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그랬다지요 / 김용택

샌. 2004. 4. 9. 13:44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 그랬다지요 / 김용택 >


꽃이 피고 지고, 새들이 울고, 그러면서 봄날은 간다.
꽃이 피고 지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고, 새들이 우는 것도 무슨 의미가 있는게 아니다.
인간의 눈을 위해 봄꽃이 화려하게 대지를 덮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귀를 위해 새들이 우는 것도 아니다.
하늘의 구름 모양에서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보는 것은 내 마음의 상상일 뿐, 구름은 그냥 구름일 뿐이다.

그런데 사람은 의미를 물으며 산다.
아무 대답이 없을지라도 그래도 의미를 묻는 사람은 행복하다.
존재의 이유를, 행위의 의미를, 그것이 해답 없는 질문일지라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게 이게 아닌데.....`

지나고 보면 아쉽고 허전하지 않은 삶이 어디 있으랴.
화두가 풀릴 듯 하다가도 금방 안개 속으로 사라져버린 것이 어디 한 두 번인가.

꽃이 피고 지고, 새들이 울고, 그러면서 봄날은 간다.
아쉬움과 허전함을 안고 사람들은 산다.
그래도 봄의 햇살 따라 사람들의 표정은 밝다.

그것이 사람 사는 모습이려니...... 꽃에, 햇살에, 새들에게 물으며.......
너희들은 왜 그렇게 예쁘니? 왜 그렇게 따뜻하니? 왜 그렇게 가볍니?

나도 너희들을 닮고 싶단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따스한 사람으로, 자유로운 사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