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행복한 사람

샌. 2004. 1. 24. 15:21
설을 지내면서 가장 많이 주고받은 인사말은 아마 `건강하세요`와 `복 많이 받으세요`였을 것이다.

세배를 다니면서 윗 어른들에게는 주로 건강을 묻게 된다.
시골 어르신들 대부분이 몸에 질병 한 두 가지는 달고 사시기 때문이다.

도시에서는 복잡하고 오염된 환경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지만, 농촌에서는 과도한 육체적 노동이 몸을 망가뜨리는 주범이 되고 있다.
현실은 도시나 농촌 모두 건강의 조건인 조화로운 삶에서 일탈되어 있다. 서로 건강을 기원하지만 사실 삶의 패턴을 바꾸지 않는 한 건강한 삶으로 가는 길은 멀어 보인다. 현대 사회의 특징이 병 주고 약 주는 사회라고 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건강은 최고의 관심사가 될 것이고, 의료 산업은 번창할 것이다. 그래서 머리 좋은 학생들이 의대로만 몰리는지 모른다.

또한 복(福)이라는 한자도 풀어 보면, 보일 시(示) + 한 일(一) + 입 구(口) + 밭 전(田) 자로 되어 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든 결코 화려하거나 돋보이는 의미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반대로 작고 소박한 의미가 느껴진다.

나는 복을 자족(自足)의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자족할 줄 아는 사람이 가장 큰 부자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어도 스스로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겠기 때문이다. 욕심은 또 다른 욕심을 낳고, 그런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낙타가 바늘귀를 빠져 나가기만큼 어려운 것임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건강을 잃고, 또 다른 외적 조건도 빈약해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오히려 행복한 미소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가난한 사람의 밝고 맑은, 욕심없는 얼굴은 늘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결국 행복이란 마음의 문제임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행복의 조건이란 무엇일까?
`복 많이 받으세요`란 인사를 나눌 때 사람들은 어떤 것을 연상하며 복이라는 말을 하는 것일까?
행복 추구가 모든 사람들의 삶의 목적인 만큼 아마도 백인백색의 행복론이 있을 수 있겠고, 그리고 또한 모두에게 공통되는 행복의 조건을 추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2천년 전 한 인류 정신이 나타나 색다른 행복 선언을 했다.
그 분은 말했다.
옳은 길을 걸어가는 자가 행복하다고, 자기 자신과 하늘을 신뢰하는 당신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영에 대해 열려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충만한 진리와 실재가 그에게 주어지니리.

슬픔을 받아들이고 아픔을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의 슬픔이 기쁨으로 변할 것이니.

내적으로 의연하고 선한 의지를 간직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는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소유하게 될 것이니.

정의에 굶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행복하다.
그가 배부를지니.

어려움에 처한 남에게 마음을 주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에게 어려움이 닥쳤을 때 도움의 손길이 있으리니.

깨끗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행복하다.
하느님이 모든 존재의 근본이며 일치라는 것을 알게 되니리.

평화를 전하고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니.

모든 박해의 원인은 올바른 생각과 느낌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충만한 진리와 실재가 그에게 주어지리니.

사람들이 너희에게 불평하고 너희를 박해하고 너희에 대해서 고의로 나쁘게 이야기하면 너희는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여길 수 있다. 그것은 너희가 이 가르침과 그 실천을 위해서 인습적인 사고의 틀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너희는 충만한 진리를 알게 될 것이며, 그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것, 새로운 것을 가르친 너희 이전의 위대한 사람들도 똑 같은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 마태오 5:3-12 >

'길위의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시락의 추억  (4) 2004.02.07
사랑의 찬가  (0) 2004.02.01
[펌] 신문 칼럼  (0) 2004.01.13
헤일-밥 혜성  (2) 2004.01.08
[펌] 신문 칼럼  (1) 2004.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