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가 위치한 마을은 5월이 되면 마을길을 따라 흰씀바귀가 환하게 피어난다.
대개 노란색의 씀바귀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이 마을은 특이하게도 흰씀바귀 세상이다.
6년 전이었던가, 처음 이 마을에서 봄을 맞았을 때 길 양쪽으로 하얗게 흰씀바귀가 피어있는 풍경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수녀원이 여럿 들어와 있어서 길을 따라 오가는 수녀님들을 보게 되는데, 봄이면 흰씀바귀가 피어있는 길을 따라 하얀 수녀복의 수녀님들이 걸어가는 모습은 무척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그림을 만든다.
이곳의 흰씀바귀는 꽃이 크고 화사하다. 보통 씀바귀에서 느끼는 작으며 약간은 촌스러운 이미지와는 다르다. 이 꽃을 보면 누구나 시선이 끌리게 되고, 그 순수함과 소박한 아름다움에 반하게 될 것이다.
사실 씀바귀의 이미지 때문에 이 꽃이 흰씀바귀가 아닌 줄 알았다. 그러나 도감을 찾아보며 확인해 보니 맞는 것 같다. 솔직히 아직도 백 프로 자신은 없다.
꽃이 이쁘니 마을 사람들은 집 주위에서 이 꽃을 키운다. 잡초를 뽑다가도 일부러 남겨둔다. 그래서 집 둘레에 이 꽃이 무리 지어 피어있으면 온 집이 다 환해져 보인다.
번식력도 좋아 가꾸지 않아도 제 혼자서 잘도 자라고 꽃을 피운다.
작은 터라도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서양의 화려한 꽃보다 이와 같은 우리의 수수한 꽃에도 관심을 가지고 심어 본다면 생활의 색다른 멋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