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는 출퇴근길의 중간에 작은 공원이 하나 있다.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며 옛날 권력자들의 안가로 사용되었던 집들을 헐고 공원을 조성해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자그마한 공원에는 여러 가지 나무들이 심어져 있고 몇 종류의 꽃들도 자라고 있다. 흠이라면 너무 인공적이고 깔끔한 것인데, 그래도 그곳을 지날 때마다 과거에는 여기가 서슬 퍼렀던 높은 분들의 회식과 밀담 장소였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그때 같았으면 감히 옆을 지나다니지도 못했을 것이다. 공원 한 귀퉁이에 모란이 피었다가 얼마 전에 보니까 꽃잎이 모두 떨어졌다. 싱싱한 꽃잎이 시들지 않은 채 그대로 땅에 떨어져 있는 모습이 동백만큼 비장하지는 못해도 왠지 슬픈 감정을 자아낸다.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