옆에 핀 이 꽃을 보고 아내가 무척 반가와했다. "와, 애기똥풀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 식욕이 없을 때면 어머니가 이 풀을 삶아주었다고 했다. 그래서 학교 운동장 둘레에많이 피어있던 이 풀을 꺾어서 집으로 가져가곤 했다며 옛날 이야기를 했다. 나도 그 때 이 풀 이름을 처음 알았다. 잎이나 꽃은아름답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요사이 유행하는 얼짱이나 몸짱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별 주목을 받지도 못한다. 그러나 바라보면 볼수록 정겹기만 하다. 줄기를 자르면 나오는 액의 색깔이 마치 애기똥색과 비슷하다고 해서 애기똥풀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 꽃만 보면 안도현님의 다음 시가 떠오른다. 나 서른다섯 될 때까지 애기똥풀 모르고 살았지요 해마다 어김없이 ..

꽃들의향기 2004.02.08

도시락의 추억

지난 설날에 가족들이 모였을 때 홍천의 작은 중학교에 다니는 조카에게서 산골 학교 이야기를 들었다. 작은 학교라 그런지아이들과 선생님이 가족같이 지내는 모습이 무척 정겹게 느껴졌다. 여러가지아기자기한풍경 중에서 겨울이면 교실 난로에 도시락을 데워 먹는다는 얘기가 있었다. 아직 이런 분위기의 학교가 있다는게 신기했고,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몇 년 전부터는 학교 급식이 시작되었으니 이젠 도시락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 세대는 도시락 세대라고 할 정도로 도시락은 생활의 일부분이었다. 중년의 세대에게 도시락은 단순한 밥 그릇이 아니라 가족의 정이 담긴 따스하고 소중한 기억으로 누구에게나 남아있을 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가난과 배고픔으로도 연결될 것이다. 나의 경우도 ..

길위의단상 2004.02.07

산야초차 선물

몇 달 전에 `지리산에서 보낸 산야초 이야기`라는 책을 샀다. 책을 구매한 사람중에서 추첨을 해서 저자가 직접 덖은 산야초차를 선물한다는 광고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냥 잊고 지냈다. 그런데 한참 뒤에 당첨되었다는 연락이 왔고, 작은 산야초차 한 봉지가 배달되어 왔다. 뚜껑을 여니 연잎차라고 적혀 있는데, 달여 마시거나 녹차처럼 여러번 우려 마시라고 되어있다. 작은 선물이지만 무척 감사하고 기뻤다. 지리산 어딘가에서 자라던 연잎이 누군가의 정성에 의해 이렇게 만들어져서 내 앞에 놓여있다. 내가 이 차를 마시는 것은 그 사람의 따뜻한 마음과 동시에 지리산의 정기를 내 속에 모시는 것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전문희님은 특이한 분이다. 서울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지내다가 어머니의 암 치료를 위해서고향으로 ..

사진속일상 2004.02.06

의식 혁명

데이비드 호킨스가 쓴 `의식혁명`(원제; Power vs Force)이 있다. 그는 인간 정신의 진화를 설명하고 우리가 왜 자기 실현의 길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밝히는데, 운동역학이라는 단순하고 어찌 보면 황당해 보이는 방법으로 인간이나 사회 의식을 수치화해서 나타내었다. 우주에는 보이지 않는 잠재의식의 에너지 장이 있고 그것이 각 개인의 의식 수준에 따라 여러 가지 감정이나 인식, 태도, 세계관 등에 상응하여 나타난다고 한다. 그가 제시한 의식의 지도는 다음과 같다.(IQ나 EQ가 유행하듯 CQ라는 의식 지수를 사용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잠재의식에너지→ 700 ~ 1000 --- 깨달음, 언어 이전 600 ------- 평화, 축복 540 ------- 기쁨, 고요함 500 ------- 사랑, 존경..

읽고본느낌 2004.02.05

봄맞이꽃

오늘이 입춘이다. 그러나 아직 겨울 공기는 매섭다. 이런 겨울의 한가운데서 선인들은 벌써 봄기운을 느끼고 절기를 명명했으니,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그만큼 간절했던 것일까? 오늘과제일 잘 어울리는 꽃이 봄맞이꽃이리라. 전에 살던 아파트 단지에서는 봄이 되면단지 둘레에 이 꽃이 여기저기 피어났다. 사람이 심은 건지, 저절로 피어난 건지는 모르지만 그러나 산이나 들에서는 이 꽃을 거의 보지 못했다. 작고 하얀 꽃잎 가운데에 샛노란 테두리와 그 안에 들어있는 암수술이 무척 예쁘다. 눈으로 보다는 돋보기로 봐야 더 잘 볼 수 있다. 군집으로모여 자란 이 꽃을 멀리서 보면 마치 안개꽃처럼 화사하다. 입춘이 되었으니봄이 올 날도 멀지않은듯 하다.

꽃들의향기 2004.02.04

파장 / 신경림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키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빚 얘기 약장사 기타 소리에 발장단을 치다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 주머니를 털어서 색시집에라도 갈까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켤레 또는 조기 한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옛날의 시골장은 농촌 사람들의 축제 마당 역할을 했다. 고된 농사일을 잠시 멎고, 폐쇄된 마을 문화에서 벗어나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 소식을 나누고 인정을 나누던 공간이었다. 어릴 적 기억에도 장날이 되면 어머니는 새 옷을 곱게 입고 머리에는 뭔가를 ..

시읽는기쁨 2004.02.02

사랑의 찬가

하늘에서 한 천사가 추방되어 지상에 내려온다. 그는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를 알아내야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 그 후 구두장이인 세몬의 집에서 6년을 지내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리고 마지막에 잘 자란 쌍둥이 자매를보고나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쌍둥이 자매가 갓 태어났을 때 천사는 산모의 영혼을 거둬오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받았는데 산모의 불쌍한 처지를 보고그만명령을 어기게 된 것이었다. 결국 산모의 영혼을 빼앗았지만 그는 추방되었다. 그런데 부모없이도 이웃의 사랑에 의해 잘 자란 쌍둥이를 보고 천사는 사람이 무엇으로 살아가는지를 확신하게 된다. 모든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것은 각자가 자신의 일을 걱정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 속에는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신을 걱정함으로써 ..

길위의단상 2004.02.01

자전거 산책

날씨가 포근해졌다. 따스한 햇살에 봄기운마저 느껴진다. 그동안 쉬고 있던 자전거를 닦고 기름친 다음에 한강으로 타러 나간다. 그러나 강변의 바람은 의외로 차다. 가만 있으면 따스한데 달리면 찬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손이 시럽고 눈에서는 눈물도 나온다. 그래도 기분은 상쾌하다. 도시의 가운데에서그나마 강변을 따라 자전거 도로가 잘 마련되어 있어서 다행이다. 서울의 동과 서를 완전히 관통할 수도 있고, 또 각 지천을 따라서도 자전거 여행을 할 수가 있다. 욕심이라면 이런 자전거 도로가 일반 거리에도 되어 있어서 누구나 손쉽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시의 인구 밀도가 높고 길이 워낙 복잡하다 보니 무리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러나 앞으로의 교통 정책은 자동차 중심의 구조에서..

사진속일상 2004.01.31

케세라세라

70년대였던가, `케세라세라`라는 노래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한 친구는 말 끝마다 이 말을 달고 살았다. 무슨 문제가 있을 때마다 독백처럼 `케세라세라`를 읊곤 했다. 정확한 번역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그 당시에는 `될대로 되어라` 쯤으로 이해했다. 그 말에서는 냉소적이고 조금은 자포자기적인 냄새도 났다. 지난 설날 추위에 터의 수도가 또 얼어버렸다. 사람이 상주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보온도 넉넉히 하고 수도물도 열어놓고 해서 어느 정도 안심을 하고 있었는데 그 정도로는 동장군을 대항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작년겨울에도 수도 펌프를 하나 깨먹어 버렸는데 올 겨울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그런데 한 번 얼어버린 수도관을 녹이는 일이 보통이 아니다. 그저 빨리 봄이 되어 ..

참살이의꿈 2004.01.30

은방울꽃

봄이 무르익으면 중미산 자연휴양림의 산책길을 따라 은방울꽃이 무리지어 피어난다. 넓은 잎사귀에 숨어 수줍은듯 매달린 하얀 작은 꽃을 보노라면 청순하다는 말이 바로 저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유럽에서는 이 꽃을`5월의 꽃`(May Flower),또는 `천국에의 계단`으로부른다고 한다. 정말 한 줄로 달린 이 꽃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어느덧 천국에 이를 것 같고, 그리고 딸랑 딸랑 하는 천상의 은방울 종소리가 울릴 것도 같다. 수 많은 꽃들 중에서도 은방울꽃은 참 귀엽고 사랑스러운 꽃이다. 올해도 산길을 걷다가 이 꽃을 만난다면 언제나처럼 탄성을 지르게 될 것이다.

꽃들의향기 2004.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