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기원 풍경

샌. 2015. 2. 5. 11:21

 

퇴직 후에 다시 취미를 붙인 게 바둑이다. 예전에는 직장에서도 쉬는 시간에 바둑을 두곤 했지만, 인터넷 바둑이 성해지고 근무 환경이 빡빡해지면서 바둑판이 없어졌다. 그 뒤 10년 정도는 바둑 둘 기회가 없었다. 인터넷 바둑은 바둑 두는 맛이 나지 않고 체질에도 맞지 않아 가까이하지 않았다.

 

직장에서 나온 뒤에 우연히 바둑 모임을 하나 알게 되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만나 바둑을 둔다. 오전 11시에 시작하여 바둑 두고, 점심 먹고 다시 들어가 저녁때까지 즐긴다. 그런데도 하루 이용 기료가 2천 원이다. 이러고도 장사가 될까 싶어 걱정될 정도다. 그러나 워낙 대규모다 보니 수익이 나는 모양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기원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옛날에는 젊은이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온통 노인들이다. 기원에서 한가하게 바둑이나 두는 청년이 있으면 이상할 것이다. 그런데 전에는 낮에도 기원에 가면 청장년층이 많았다. 시내에 볼일 보러 나갔다가 시간 여유가 생기면 기원에 들어가 바둑을 즐겼다. 지금은 노인 천국이 되었다.

 

옛날 기원은 담배 연기로 빼곡했다. 나도 제일 담배를 많이 피웠을 때가 술 마실 때와 바둑 둘 때였다. 사실 바둑 수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담배를 빠는 맛은 애연가라면 다 안다. 삼매경에 빠져 담배가 혼자 다 타들어 가는 경우는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요사이 기원은 금연이다. 만약 옛날처럼 너구리 잡는 소굴이라면 출입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또 요사이는 혼자 기원을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에는 혼자서도 오는 사람이 많아서 기원 주인이 알아서 짝을 맞추어 주었다. 그때는 모르는 사람과 바둑 두는 게 자연스러웠다. 지금은 잘 두려 하지 않는다. 예전 목욕탕에서는 모르는 사람끼리 등을 밀어주었지만, 지금은 서로가 거북해 하는 것과 비슷하다.

 

역시 바둑은 바둑판으로 둬야 제맛이 난다. 상대방의 호흡을 느끼며 딱, 하는 경쾌한 돌소리가 어울려야 바둑이다. 비록 한 달에 한두 번밖에 나가지 않지만, 그래도 바둑은 퇴직 후 나의 첫째 취미다. 집에서도 가끔 사활 문제를 풀어보며 바둑 수의 오묘한 맛을 즐긴다. 그래서 다른 건 괜찮아도 바둑 친구는 좀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리산 수암봉  (0) 2015.03.02
백마산에서 양벌리로 내려오다  (0) 2015.02.13
서해안 하루 나들이  (0) 2015.01.28
남한산성 행궁  (0) 2015.01.15
겨울 뒷산  (0) 2015.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