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도담삼봉

샌. 2013. 12. 31. 16:16

 

고향에 가는 길에 도담삼봉에 들렀다. 도담삼봉은 중학교 다닐 때 소풍을 오기도 했고, 서울로 떠난 뒤에도 중앙선 열차를 타고 집을 오갈 때면 차창 밖으로 보인 정다운 풍경이기도 했다. M중학교에 근무할 때는 여름방학 때 반 아이들을 데리고 강변에 텐트를 치고 야영도 했다. 이런저런 추억이 서린 곳이다.

 

충주댐이 들어서면서 수량이 많아져 겨울인데도 이만한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예전에는 삼봉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강물이 흐를 뿐이었다. 삼봉과 강 건너 농촌 풍경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도담삼봉의 전설은 재미있다. 가운데 봉이 남편이고 왼쪽 봉이 본 마누라, 오른쪽은 첩이다. 부부 사이에 자식이 없어 남편이 첩을 얻었는데 임신한 첩이 자랑스레 배를 내밀고 있고, 남편은 첩을 바라보며 흐뭇해 한다. 화가 난 아내는 등을 돌리고 뾰루퉁해 있다. 바위 모양을 보면 정말 그럴 듯한 설명이다.

 

 

정도전(鄭道傳, 1337~1398)이 이곳을 자주 찾았는데, 호를 삼봉(三峯)이라 지을 정도로 아꼈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이 바위에서 놀았다는 얘기도 있는 걸 보니 여기가 출생지인지도 모르겠다. 조선 건국의 일등 공신인 그의 얘기가 새해부터 KBS TV에서 대하 드라마로 전파를 탄다고 한다. 어떤 인물로 그려질지 약간은 궁금해진다.

 

그런데 삼봉 상 앞에 있는 빨간 바람개비는 이곳과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아이들을 위한 배려라고 이해를 해 보지만 위치에도 신경을 써 줬으면 좋겠다.

 

 

 

 

 

 

중봉에 있는 정자가 삼도정(三島亭)이다. 한창 홍수가 질 때는 정자까지 물에 잠긴다고 한다. 도담삼봉은 평범한 낮이 아니라 물안개 피어 오르는 새벽에 봐야 진경이다.

 

 

 

삼봉 가까이에 석문(石門)이 있다. 도담삼봉이 단양8경 중 제 1경이고, 석문이 2경이다. 처음에는 동굴이었는데 가운데가 무너지면서 이런 아치 형태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양이 아니라서 진기하게 느껴지는 풍경이다.

 

추사 김정희는 '석문(石門)'이라는 시를 남겼다. 아마 석문 아래를 배로 지나가며 아득히 쳐다보았을 법하다. 거마(車馬)가 아니라 스스로의 두 발로 올라가 볼 생각을 했으면 더 좋았으련만....

 

百尺石霓開曲灣

神工千佛杳難攀

不敎車馬通來跡

只有煙霞自往還

 

백척의 돌무지개가 물굽이를 열었으니

신이 빚은 천불에 오르는 길 아득하네

거마가 오가는 발자취를 허락하지 않으니

다만 연기와 안개만이 오갈 뿐이네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고산에 오르다  (0) 2014.01.07
트레커 신년 산행  (0) 2014.01.04
경안천 걷기  (0) 2013.12.29
성탄절의 기도  (0) 2013.12.25
아내가 활짝 웃을 때  (0) 2013.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