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함석헌 읽기(12) - 평화운동을 일으키자

샌. 2013. 5. 10. 12:47

이 책은 평화를 주제로 한 글과 강연집이다. 함석헌 선생이 평생 꿈 꾼 것이 평화의 세계였다. 한반도의 평화에서 세계의 평화, 그리고 내적으로는 마음의 평화까지 선생이 일관되게 싸운 것은 평화를 위해서였다고 할 수 있다.


선생은 평화를 방해하는 제일 원인이 국가주의라고 본다. 국가의 지배자들은 민중을 통제하기 위해 분열시키고 싸움을 붙인다. 내 편과 네 편을 가르고, 원수다, 의(義)다, 악(惡)이다 하고 서로 시비한다. 그들의 철학으로 하면 전쟁이 없어서는 아니 되고 상벌도 없어서는 아니 되고 차별도 없어서는 아니 된다. 그러한 세상에 평화는 있을 수 없다. 한 번 평화가 없어지면 그것이 본성인 양 잘못 생각하여 점점 더 악해진다. 이것이 오늘날까지의 인류 역사의 줄거리다. 국가와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악행이 저질러졌는지 역사가 증명한다. 이젠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평화를 되찾을까? 평화운동을 일으키는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전체의식이 필요하다. 우리는 하나다, 라는 자각이 모든 가치활동의 근원이 된다. 이런 자각이 없다면 각 분자는 이기주의에 떨어질 수밖에 없고 배타적이 되므로 싸움이 일어나고야 만다. 우리 민족이 다시 통일되려면 이데올로기란 가면을 쓴 집단주의를 물리쳐야 한다. 남과 북의 민중 속에 강한 전체의식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둘째, 신념이 있어야 한다. 평화운동은 정신운동이기 때문에 속마음에 관계된 것이다. 평화운동은 결과에 상관하지 않는 운동이다. 그러므로 신념 없이는 될 수 없다. 신념은 무조건 긍정하는 태도다. 반드시 설명하지는 못하더라도 모든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음을 믿는 것이다. 성공해도 뜻이 있고 실패해도 뜻이 있다. 그러므로 구원된다. 허망한 것은 하나도 없다. 거기서 무엇에도 꺾이지 않는 강함과 무엇도 용납할 수 있는 너그러움이 나온다. 그것이 평화의 정신이다.


셋째, 민족의 특징이다. 우리 민족은 근본이 평화주의적이다. 건국정신에 침략적 영웅주의의 빛깔이 전혀 없고, 4천 년 역사에 침략전을 한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고대에는 선도(仙道) 사상이 성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비록 잘못되고는 있지만 우리 민족은 세계의 평화운동에 앞장설 수 있다.


넷째, 세계사적 비전을 가져야 한다. 잠자는 민중의 혼에 동원령을 내려 어제의 골목의 범인(凡人)에서 오늘 정신적 십자군의 영웅이 되게 하는 것이 세계혁명의 비전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연약하지만 꿈과 비전이 깨어날 때 기적은 일어난다. 정치가라는 미친 것들의 어리석은 불장난에 의해 생명의 씨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인간의 양심이 있다면 멍청하게 있을 수 없다.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때에, 우주와 인간의 근본이 뚫려 밝혀지는 날에, 완전에까지는 아니라도 그런 가능성이 환히 보이는 날에, 달라질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모든 문제는 그 마음 하나에 달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쟁은 결국 각 개인 제 가슴속의 전쟁의 반영에 지나지 않는다. 땅 위에 평화가 온다면 그것은 사람의 가슴속의 평화가 나타남일 것이다. 수천 년 전부터 거룩한 맘들이 한 것이 이것이었다. 결국 제 가슴 안에 평화 하나를 가져오잔 것이었다.


선생은 앞으로 인류의 정신혁명이 이루어지고 새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해야 하는 평화운동은 미래의 세계를 여는 초석이 될 것이다. 대우주의 길이 열리는 그때 필요한 것은 새 종교다. 낡은 생각, 낡은 종교는 헌신짝처럼 버려질 것이다. 땅에는 평화가 오고야 말 것이다. "평화를 짓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이다."[마태복음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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