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사랑의 찬가

샌. 2004. 2. 1. 15:08
하늘에서 한 천사가 추방되어 지상에 내려온다.
그는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를 알아내야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
그 후 구두장이인 세몬의 집에서 6년을 지내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리고 마지막에 잘 자란 쌍둥이 자매를보고나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쌍둥이 자매가 갓 태어났을 때 천사는 산모의 영혼을 거둬오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받았는데 산모의 불쌍한 처지를 보고그만명령을 어기게 된 것이었다.
결국 산모의 영혼을 빼앗았지만 그는 추방되었다.
그런데 부모없이도 이웃의 사랑에 의해 잘 자란 쌍둥이를 보고 천사는 사람이 무엇으로 살아가는지를 확신하게 된다.

모든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것은 각자가 자신의 일을 걱정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 속에는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신을 걱정함으로써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만 인간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뿐, 사실은 사랑에 의해 살아간다.

이상은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내용이다.

다른 외형적인 것에 비해 사랑은 드러나지도 않고 잘 눈에 띄지도 않는다.
천사조차도 사랑을 확인하는데 6년이나 걸렸으니 말이다.
그래서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사랑이라는 사실에 쉽게 수긍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눈에 잘 띄지 않는 사랑의 기운이 온 우주에 편만해 있고, 이 세계는사랑의 원리에 따라 움직여 나간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도 된다.

온갖 폭력과 욕망과미움이 횡행하는 이 세상, 어떻게 보면 곧 내일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이 세상이 그래도 이렇게 굴러가는 것은 저 보이지 않는 곳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따스한 사랑의 기운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 사랑은 인간 속에 내재하는 사랑이면서 神의 사랑으로 부를 수도 있겠다.
포악해 보이는 사람의 내면에도 이 빛은 꺼지지 않고 있다. 다만 드러나지 않고 깨닫지 못할 뿐이다. 뭇 종교의 성인들은 이 빛을 보지, 외면으로 사람들을 구별하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사랑, 가족 사랑, 이웃 사랑, 생명 사랑, 자연 사랑, 진리 사랑, 하느님 사랑....
모든 존재는 관계 속에서 서로 얽혀 있고, 그 관계를 유지해 주는 것은 사랑이다.
또 사랑은 모든 것이 하나임을 안다. 우리는 사랑 안에서 한 몸인 것이다.

오늘 미사의 제 2 독서가 마침 고린도 전서 13장이었다.
봉독되는 이 `사랑의 찬가`를 들으며 가슴이 따스해졌다.
겉으로 보이는 현상이나 변화들에 실망하고 애태우지 말자. 나를 비우고 그 분의 뜻이 내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기도하자.
물질과 정신,그리고 무한 공간에서려있는 사랑의 숨결이 우리를 이끌고 있으니까.....
그 나아가는 방향이 선(善)이라는 신뢰가 바로 믿음일 것이다.


내가 인간의 여러 언어를 말하고
천사의 말까지 한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나는 울리는 징과 요란한 꽹과리에 다를 것이 없습니다.

내가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할 수 있다 하더라도
온갖 신비를 환히 꽤뚫어 보고 모든 지식을 가졌다 하더라도
산을 옮길 만한 완전한 믿음을 가졌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내가 비록 모든 재산을 남에게 다 나누어준다 하더라도
또 내가 남을 위하여 불 속에 뛰어든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모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사랑은 오래 참습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자랑하지않습니다.
사랑은 교만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사욕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은 성을 내지 않습니다.
사랑은 앙심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은 불의를 보고 기뻐하지 아니하고, 진리를 보고 기뻐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주고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

사랑은 가실 줄을 모릅니다.
말씀을 받아 전하는 특권도 사라지고
이상한 언어를 말하는 능력도 없어지고
지식도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가 아는 것도 불완전하고
말씀을 받아 전하는 것도 불완전하지만
완전한 것이 오면 불완전한 것은 사라집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어린이의 말을 하고
어린이의 생각을 하고
어린이의 판단을 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는 어렸을 때의 것들을 버렸습니다.

우리가 지금은
거울에 비추어 보듯이 희미하게 보지만
그 때에 가서는 얼굴을 맞대고 볼 것입니다.
지금은 내가 불완전하게 알 뿐이지만
그 때에 가서는
하느님께서 나를 아시듯이 나도 완전하게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믿음과 희망과 사랑
이 세 가지는 언제까지나 남아있을 것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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