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였던가, `케세라세라`라는 노래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한 친구는 말 끝마다 이 말을 달고 살았다. 무슨 문제가 있을 때마다 독백처럼 `케세라세라`를 읊곤 했다.
정확한 번역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그 당시에는 `될대로 되어라` 쯤으로 이해했다.
그 말에서는 냉소적이고 조금은 자포자기적인 냄새도 났다.
그때 한 친구는 말 끝마다 이 말을 달고 살았다. 무슨 문제가 있을 때마다 독백처럼 `케세라세라`를 읊곤 했다.
정확한 번역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그 당시에는 `될대로 되어라` 쯤으로 이해했다.
그 말에서는 냉소적이고 조금은 자포자기적인 냄새도 났다.
지난 설날 추위에 터의 수도가 또 얼어버렸다.
사람이 상주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보온도 넉넉히 하고 수도물도 열어놓고 해서 어느 정도 안심을 하고 있었는데 그 정도로는 동장군을 대항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작년겨울에도 수도 펌프를 하나 깨먹어 버렸는데 올 겨울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그런데 한 번 얼어버린 수도관을 녹이는 일이 보통이 아니다. 그저 빨리 봄이 되어 땅이 녹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처음 시공할 때 완벽하게 하지 못한 탓이다.
모든 시설물이 땅 밑으로 깊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서 기온이 떨어지고 땅이 얼면 수도물이 마비가 되어 버린다. 재시공을 해야 되는데 혹시나 하며 지난게 역시 불찰이었다.
물이 없으니 가서 생활하기도 어려워졌다.
이웃 집에서 물을 빌려 하루 이틀 정도는 지낼 수 있지만 이만저만 불편한게 아니다.
차갑게 얼어버린 펌프를 보며 생각난 말이 바로 `케세라세라`였다.
답답하다고 안달한들 별 다른 방법이 없는데 마음이나 편하게 먹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자책을 해봐야 이미 지나간 일이다.
에이, 될대로 되어라!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많은 일들이 내가 아둥바둥한다고 나아질 건 별로 없다. 괜히 그러다 내 속만 버리게 되지.
그럴 땐 옛날 친구처럼 빙그레 웃으며 말하는 거다.
"케세라세라!"
'참살이의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빈(淸貧) (1) | 2004.02.22 |
---|---|
무릉도원은 어디에 (2) | 2004.02.09 |
내려오는 계단을 올라가며 (1) | 2004.01.15 |
춥고 쓸쓸한 마가리 (1) | 2003.12.22 |
전원의 즐거움 / 문일평 (0) | 2003.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