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우리는 질문하다가 사라진다 / 네루다

샌. 2004. 2. 26. 08:52


어디에서 도마뱀은
꼬리에 덧칠할 물감을 사는 것일까

어디에서 소금은
그 투명한 모습을 얻는 것일까

어디에서 석탄은 잠들었다가
검은 얼굴로 깨어나는가

젖먹이 꿀벌은 언제
꿀의 향기를 맨 처음 맡을까

소나무는 언제
자신이 향을 퍼뜨리기로 결심했을까

오렌지는 언제
태양과 같은 믿음을 배웠을까

연기들은 언제
공중을 나는 법을 배웠을까
뿌리들은 언제 서로 이야기를 나눌까

별들은 어떻게 물을 구할까
전갈은 어떻게 독을 품게 되었고
거북이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그늘이 사라지는 곳은 어디일까
빗방울이 부르는 노래는 무슨 곡일까
새들은 어디에서 마지막 눈을 감을까
왜 나뭇잎은초록색일까

우리가 아는 것은 한 줌 먼지만도 못하고
짐작하는 것만이 산더미 같다
그토록 열심히 배우건만
우리는 단지 질문하다 사라질 뿐

< 우리는 질문하다가 사라진다 / 파블로 네루다 >


"내가 알고 있는 것 한 가지는, 내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겸손이 소크라테스로 하여금 아테네 최고의 현자라는 신탁을 받게 했는가 보다.

어제는 가톨릭에서 `재의 수요일`로 사순 시기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이날 신자들은 이마에 재를 받으며 인간 존재의 한계를 가슴에 새긴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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