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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ete!

컴퓨터에는 [Delete] 키가 있어서 원하는 것을 지울 수가 있다. 그런데 세상 일에도 작동되는 [Delete] 키는 없을까? 이 세상을 프로그래밍한 절대 존재의 손에는 이 키가 들려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술봉 같은이 키를 잠시나마 빌릴 수 있다면..... 돈만이 최고라고 외쳐대는 물신(物神)의 우상숭배를 Delete! 개발과 성장에 중독된 자본주의의 탐욕을 Delete! 자본의 부스러기에 기생하는 사이비 설교자들을 Delete!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와 어리석음을 Delete! 차떼기로 주고 받으면서도 뻔뻔하기만 한 저 도적놈들의 소굴을 Delete! 권력에 아부하느라 꼬리치기 바쁜 똥강아지들을 Delete! 이리저리 눈치 보느라 눈만 반들반들해진 영악한 쥐새끼들을 Delete! 돈이 되는 ..

사진속일상 2004.01.19

겨울 산길을 걷다

어제는 직장 동료들과 예봉산(禮峰山)을 올랐다. 예봉산은 경기도 남양주군에 있는 산으로 높이는 683m이다. 옛날에는 겨울 한양의 땔감을 대부분 이 산에서 벌채해 한강을 따라 날랐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큰 나무는 별로 없고, 다만 군데 군데 눈에 뜨이는 노거목들이 그 때의 정황을 전해주고 있다. 산의 이름이나 생김새는 다르지만 산에 들면 그런 구별은 사라지고 어느 산에서나 공통된 마음의 넉넉함과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산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 바로 이런 마음의 여유일 것이다. 그것은 아직 우리가 이해하기 못하는 산의 정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산 기운이 우리 마음을 순화시키고 세상의 욕망을 잠재워 준다고 말이다. 바닥에서 아웅다웅 다투며 속 끓이고 하던 것들이 산길을 걸으면 기이하게도 봄 ..

사진속일상 2004.01.17

내려오는 계단을 올라가며

30년 전이다. 동두천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을 때, 휴일 외출을 나갔다가 서점에 들렀다. 서가를 훑어보던 중 특이한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노란색 표지로 되어 있었는데 미국의 한 교사의 교단 일기였다. 자세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비판적 시각에서 미국의 교육 현실을 고발한 내용이 아니었는가 싶다. 그 책 제목이 `내려오는 계단을 올라가며`였다. 책을 사 가지고 귀대하는 버스 안에서 앞으로의 내 삶이 이 책 제목과 같이 전개될 것 같다는 예감에 사로잡혔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하여튼 그런 묘한 느낌이 들었다. 세상의 주류에서 벗어나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세상을 살 것 같은, 그래서 약간은 삐딱한 모습으로 서 있을 것 같은 그런 예감이었다. 지금은 가끔씩 그 때의 기억이 되살아난..

참살이의꿈 2004.01.15

寒山詩

昔日極貧苦 夜夜數他寶 今日審思量 自家須營造 掘得一寶藏 純是水晶珠 大有碧眼胡 密擬買將去 余卽報渠言 此珠無價數 예전엔 가난하고 비참하였다 매일 밤 남의 보물 헤아렸었지 그러나 이제 깊이 생각한 끝에 모름지기 내 집을 짓기로 했네 땅을 파다가 감추어진 보물을 찾았지 뭔가 수정처럼 맑디 맑은 진주라네 푸른 눈의 서역 장사치들이 앞다퉈 이 진주를 사려 하길래 내 그들에게 웃으며 말했지 이 진주는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이라고 寒山은 8세기 부근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전설적인 隱者이다. 일설에는 형제들과 땅을 경작하며 살았으나, 모든 緣을 끊고 아내와 가족과도 헤어져 각처를 방랑하다가 寒山에 은거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아마도 세상이 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있는 것을 발견하려는 신비적 충동에 이끌렸..

시읽는기쁨 2004.01.14

희망

얼마 전에 영화 `쇼생크 탈출`을 보았다. 영화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내용에 흠뻑 빠질 정도로 감명 깊게 보았다. 탈출에 성공한 후 쏟아지는 소낙비를 맞으며 환호하는 모습도 멋졌지만, 앤디가 방송실 문을 잠가놓고틀어준 음악이 교도소 감방에, 작업장에, 운동장에 울려퍼질 때 죄수들이 넋을 잃고 그 소리를 따라 위로 시선을 모으던 장면이 최고의 명장면이 아니었는가 싶다. 그런데 이 영화가 주는 메세지는 `희망`이었다. 무고한 앤디가 20년 옥살이를 견디게 된 것도, 또 가석방된 레드가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것도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간난한 이 현실에서 인간을 살리는 것은 빵도 쾌락도 아닌 바로 희망임을 영화는 말해준다. 만약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빼앗는다면 인간의 삶은 흑백의 우중충한..

읽고본느낌 2004.01.13

[펌] 신문 칼럼

한겨레신문(1/12)에 실린 칼럼 두 편을 옮깁니다. 다시는 아이가 되지 말렴 / 오수연(소설가) 어른이 되면 아이가 아니다. 아이가 아니어도 괜찮아서 나는 나이든게 다행스럽다. 어린 시절 나는 죄수였다. 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였다.)에 입학하는 날, 어머니는 아기로만 알았던 막내가 또래들 중 키가 큰 편이라서 놀랐다. 나는 키 순서에 따라 뒷줄에 서서 ‘앞으로 나란히’를 수십 번 하고, 구령에 맞춰 교실로 들어가, 마찬가지로 뒷줄 딱딱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너무나 긴 세월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어린이들의 지력과 체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 45분의 수업이 15분의 휴식 시간을 두고 반복되었다. 받아쓰기가 거의 전부였던 수업 내용이야 둘째치고, 수업 시간 동안 우리는 짝을 건드려도, 창 밖..

길위의단상 2004.01.13

헤일-밥 혜성

1986년에 핼리혜성이 찾아왔다. 워낙유명세를 타는 혜성이라 기대를 잔뜩 모았는데 실제로는 실망만 주고 떠나갔다. 밝기가 이름값을 못했던 것이다. 그때 연세대 천문대에서 주관한 관측 행사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맨눈으로는 보일락 말락 하던 혜성이 망원경 파인더 안에서는 온 시야를 다 덮으며 그 거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의 감동은 뭐라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 뒤로 쌍안경과 망원경을 가지고 별을 보러 다녔다. 토성을 찾아 그 고리를 확인했을 때의 환희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별 사진도 관심이 생겨 주로 일주운동을 찍기도 했다. 1997년에는 헤일-밥 혜성이 찾아왔다. 맨눈으로도 하늘에 걸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던 큰 혜성이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직접 보며 우주의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그 당..

길위의단상 2004.01.08

[펌] 신문 칼럼

한겨레신문 신년호에 실린 칼럼 두 편을 옮깁니다. 경제종교 / 황대권(생태공동체운동센터 대표) 오늘 아침 신문을 들추다가 열두 살 어린 아이가 천만 원을 모았다는 책을 선전하는 광고를 보고 가슴이 덜컥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이제 어른들의 광포한 돈 놀음이 아이들의 영혼까지 갉아먹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다가올 미래가 두려워지기까지 한다. 도대체 아이가 천만원씩이나 모아서 무엇을 하겠다는 말인가? 단돈 만원에도 신의를 밥 먹듯 저버리는 세상 인심을 모르고 이런 일을 기획하는 것일까? 아닐 것이다. 그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그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아주 어릴 때부터 돈의 달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겠지. 아직 읽어보지도 않고 책에 대해 긴 얘기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충격적인 광고카피만으로도 ..

길위의단상 2004.01.03

동면(冬眠)

한겨울이 되니 자꾸 졸음이 찾아온다. 동면(冬眠)에 들어가야 할 때인가 보다. 일상의 기록이라는 의미에서 그간 블로그 신세를 많이 졌다. 덕분에 내 본 일기장은 부피가 얇아져 버렸지만..... 또 몇기억에 남는 분과 만난 것도 고마운 일이다. 그래도 눈을 뜨는 틈틈에는 이곳에 들릴 예정이다. 모든 분들, 새해 복(福) 많이 지으시고, 뜻하신 일들 잘 이루어지시길 기도드립니다.

사진속일상 2003.12.29

조나단의 고독

조나단 곁을 모든 갈매기들이 떠나갔다. 아니 그 전에 별나게 행동할 때부터 조나단은 이미 외톨이가 되었다. 가족도, 가까웠던 동료들도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고독했다. 조나단이 관심을 가진 것은 먹고 사는 일이 아니라 얼마나 멋지게 비행을 하느냐였다. 어부들이 던지는 썩은 고기 냄새에 길들여진 다른 갈매기들에게 조나단의 행동은 미친 짓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힘으로 하늘을 멋지게 날려고 하는 모험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는 배가 고팠고 외로웠다. 패배감과 좌절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행복을 위해서 평범한 갈매기로 만족하며 살아가려는 유혹도 있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내적인 충동이 그를 높은 하늘로 내몰았다. 결국 그는 자유를 얻는다. 동료들의 몰이해와 비난 가운데 그는 혼자서 비..

읽고본느낌 2003.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