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도시의 보도 블록 위로 비가 내린다. 도시의 소음에 묻혀 소리도 없이 비가 내린다. 시멘트 틈 사이로 얼굴을 내민 작은 생명에게는 단비가 되어 내린다. 그 위를 지나가는한 사람의 발걸음이 바쁘다. 이런 날은 산골에 있는외딴 집 툇마루에 앉아 빗소리만 듣고 싶다. 황토 마당에 구멍을 내며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만 듣고 싶다. 세상에서 멀어지면 더 이상 사람 때문에 외로워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쉼없이 내리는 봄비는 자꾸만 나에게 속삭인다. 이젠 돌아가라고, 무거운 짐 벗고 이젠 홀가분해 지라고..... 일어나 지금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가지 얽고 진흙 발라 조그만 초가 지어 아홉 이랑 콩밭 일구어 꿀벌 치면서 벌들 잉잉 우는 숲에 나 홀로 살리 거기 평화 깃들어 고요히 날개 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