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화악산 금강초롱

샌. 2014. 9. 6. 07:48

 

나에게 금강초롱은 꼭 보고 싶은 야생화 목록 일순위에 올라 있던 꽃이다. 금강초롱을 보기 위해 화악산을 찾았을 때는 혹 헛걸음을 하게 될까 봐 불안했다. 그만큼 귀한 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금강초롱과 만났다. 산속 깊이 들어갈 필요도 없이 등산로 옆에 무더기로 피어 있었다. 그동안 금강초롱의 보호와 번식이 많이 이루어져 개체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금강초롱은 사진에서 보던 대로 청초하고 품위가 있었다. 초롱불을 매단 듯 산이 환했다. '금강'이라는 이름은 1900년대 초에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름에서도 고귀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고유종인 금강초롱의 학명이 'Hanabusaya asiatica Nakai'다. 'Hanabusaya'나 'Nakai'는 모두 일본 사람 이름이다. 처음 발견했다고 자기들 이름을 제멋대로 붙인 것이다. 강제로 창씨개명을 당한 건 사람만이 아니었다.

 

언젠가는 금강산에서 금강초롱을 볼 수 있게 될 날을 기대한다. 갈라진 형제끼리 화해하고 손을 맞잡게 되는 날이 와야, 금강산에 핀 금강초롱도, 설악산에 핀 금강초롱도, 모두 환히 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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