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변호인

샌. 2014. 1. 18. 07:53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즈음에 이 영화를 보았다. 가슴 찡한 감동이었다. 신인 감독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빈틈없이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배우들 중에서는 특히 송강호의 연기가 압권이었다.

 

1981년에 일어났던 대표적 용공조작인 부림 사건을 모델로 했다. 노무현 역인 송우석 변호사를 송강호가 맡았다. 그러나 특정인을 넘어 사람이 무엇으로 살아가는지, 살아가야 하는지를 잘 보여 주는 영화였다. 돈만 좇던 송우석 변호사는 국가 폭력의 실상을 접하고 억울한 피고인들을 위한 변론에 온몸을 던진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군사 정권이 저지른 만행이 그를 통해 드러난다.

 

이 영화는 국가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곰곰 생각하게 한다. 애국이라는 명분으로 서슴지 않고 용공죄를 만들고 고문을 하는 경찰이 있다. 그는 살인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빨갱이를 만들고 잡아들이는 것이 최고의 애국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깨어 있지 못하면 국가는 괴물로 변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도 마찬가지다. 맹자가 말한 시비지심(是非之心)이야말로 세상을 정의롭게 만드는 필수 요소다.

 

송우석 변호사처럼 용기 있는 사람에 의해 세상은 조금씩이나마 변해간다. 세상을 바꾸는 건 달걀로 바위를 치는 거라고 하지만, 바위는 죽어 있고 달걀은 살아있다. 그래서 달걀은 깨어나 바위를 타고 넘을 것이라고 확신에 차서 말한다. 달걀이 살아있다는 건 저항 정신을 뜻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법정에서 송 변호사가 외치는 이 말에 전율이 일었다. 대한민국 헌법 1조의 가치가 천금의 무게로 다가왔다. 일신을 희생하며 자유와 민주를 위해 싸웠던 모든 분에게 경의를 표한다.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고 국밥이 먹고 싶었으나 찾지 못하고 부대찌개로 대신했다. 대한극장 앞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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