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날아라 버스야 / 정현종

샌. 2004. 5. 14. 13:30


내가 타고 다니는 버스에

꽃다발을 든 사람이 무려 두 사람이나 있다!

하나는 장미 - 여자

하나는 국화 - 남자

버스야 아무데로나 가거라.

꽃다발을 든 사람이 둘이나 된다.

그러니 아무데로나 가거라.

옳지 이륙을 하는구나!

날아라 버스야,

이륙을 하여 고도를 높여 가는

차체의 이 가벼움을 보아라.

날아라 버스야!

 

< 날아라 버스야 / 정현종 >


오래 전 일이지만 시내 버스가 노선을 벗어나 엉뚱한 길로 달려서 신문의 가십거리가 된 적이 있다.
그 때 운전 기사의 말이 재미있었다. "매일 똑 같은 길로만 다니려니 답답해서 아무데로나 자유롭게 막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시인의 상상력은 버스를 하늘로 날리고 있다.

버스 안에 꽃다발은 든 사람이 둘이나 있다는 것도 유쾌한데, 그 버스는 땅에서 떠올라 하늘을 난다.

버스가 하늘을 난다. 버스 안의 모든 사람들이 꽃을 들고 하늘을 난다. 꽃 한 송이로 세상의 무게가 없어지다니, 두 사람의 마음이 버스를 들어올리다니.....

달나라를 지나 화성까지 갈까?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화성에 버스가 내리면 난생 처음 보는 화성인들이 꽃다발을 들고 마중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사람들은 그때에야 알게 될까?
망원경으로 바라보던 화성은 화성이 아니었음을, 화성은 우리 마음 안에서 빛나고 있는 별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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