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백일홍(3)

샌. 2015. 11. 7. 19:32

 

인터넷에서 '백일홍'을 검색하면 주로 목백일홍인 배롱나무가 나온다. 초본 백일홍은 그만큼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옛날에는 시골 화단에서 단골 꽃이었지만 이젠 찾아보기 어렵다. 나이 든 세대에게는 향수를 자극하지만 젊은이에게는 촌스럽게 보이는 꽃이기도 하다.

 

꽃은 피었다 빨리 져야 사람들은 아쉬워하며 귀하게 여긴다. 그런데 백일동안 핀다니 애당초 이목을 끌기 어려운 조건이다. 하물며 외모가 가녀린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꽃잎은 두텁고 투박하다. 색깔은 지나칠 정도로 원색으로 강렬하다. 은은한 맛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대신에 부담 없이 정겹다. 어쩔 수 없는 이웃집 정겨운 아줌마의 모습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낯선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모든 게 서먹하고 정들기 어려운 시기였다. 그런데 주인집 시멘트 마당 한쪽에 있는 작은 화단에서 여름이 되니 백일홍이 피었다. 고향집 화단에 있던 그 꽃이었다. 시골 촌놈은 그 꽃에서 고향의 냄새를 맡으려 했을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백일홍을 보며 마음의 위안으로 삼았던 기억이 난다. 서울과 동화하기 시작한 때도 그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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